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 대응 능력과 순발력 현저히 떨어져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2026년 8월 1일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치욕의 날’로 기록될 뻔 했다. KBO리그 최초의 퍼펙트게임이 한 퇴물 외국인 투수의 데뷔전에서 이뤄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는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선발 7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누상에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했다. 무더운 날씨와 예정된 투구 수(70개) 때문에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않아 행인지 불행인지 퍼펙트게임은 완성되지 않았다.
카라스코는 7이닝 동안 74개의 공을 던졌다. 삼진 2개에 내야 땅볼 8개, 내야 뜬공 3개, 외야 뜬공 8개였다. 총 6가지의 구종을 섞어 던졌다. 투심과 커터가 각각 17개로 가장 많았고, 슬라이더 15개, 체인지업 12개, 커브 7개, 포심이 6개였다. 초반엔 슬라이더와 투심을 승부구로 던지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체인지업 구사 비율이 높아졌다.

두산 타자들은 카라스코의 변화무쌍한 투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포심 최고 구속은 149km에 머물렀지만 한국 투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구 각도와 볼 배합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카라스코의 화려한 경력에 비춰볼 때 호투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미리 책정한 투구 수 제한이 없었다면 두산은 대기록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카라스코는 1987년생으로 만 39세다.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동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을 뛰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343경기(선발 286경기)에 등판해 112승 105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2017시즌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서 18승을 올려 다승 1위에 올랐다. 한국에 온 투수 가운데 단연 최고의 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카라스코는 2024시즌 3승 10패, 평균자책점 5.64를 기록한 이후 사실상 메이저리그에서 퇴출당한 투수다. 2025시즌부턴 주로 트리플A에서 뛰었다. 지금은 은퇴를 앞둔 평범한 기교파 투수일 뿐이다.
여기서 한국야구의 수준이 드러난다. 한국 타자들의 변화구 대응 능력 나아가 응용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타자들의 취약점이 카라스코를 통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한국 타자들이 낯선 투수에게 약한 건 오래된 일이다. 국제대회에서 맥을 못 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변화구 적응력이 매우 떨어진다. 결정적인 순간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말리는 장면을 수없이 봤다.

이는 순발력과 직결된다. 낯선 환경과 낯선 투수에게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다. 카라스코의 투구 패턴은 다른 많은 투수들과 달랐다. 전체 74개의 투구 중 포심은 6개 뿐이었다. 대부분의 공이 변화구였다. 카라스코의 가장 큰 무기는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이었다. 21명의 타자를 맞아 풀카운트 승부는 단 두 번이었다. 볼을 연속 두 개 던진 것도 단 두 번이었다. 모든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 근처에서 놀았다.
카라스코가 다음 등판에서도 퍼펙트에 가까운 피칭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각 팀은 이미 카라스코에 대한 현미경 분석에 들어갔다. 타자들은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 코치들의 지시에 따라 타석에 설 것이다. 카라스코 역시 투구 패턴을 바꾸겠지만 맞아 나갈 확률이 크다. 뼈아픈 점은 타자들 스스로 빠른 시간에 위기를 벗어나는 순발력은 많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단 한 번의 대회에서 단 한 번의 기회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카라스코를 상대하는 두산 타자들을 보면서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을 보는 듯했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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