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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최혜진의 끝나지 않은 기다림 [박호윤의 IN&OUT]
뷰익 상하이에서 인뤄닝에 역전패, 벌써 5번째 준우승
또 한걸음이 모자랐다...첫 승 꿈 무산
2, 3, 6, 8위...한국 톱10 4명


최혜진의 드라이버 샷 모습. 최혜진은 뷰익LPGA상하이에서 인뤄닝에게 역전패, 생애 첫 승을 또 다시 놓치고 통산 5번째 준우승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AP.뉴시스
최혜진의 드라이버 샷 모습. 최혜진은 뷰익LPGA상하이에서 인뤄닝에게 역전패, 생애 첫 승을 또 다시 놓치고 통산 5번째 준우승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AP.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우승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최혜진(27)이 또 한 번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다. 최혜진은 18일 중국 상하이 서산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LPGA투어 뷰익 LPGA 상하이(총상금 32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1타 차 준우승이었다. 2022년 LPGA투어 데뷔 이후 벌써 다섯 번째 준우승이다.

우승은 홈 팬의 응원을 등에 업은 인뤄닝(중국)에게 돌아갔다. 인뤄닝은 선두에 2타 뒤진 3위로 최종일을 시작했다. 10번 홀에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16·17번 홀 연속 버디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 4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8월 말 FM 챔피언십 이후 1개월 반 만에 우승을 추가했고, 통산 7승(메이저 1승 포함)째다.

#사흘 내내 선두, 마지막 3개 홀에서 뒤집혀

최혜진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대회였다. 첫날 8언더파 64타를 몰아쳐 3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둘째 날에는 2타를 잃고도 선두를 지켰고, 셋째 날 다시 3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로 1위를 굳혔다. 사흘 내내 단독 선두였다.

최종일에는 양희영이 1타 차, 인뤄닝이 2타 차로 뒤에서 출발했다. 최혜진은 15번 홀까지 공동 선두를 지키며 첫 승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인뤄닝이 16·17번 홀에서 잇달아 버디를 잡았다. 사흘간 지켜 온 선두 자리를 마지막 3개 홀에서 내준 것이다.

양희영은 마지막 홀 극적인 이글에 힘입어 합계 8언더파 280타 단독 3위에 올랐다. 이날 나란히 5타씩 줄인 김아림과 주수빈은 각각 공동 6위와 공동 8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 4명이 톱10에 들었다.

인뤄닝이 지난 8월말 FM챔피언십 대회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는 모습. 인뤄닝은 홈에서 열린 뷰익상하이에서 역전승, 개인 통산 7승째를 올렸다./AP.뉴시스
인뤄닝이 지난 8월말 FM챔피언십 대회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는 모습. 인뤄닝은 홈에서 열린 뷰익상하이에서 역전승, 개인 통산 7승째를 올렸다./AP.뉴시스

#17세 아마추어 때 시작된 '준우승 인연'

최혜진이 LPGA투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슷한 아픔이 여러 차례 되풀이됐다.

우승과의 엇갈린 인연은 미국 무대에 정식 데뷔하기 훨씬 전인 2017년 US여자오픈에서 시작됐다. 당시 17세 아마추어였던 최혜진은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과 당당히 우승 경쟁을 펼쳤다. 마지막 날 15번 홀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그러나 16번 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범했다. 결과는 박성현에게 2타 뒤진 준우승이었다. 아마추어로 메이저 정상에 오를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이후 최혜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승승장구했다. 통산 12승을 거뒀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대상을 차지했다. 국내 무대에서는 우승을 밥 먹듯 하던 선수였다.

2022년 미국에 진출할 때만 해도 LPGA투어 첫 우승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데뷔 시즌 신인왕 레이스에서 아타야 티띠꾼(태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시즌 상금 랭킹 6위에 오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는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놓친 두 번의 우승 기회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두 차례 준우승은 뼈아팠다.

6월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는 마지막 날 16번 홀까지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17번 홀에서 티샷 실수에 짧은 퍼트까지 놓쳐 보기를 범했다. 같은 홀에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는 버디를 잡았다. 1타 앞서던 승부가 순식간에 1타 뒤지는 상황으로 뒤집혔다. 18번 홀에서 최혜진이 버디를 잡았지만 시간다도 버디로 응수했다. 결국 1타 차 준우승이었다.

같은 해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이뱅크 챔피언십은 악몽에 가까웠다. 첫날 64타, 둘째 날 66타를 기록하며 36홀 합계 14언더파로 5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 이번에야말로 첫 우승인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 흔들렸고, 야마시타 미유(일본), 해나 그린(호주)과 함께 연장전에 들어갔다. 1차 연장에서 야마시타에게 우승을 내줬다. 3라운드까지 최혜진에게 8타나 뒤져 있던 야마시타의 대역전극이었다.

최혜진이 지난해 메이뱅크챔피언십 18번홀에서 버디 퍼팅을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최혜진은 당시 최종일 4타차 선두를 지켜내지 못하고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야마시타 미유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AP.뉴시스
최혜진이 지난해 메이뱅크챔피언십 18번홀에서 버디 퍼팅을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최혜진은 당시 최종일 4타차 선두를 지켜내지 못하고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야마시타 미유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AP.뉴시스

#우승없는 선수 중 통산 상금 1위

번번이 우승을 놓쳤지만 최혜진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LPGA투어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상금 기록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최혜진의 LPGA투어 통산 상금은 723만 달러로 역대 61위다. 올 시즌에도 우승 없이 105만 달러를 벌어 상금 랭킹 25위에 올라 있었다. 눈길을 끄는 건 LPGA투어 역사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선수 가운데 최혜진이 가장 많은 상금을 벌었다는 사실이다. 불운의 기록이다. 동시에 그만큼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최혜진보다 통산 상금이 적은 선수들의 면면은 더 흥미롭다. 2022년 최혜진과 함께 데뷔한 후루에 아야카(일본)는 2024년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포함해 통산 2승을 올렸다. 그런데도 통산 상금에서는 최혜진에게 뒤진다. 릴리아 부(미국)도 마찬가지다. 2019년 LPGA투어에 입회한 부는 2023년 셰브론 챔피언십과 AIG 여자오픈을 제패하며 그해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경력도 있고, 통산 5승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통산 상금 순위는 최혜진보다 다섯 계단 낮은 66위다. 메이저 챔피언, 올해의 선수 출신보다 많은 상금을 벌고도 정작 자신의 우승 기록은 여전히 백지인 셈이다.

#기회는 수없이 만들었지만…

최혜진은 이번 대회 전까지 LPGA투어에서 톱10에 33차례, 톱25에 78차례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벌였다. 우승할 능력이 부족한 선수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최혜진의 무승 기록은 더 역설적이다. 우승 경쟁의 기회는 수없이 만들었지만 마지막 고비 하나를 넘지 못했다. 샷이 흔들리거나 결정적인 퍼트가 빗나간 적도 있었다. 이번처럼 경쟁자가 막판에 무섭게 치고 올라온 적도 있었다. 골프에서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나흘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정적 순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경쟁자의 경기 흐름, 때로는 운까지 따라야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물론 최혜진에게 기회는 아직 많다. 올해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고, 정상급 선수들과 겨룰 기량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이 상하이의 아쉬움을 덜어 주지는 못한다.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키고도 또다시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우승이 익숙했던 선수가 미국에서는 어느덧 누구보다 간절히 첫 승을 기다리는 선수가 됐다. 다섯 차례 준우승, 우승 없는 선수 중 최다 상금.

최혜진의 LPGA투어 첫 승까지 남은 거리는 대체 얼마일까.

최혜진이 지난해 메이뱅크챔피언십 18번홀에서 버디 퍼팅을 놓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최혜진은 당시 최종일 4타차 선두를 지켜내지 못하고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야마시타 미유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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