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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도 울컥한 안재형-자오즈민의 못다 한 이야기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23일 1989년 안재형-자오즈민 결혼 방송
한중수교의 발판이 된 역사적 사건
‘탁구-결혼’이 1편이라면, ‘골프-가족’은 속편


챗GPT가 만든 꼬꼬무의 '안재형-자오즈민이 결혼스토리' 가상화면. 현재 마지막 편집작업 중인 제작진은
챗GPT가 만든 꼬꼬무의 '안재형-자오즈민이 결혼스토리' 가상화면. 현재 마지막 편집작업 중인 제작진은 "잘라내기에는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설명했다.

[더팩트ㅣ유병철 전문기자] # 매주 목요일 밤, SBS TV가 방영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인기 시사교양 프로그램입니다. 3명의 이야기꾼(이전 장항준 감독을 비롯해 지금의 장도연-장현성-장성규까지 모두 장씨)과 이야기친구들이 흥미로운 방식으로 약 1시간20분 동안 역사 속 사건을 풀어냅니다.

5.18 민주화운동, 형제복지원, 삼청교육대, 3.15 부정선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전태일 열사 등 굵직한 소재는 물론, 온갖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다뤘습니다. 스포츠도 경성축구단의 에이스(138회),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158회) 편이 큰 화제를 모았죠. 스포츠와 관련이 있는 악몽의 합숙소-천안초 축구부 화재(168회), 선아의 SOS-SP 모녀 실종사건(113회) 등도 있었지만 이들은 ‘사회부 기사’에 더 가까웠습니다.

# 이런 꼬꼬무가 오는 7월 23일 37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 결혼을 다룹니다. 바로 한중탁구스타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러브스토리입니다. 이는 스포츠이야기이면서, 당시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을 시사하는 국제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아직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없던 시절(한중수교는 1992년), 안재형과 자오즈민은 국제대회에서 만나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연인이 됐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부부가 된 겁니다. 이 결혼이 성사되기까지는 당시 노태우 정부의 실세였던 박철언 전 장관 등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2022년 12월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한 안재형-자오즈민 부부. 당시 20년 만의 신혼생활로 화제를 모았다. / 화면캡처
2022년 12월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한 안재형-자오즈민 부부. 당시 20년 만의 신혼생활로 화제를 모았다. / 화면캡처

# 둘의 결혼은 1989년 두 형태로 치러졌습니다. 10월 스웨덴의 중국대사관에서 혼인신고를 한 것이 첫 번째이고, 2개월 후인 12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4,000명이 넘는 하객이 모인 가운데 치러진 전통혼례가 두 번째입니다. 후자는 이미 한국과 중국의 정부당국의 승인이 나온 후 만인의 축하를 받으며 진행된 세리머니입니다. 꼬꼬무가 주목한 것은 국경을 넘은 둘의 러브스토리와 10월 스웨덴의 혼인신고 과정입니다. 국제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영화 같은 순간들의 연속이었죠(실제로 과거 한 영화제작사가 영화화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 꼬꼬무의 김현정 CP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미 자료조사 및 촬영을 다 마쳤고, 현재 막바지 편집이 한창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인데, 편집하면서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러브스토리에 울컥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체육사 전문가인 하웅용 한국체대 교수는 "두 사람은 결혼은 제가 대만 국립체육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더욱 생생합니다. 정말 놀라운 뉴스였죠. 당시만 해도 중국은 6.25전쟁 때 싸운 적성국가, 호칭도 ‘중공’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둘의 결혼으로 중국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돼 향후 한중수교에 좋은 영향을 줬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진 속 두 아이는 프로골퍼 안병훈의 자녀로,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손주들이다. 올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모습이다. / 안재형 제공
사진 속 두 아이는 프로골퍼 안병훈의 자녀로,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손주들이다. 올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모습이다. / 안재형 제공

# 꼬꼬무가 다루는 안재형-자오즈민 결혼비화를 많은 분들이 시청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생생한 교과서로 접했으면 합니다. 그런데 덧붙이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둘의 러브스토리는 현재진행형이고, 꼬꼬무가 이번에는 다루지 않는 파트2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각종 동화나 미담은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고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말처럼 쉽지는 않죠. 알고 보면 안재형-자오즈민 스토리는 ‘꼬꼬무 이후’인 결혼 후 이야기도 1편 못지 않게 흥미롭습니다. 나름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결혼까지가 스릴 넘치는 첩보액션물이라면, 결혼 이후는 묵직한 휴먼다큐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랑 하나만 믿고 한국으로 온 중국 새댁 자오즈민은 한국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금쪽 같은 아들(안병훈)도 얻었지만 남편은 늘 바빴습니다. 당연히 외롭죠. 한국으로 넘어올 때 중국선수 중 그를 이길 여자선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한국에서 선수로 뛰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지만, 자오즈민은 애초 이 선택지를 삭제했습니다. 모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자오즈민은 중국에서 아주 이미지가 좋습니다. 미녀선수로 유명했던 까닭에, 광고모델, TV탤런트 등 다양한 활동도 했지만, 그래도 한국생활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아들 안병훈이 골퍼로 성장하면서 가족은 흩어졌습니다. 자오즈민은 중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변신했고, 탁구지도자로 일하던 안재형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대디가 됐죠.

2024년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안병훈이 우승했을 때 아버지(안재형), 어머니(자오즈민)와 찍은 사진. 한중 탁구스타 부부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안병훈이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날 때 한 사람(자오즈민)은 돈을 벌고, 한 사람(안재형)은 미국 현지에서 뒷바라지하기로 결정했다. / DP월드투어
2024년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안병훈이 우승했을 때 아버지(안재형), 어머니(자오즈민)와 찍은 사진. 한중 탁구스타 부부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안병훈이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날 때 한 사람(자오즈민)은 돈을 벌고, 한 사람(안재형)은 미국 현지에서 뒷바라지하기로 결정했다. / DP월드투어

# 다행히 결과는 좋았습니다. 자오즈민은 중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했고, 안병훈은 최연소 US아마 우승 등 세계적인 골퍼로 성장했습니다. 안병훈을 훌륭한 골퍼로 키워낸 두 부부의 이야기는 골프역사가 박노승 씨가 "꼭 책으로 내야 한다"고 제안할 정도로 스토리가 풍성합니다.

이후 안병훈이 자립하자 안재형은 한국으로 돌아와 프로탁구 등 다시 탁구일을 시작했고, 자오즈민도 2022년 중국사업을 정리하고 귀국했습니다. 이에 몇몇 언론은 ‘안재형-자오즈민 20년 만의 신혼생활’ 등으로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사랑을 좇아 국경을 넘나든 한중커플은 이제 환갑을 넘긴, 두 손주를 둔 할아버지-할머니가 됐습니다.

서대문구 안산 인근의 단독주택에 사는데, 신촌 연세대 앞 명물길에 ‘아이핑퐁탁구클럽’이란 이름의 탁구장도 운영합니다. 간판에 ‘안재형 & 자오즈민'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중국분들이 많이 찾는 탁구장으로 유명합니다. 꼬꼬무가 다루는 1편의 ‘탁구-결혼’에 이어, 언젠가 ‘골프-가족’이라는 2편도 어떤 형식으로든 자세히 다뤄졌으면 합니다.

2024년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안병훈이 우승했을 때 아버지(안재형), 어머니(자오즈민)와 찍은 사진. 한중 탁구스타 부부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안병훈이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날 때 한 사람(자오즈민)은 돈을 벌고, 한 사람(안재형)은 미국 현지에서 뒷바라지하기로 결정했다. / DP월드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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