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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만 밟은 길...넬리 코다, ‘골든 슬램’ 운명의 7월 [박호윤의 IN&OUT]
에비앙과 AIG오픈, 둘 중 하나 우승이면 달성
역대 8번째 커리어 슬램, 두번째 골든 슬램 눈앞
김효주, 유해란 등 한국세 넘어야


넬리 코다가 자신의 골프 인생 중 가장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이번달 초, 말 열리는 두 개의 메이저 중 하나를 우승하면 역대 8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AP.뉴시스
넬리 코다가 자신의 골프 인생 중 가장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이번달 초, 말 열리는 두 개의 메이저 중 하나를 우승하면 역대 8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AP.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골프에서 한번쯤 정상에 오르는 선수는 적지 않다. 그것이 메이저 타이틀이라면 좀 더 어렵겠지만 이 또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들조차 웬만해선 이루지 못하는 꿈이 있다. 바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4개 또는 5개의 서로 다른 메이저를 모두 제패해야 하는 이 위업은 오랜 시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해야 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코스와 날씨마저 극복해야 하며,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의 운까지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골프 선수에게 '완성된 커리어'를 의미한다.

지금 세계여자골프는 그 완성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가 이번 주 프랑스에서 열리는 아문디 에비앙챔피언십, 또는 이달 말 영국에서 개최되는 AIG위민스오픈 가운데 하나만 우승하면 마침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다.

지난달 초와 말에 열렸던 US여자오픈과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리디아 고(뉴질랜드)였다. 이미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한 리디아가 이 두개의 메이저 대회 중 하나라도 우승했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물론,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여자골프에서 이 위업을 달성한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하지만 리디아는 그 기회를 모두 놓쳐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리디아 고가 멈춰선 자리, 넬리 코다에게 찾아 온 '더블 찬스'

이제 그 바통을 넬리 코다가 이어받는다. 코다 역시 이미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따라서 코다가 이번 에비앙이나 AIG에서 정상에 오르는 순간 ▲역대 8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 ▲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한 역대 두번째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 그리고 ▲LPGA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세 개의 역사가 한꺼번에 완성된다.

넬리 코다는 올시즌 참가한 10개 대회에서 메이저 2연승 포함 4승과 준우승 3회 등으로 상금, 올해의 선수, CME포인트, 평균타수 등 주요 지표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AP.뉴시스
넬리 코다는 올시즌 참가한 10개 대회에서 메이저 2연승 포함 4승과 준우승 3회 등으로 상금, 올해의 선수, CME포인트, 평균타수 등 주요 지표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AP.뉴시스

올해 LPGA 투어는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구도로 요약된다. 바로 코다의 독주다. ‘코다 1인과 나머지 130여 명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김효주를 비롯해 3명의 다승자(2승)가 나왔고 유해란은 코다의 메이저 3연승을 저지하며 첫 메이저 왕관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시즌 전체를 지배하는 존재감 만큼은 여전히 코다가 압도적이다.

2인 1조 팀 경기라는 특수성을 지닌 다우챔피언십을 제외한다면, 코다는 올해 출전한 9개 대회에서 우승 4회, 준우승 3회를 포함해 9번 모두 톱10에 진입하는, 경이롭다 못해 공포스러운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상금, CME포인트,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등 주요 지표에서 차점자를 거의 더블 스코어 차이로 압도하고 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실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무엇보다 ‘때’가 맞아야 한다. 선수 생활 내내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도전이 더욱 특별하다. 지금의 코다는 분명 커리어 최고의 전성기에 서 있지만 내년에도 세계랭킹 1위를 지킬 지, 지금과 같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이어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유럽 원정은 ‘또 한번의 기회’가 아니라 ‘가장 좋은 기회’인지도 모른다.

물론 코다에게 있어 명예의 전당 입성 자체는 시간문제다. 이번에 두 메이저를 모두 놓치더라도 현재의 압도적 페이스라면 올해의 선수상과 베어트로피를 통해 필요한 포인트를 채울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명예의 전당 입성을 위해선 27포인트가 필요한데, 코다는 이미 25점을 획득한 상태다) 결국 지금의 논점은 코다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리에 오르느냐 하는 것이다.

에비앙챔피언십의 챔피언이 가려질 18번홀 전경. 최근 리노베이션을 통해 벙커를 신설하는 등 변화를 꾀해 더욱 극적인 승부를 유도하고 있다./LPGA
에비앙챔피언십의 챔피언이 가려질 18번홀 전경. 최근 리노베이션을 통해 벙커를 신설하는 등 변화를 꾀해 더욱 극적인 승부를 유도하고 있다./LPGA

#2개 코스의 18번홀을 넘어야 새 역사가 이뤄진다

하지만 역대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코다라 할 지라도 그 앞에 놓인 길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특히 이번 주 마주할 에비앙 리조트GC는 최근 리노베이션 공사를 통해 코다의 발목을 잡을 변수를 심어 놓았다. 매년 극적인 승부처의 배경이었던 마지막 18번 홀(파5) 페어웨이에 2개의 까다로운 벙커를 신설한 것이다. 티샷 랜딩 존 우측과 세컨샷/레이업 랜딩 존 좌측을 정밀하게 조준한 이 벙커들은, 넬리 코다 처럼 압도적인 장타와 높은 탄도로 2온을 노리던 장타자들의 공격 본능을 억제하기에 충분하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1~2타 차 벼랑 끝 승부가 펼쳐질 때, 신설 벙커의 위험을 무릅쓰고 드라이버를 쥘 것인가, 아니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우회할 것인가를 묻는 전략적 시험대다. 코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멀리 치는 샷이 아니다. 이미 그는 누구보다 멀리 친다. 필요한 것은 순간의 욕망을 다스리는 '전략적 인내심'과 '영리한 코스 매니지먼트'다.

그리고 만약 에비앙에서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무대가 기다린다.

바로 AIG오픈이 열리는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다. 골프장마다 상징적인 홀이 있지만, 이곳 18번홀은 조금 특별하다. 이 홀은 수많은 우승자를 배출한 홀이 아니라 수많은 전설을 완성한 홀로 유명하다.

넬리 코다(왼쪽)가 지난 2024년 아니카 드리븐바이게인브릿지에서 우승한 뒤 호스트인 아니카 소렌스탐과 함께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아니카는 올해 AIG오픈이 열리는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에서 우승, 자신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바 있다./AP.뉴시스
넬리 코다(왼쪽)가 지난 2024년 아니카 드리븐바이게인브릿지에서 우승한 뒤 호스트인 아니카 소렌스탐과 함께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아니카는 올해 AIG오픈이 열리는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에서 우승, 자신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바 있다./AP.뉴시스

2003년 아니카 소렌스탐은 이곳에서 열렸던 위타빅스 위민스브리티시오픈을 우승, 자신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당시 그는 "메이저 마지막 홀에서 반드시 페어웨이를 지켜야 했다. 그 때의 드라이버 티샷은 내 커리어 최고의 스윙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그 이후에도 이 마지막 홀은 2018년 조지아 홀의 감동적인 우승, 게리 플레이어의 위기 탈출,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환상적인 칩샷 등 숱한 명장면을 품으며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왔다.

에비앙의 18번홀이 새롭게 태어난 '시험의 홀'이라면, 로열 리덤의 18번홀은 오랜 세월 위대한 선수들을 기다려온 '역사의 홀'이다.

#전성기 코다의 그랜드슬램 도전, 적(敵)은 경쟁자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

결국 승부의 실타래는 기술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심리전’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현재 코다의 샷 감이나 스윙 메커니즘 등 외적인 조건에는 결함이 없다. 다만 아무리 대범하려 해도 사방에서 조여오는 역사적 대기록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은 회피하기 어렵다. 에비앙의 까다로운 산악 경사와 AIG 오픈이 열리는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의 악명 높은 링크스 벙커, 그리고 변덕스러운 유럽의 날씨 등이 코다를 흔들 수 있다.

골프 역사에는 대기록을 앞둔 선수들이 마지막 한 걸음을 떼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역사를 만드는 가장 어려운 상대는 경쟁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유럽 원정에서 코다의 최대 라이벌도 세계랭킹 2위나 디펜딩 챔피언이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번 7월, 유럽에서 펼쳐질 두 번의 메이저. 어쩌면 넬리 코다의 골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에비앙챔피언십은 2000년 창설돼 LPGA와 LET(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려 오다 2013년부터 LPGA투어의 다섯번째 메이저대회로 승격됐다. AIG위민스오픈은 1994년 LPGA투어와 공동 주관으로 시작됐으며 2001년 메이저 타이틀로 편입됐고 그 첫 해 우승자는 한국 박세리다.)

넬리 코다(왼쪽)가 지난 2024년 아니카 드리븐바이게인브릿지에서 우승한 뒤 호스트인 아니카 소렌스탐과 함께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아니카는 올해 AIG오픈이 열리는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에서 우승, 자신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바 있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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