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탁상행정, 벽에 부딪혀
1군 승격 없는 2군 참여에 지자체 '거부'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야심 찬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KBO는 6월 17일부터 7월 28일까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퓨처스리그에 참가할 팀 창단 신청서를 공모했다. 지난 2월 2일 창단한 울산 웨일즈에 이어 추가로 퓨처스리그 참가 구단을 모집한 것이다. KBO는 퓨처스리그를 16개 팀까지 확대해 프로야구의 잠재적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모에 응한 지자체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8일 "퓨처스리그 팀 창단에 신청한 지자체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 공모 절차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종료됐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내년은 올해와 같이 12개 팀으로 퓨처스리그를 운영하고 향후 조건과 절차를 보완해 다시 신청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팀 창단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일부 지자체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2~3년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지난해 국내 최초의 시민 구단 울산 웨일즈를 출범시키면서 야구 저변 확대에 전기를 마련했다며 크게 고무됐다. 울산시는 1년 예산 60억 원을 투입해 시설과 인력을 구축하고 3년 뒤 독립법인으로 전환 시킨다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울산의 선도적 행보에 자극받은 성남 청주 전주 원주 등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KBO에 창단 의사를 밝혔다. KBO는 전용 구장과 실내 훈련장, 부대 시설 등 구단 설립과 운영에 관한 조건을 지자체에 제시하며 창단을 유도했다. 평가 심사(PT)와 현장 실사까지 계획했다. 하지만 응모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자 KBO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자신 있게 추진한 퓨처스리그 확대 계획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김상욱 울산 시장은 시민 야구단의 존치 여부를 재검토하고 나섰다. 김 시장은 부임 직후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야구단 운영 체계를 만들겠다. 영원히 1군에 오르지 못하는 구단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 세금을 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KBO를 향해 1군 진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KBO의 전향적인 변화가 없으면 울산 웨일즈의 운명 또한 불투명하다. 특히 지난달 12일 KBO의 행정 미숙으로 소속 선수 오카다 아키타케의 LG 트윈스 이적이 불발되자 울산시의 일부 긍정적 분위기마저 차갑게 식었다. 울산시는 조만간 구단 운영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KBO가 추진한 시민 구단 형식의 퓨처스리그 창단 작업은 처음부터 커다란 위험성을 안고 출발했다. 동기 부여가 전혀 없었다. KBO는 프로야구의 흥행 폭발에 편승해 여러 지자체에서 동참할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울산시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시민 동의 없는 혈세 투입은 명분이 없다. 1군으로 가는 정거장의 의미밖에 없는 ‘2군 전문 구단’의 한계를 KBO는 간과했다. KBO의 안일한 탁상행정이 차가운 현실과 마주했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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