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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그 이상의 전율… 한국新 3개, 한국육상 트랙의 새 가능성을 열다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23년 만의 한국기록 경신부터, 남자 100m 결승에 2명 동반 진출
2회 연속 계주 메달까지
‘불모지’ 트랙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지난 28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나마디 조엘진,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이재성, 서민준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8일 오후(현지 시간)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나마디 조엘진,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이재성, 서민준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트랙 위에서 펼쳐진 대한민국 육상 대표팀의 레이스는 스포츠가 주는 본질적인 감동과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선수들이 쏟아낸 땀방울은 오랫동안 정체돼 있던 한국 육상 트랙의 기록과 한계를 하나씩 넘어섰고, 그 과정 자체가 한국 육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이정표가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던 트랙 종목에서 나왔다. 무려 3개의 한국 신기록이 수립되었고, 남자 100m 결승에 2명이 동시에 진출하는 대역사를 쓴 데 이어 단거리 계주 메달까지 터져 나왔다.

◆ 남자 400m 계주 : 트랙의 오랜 기다림을 끝낸 한국 신기록과 동메달

높이뛰기(우상혁·동메달)나 경보(최병광·동메달) 등 그동안 한국 육상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온 필드·도로 종목에 이어, 트랙에서도 항저우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메달이 나왔다. 이미 개인전 100m에서 아시아 정상급 스피드를 증명한 나마디 조엘진,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를 필두로 이재성, 서민준 등 전열을 가다듬은 남자 400m 계주(4×100m) 대표팀은 트랙 위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완성했다.

28일 열린 결승에서 안정된 바통 터치를 앞세워 38초 43의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중국,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5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종전 기록(38초 49)을 0.06초 단축한 쾌거이자, 항저우 대회에 이은 2대회 연속 동메달이다. 트랙에서 좀처럼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한국 단거리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400m 결승에서 53초 38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을 작성한 김서윤(창원시청) 선수의 코너 주행모습. / 대한육상연맹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400m 결승에서 53초 38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을 작성한 김서윤(창원시청) 선수의 코너 주행모습. / 대한육상연맹

◆ 여자 400m : 23년의 벽을 깨뜨린 ‘김서윤’의 깜짝 등장

이번 대회 트랙 종목이 남긴 가장 강렬한 유산은 단연 김서윤의 등장이다. 일찍이 조엘진·비웨사 등 한국 단거리의 간판으로 주목받아 온 남자 주자들과 달리, 김서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여자 단거리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여자 400m 결승에서 김서윤은 53초 38의 기록으로 4위를 차지했다. 동메달과는 불과 0.17초 차. 더욱 경이로운 것은 그가 작성한 기록이다. 2003년 이윤경이 세운 53초 67 이후 무려 23년 동안 그 누구도 넘어서지 못했던 한국 신기록을 0.29초나 단축했다. 국제 무대 변방으로 치부되던 한국 여자 400m가 아시아 정상권을 향해 도전할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 남자 100m: 사상 첫 동반 결승 진출과 'TOP 5' 2명 진입 (조엘진·비웨사)

남자 100m 결선 역시 한국 단거리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아시아 정상급 스프린터 8명이 겨루는 결승 무대에 조엘진(4위·10초 17)과 비웨사(5위·10초 19)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사상 최초로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조엘진의 기록과 동메달과의 격차는 단 0.06초. 그동안 아시아 결선 하위권에 머물던 과거를 뒤로하고 TOP 5에 2명이 한꺼번에 안착하며 아시아 정상권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성과가 한국 남자 100m의 기록 경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언젠가 한국 단거리에서도 9초대 기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 레이스였다.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도 남자 100m 결승에 진출했으나 5위로 마감했다./나고야(일본)=뉴시스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도 남자 100m 결승에 진출했으나 5위로 마감했다./나고야(일본)=뉴시스

◆ 혼성 계주 & 여자 100m : 한계를 연달아 넘은 신기록 행진

트랙의 기분 좋은 상승기류는 경기 초반부터 전 종목으로 퍼져나갔다. 지난 24일 트랙 경기 첫날, 4×400m 혼성 계주 대표팀(장민호, 김서윤, 신민규, 이아영)은 예선에서 종전 한국기록을 4초21이나 단축한 3분18초66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결승에서는 3분19초18의 기록으로 6위에 올랐지만, 예선에서 보여준 기록 경신은 이번 대회 트랙의 변화 중 하나로 기록됐다.

여자 100m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예선에서 김주하는 11초73, 서지현은 11초83으로 나란히 개인 최고기록(PB)을 세우며 사상 처음으로 함께 준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김주하는 준결승에서 다시 11초68로 기록을 단축했다. 비록 두 선수 모두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남녀 단거리에서 개인 기록과 한국 기록이 잇따라 나왔다는 점은 이번 대회의 성과가 특정 선수 몇 명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 24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100m 예선, 한국 김주하가 질주하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나고야(일본)=뉴시스
지난 24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100m 예선, 한국 김주하가 질주하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나고야(일본)=뉴시스

◆ 끝이 아닌 시작: 한국 육상이 증명한 희망

이번 대회의 기록들은 한국 육상의 현재를 넘어 다음을 바라보게 한다. 김서윤이 23년 만에 여자 400m 한국기록을 갈아치웠고, 남자 100m에서는 두 명의 선수가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남자 400m 계주는 한국기록과 함께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가져왔다. 혼성 계주에서도 한국기록이 나왔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육상이 단숨에 아시아의 중심으로 올라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변화는 확인됐다. 기록의 벽을 넘어서는 선수가 나타났고, 그 기록이 다음 세대의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대회의 성과를 일회성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일이다. 한국신기록을 세운 선수들이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과 지원, 국제대회 경험을 연결하는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나고야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어떻게 지속적인 경쟁력으로 바꿀 것인가. 한국 육상의 진짜 도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24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100m 예선, 한국 김주하가 질주하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나고야(일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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