갈등설 넘어 아시안컵 향할 ‘원팀’의 기준 보여줘야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축구대표팀 명단은 이름의 목록이지만, 그 이름 사이에는 감독의 생각이 담긴다. 누구를 부르고 누구를 남겨두는지, 어떤 자리에 경쟁자를 세우는지를 보면 앞으로 펼칠 축구의 방향이 보인다. 오는 29일 오후 2시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발표되는 모레노호의 11월 소집 명단이 그렇다. 이번에는 감독이 어떤 팀을 만들 것인지까지 읽어야 한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1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 17일 카타르와 도하에서 맞붙는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중동 원정이자, 모레노 감독에게 맡겨진 6경기 가운데 마지막 두 경기다. 앞선 4경기의 성적은 2승 1무 1패. 승패를 넘어 공격과 수비의 연결, 선수 조합과 경기 운영에서 무엇을 고쳤는지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첫 소집과는 조건부터 다르다. 9~10월에는 아시안게임과 일정이 겹쳐 금메달 주역들을 부를 수 없었다. 이제 이영준과 이기혁, 엄지성, 배준호, 양민혁 등도 선택지에 들어온다. 제한됐던 선수 구성이 넓어지는 만큼 모레노 감독의 판단도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192㎝ 공격수 이영준은 눈여겨볼 카드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높이와 문전 움직임을 성인 대표팀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면 공격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공을 오래 소유하고도 밀집수비 앞에서 답답해지는 경기가 적지 않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공을 마무리하고, 동료에게 공간을 열어줄 포스트 플레이 공격수의 가치는 그래서 크다. 다만 발탁의 근거는 금메달의 여운보다 현재 경기력과 대표팀에서 맡길 역할이어야 한다.

월드컵을 경험하고 아시안게임 우승에도 힘을 보탠 이기혁 역시 마찬가지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가능성을 평가할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 선수들과 어떤 조합을 만들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엄지성과 배준호, 양민혁에게도 질문은 같다. 잘하는 선수를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배치를 찾아야 한다.
K리그에도 문은 열려 있어야 한다. 모레노 감독은 국내 평가전을 마친 뒤 경기장을 돌며 선수들을 점검하고 있다. 첫 소집에서 기회를 얻은 정승원과 구성윤 등에 이어 또 다른 이름이 등장할지 관심이다. 현장 점검이 의미를 가지려면 좋은 경기력이 실제 선발 경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소속팀의 간판보다 지금의 몸 상태와 수행 능력이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선수들도 경쟁을 납득한다.
문제는 이 경쟁이 불화설과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김민재·황인범·황희찬 등 이른바 ‘96라인’의 은퇴설과 선수 간 갈등을 둘러싼 추측은 대표팀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로 굳혀놓고 명단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정 선수가 빠지면 문책이고, 새 선수가 들어오면 세대 간 대결의 결과라는 식의 해석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이럴 때 감독이 내놓아야 할 것은 선명한 기준이다. 선발된 선수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제외된 선수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내부 사정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경기력과 몸 상태, 전술적 필요, 팀의 규율이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로 적용된다는 신뢰는 세워야 한다.

주장 손흥민의 헌신을 존중하는 일과 다음 세대의 책임을 키우는 일도 함께 갈 수 있다. 베테랑에게는 경험을 전할 책임이 있고, 후배에게는 그 경험 위에 자신의 경쟁력을 더할 의무가 있다. 감독은 그 사이에서 출전 시간과 역할을 통해 팀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쌓아온 경험을 돌아보며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뜻은 대표팀에도 유효하다. 기존 주축들의 경험을 살리면서 새 얼굴의 에너지를 더해야 한다. 변화의 크기는 처음 뽑힌 선수가 몇 명인지보다, 그들이 들어와 팀의 어떤 약점을 메우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카타르 원정은 아시안컵의 리허설이다. 리허설에서는 박수보다 결함을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 막힌 공격을 풀 대안이 있는가. 공을 빼앗긴 뒤 함께 움직이는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서로를 돕는가. 두 경기에서 확인해야 할 장면들이다.
29일 발표장에 필요한 것은 깜짝 발탁의 놀라움만이 아니다. 선수에게는 경쟁의 이유를, 팬에게는 팀이 향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명단이어야 한다. 모레노의 마지막 두 경기는 그 선택에 답을 붙이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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