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안일한 대응이 낳은 참담한 결과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1999년 이후 2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한화의 2026시즌은 처참하다. 냉정한 자체 전력 평가가 이뤄지지 못한 뜬구름 잡기식 희망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승 도전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도 사실상 무산됐다. 이제 9위 싸움을 하는 처지다. 한화는 8월31일 현재 49승 62패 3무(승률 .441)로 8위에 올라 있다. 9위 SSG 랜더스에 2경기 차로 앞서 있다. 하지만 최근 한화의 경기력으로 볼 때 이 자리 마저 위태롭다. 한화는 최근 6연패다. 8월 월간 팀 평균자책점(7.61), 팀 타율(.243) 모두 꼴찌다. 8월 성적이 3승 15패다. 당연히 최하위다.
1년 전 우승을 향해 승승장구하던 한화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패배에 찌든 옛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2025시즌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하늘이 준 ‘우승 기회’를 걷어찬 대가가 너무도 혹독하다. 26년 만의 기회를 눈앞에서 날리고도 태연한 감독을 보면서 2026시즌을 예감했어야 했다. 혀를 깨물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점잖은 척 ‘유체 이탈’ 인터뷰를 하는 감독에게 뭘 바라겠는가.

너무도 아쉬움이 남아 1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 한화는 지난해 우승으로 가는 두 차례의 결정적 장면이 있었다. 2025년 10월 1일 인천 문학구장. 2위 한화가 SSG에 이기면 1위 LG 트윈스에 0.5경기 차로 따라붙는다. 9회초까지 한화의 5-2 리드. 한화 김서현은 승리를 눈앞에 둔 9회말 2사 후 SSG 현원희 이율예에게 백투백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5-6으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이 경기 결과로 한화는 한국시리즈 직행이 좌절됐다. 이는 한국시리즈 우승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화의 이날 패배는 1984년 롯데 자이언츠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서 유두열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은 삼성 라이온즈와 비견될 정도다.
하늘은 한화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줬다. 2025년 10월 22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었다. 한화는 5회까지 4-0으로 앞서 있었다. 한화는 이 경기에서 이기면 삼성을 3승 1패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김서현이 삼성 김영웅에게 4-4, 동점 3점 홈런을 내준 끝에 4-7로 역전패했다. 한화는 5차전서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를 모두 투입했고, 한국시리즈에서 LG와 싸울 동력을 잃었다. 둘 다 벤치의 치명적 판단 미스였다.

가정은 의미가 없다. 지나간 일일 뿐이다. 그럼에도 옛 상처를 들추는 건 뼈저린 반성과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우승 문턱까지 갔던 한화는 1년 만에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내년이라고 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칫 긴 암흑기에 다시 빠져들 수 있다. 지금 한화가 보여줘야 할 모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남겨 둬야 한다. 그게 팬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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