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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의 월드컵 파일] 한국축구, 원칙을 잃으면 미래도 잃는다
원초·원론·원칙...한국축구가 다시 시작해야 할 세 가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경기가 6월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진행된 가운데 손흥민(가운데)과 선수들이 0-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몬테레이=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경기가 6월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진행된 가운데 손흥민(가운데)과 선수들이 0-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몬테레이=뉴시스

[더팩트 | 최순호 전 국가대표] 한국축구는 또 한 번 큰 좌절을 경험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 앞에서 많은 비판과 아쉬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패를 제대로 극복하려면 감정부터 앞세울 것이 아니라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였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축구는 한 경기의 결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스포츠다. 더욱이 국가대표팀의 성패는 감독 개인이나 선수 몇 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지금 한국축구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원초적 성찰, 원론적 접근, 그리고 원칙의 회복이다.

◆ 원초적 성찰...시작을 이해해야 미래가 보인다

한국축구를 평가할 때는 먼저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출발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오늘의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하기보다 당시의 시대적 여건을 이해하는 일이 우선이다.

한국축구는 경제적 기반도, 훈련 시설도, 지도자 시스템도, 축구 행정도 모두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런 여건 속에서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어가며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분명 값진 성과다.

하지만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체계와 철학을 충분히 구축하지 못한 과제도 남았다. 시대는 달라졌다. 세계축구는 이제 경험보다 데이터가, 감각보다 과학이, 개인의 역량보다 시스템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과거의 성공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축구도 이제는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냉정하게 진단해야 한다. 시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 원론적 접근...성토보다 본질을 봐야 한다

대표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가장 먼저 감독이 도마에 오른다. 감독의 경기 운영과 선수 기용, 전술은 당연히 책임의 영역이다. 그러나 월드컵은 전술 하나만으로 승패가 갈리는 무대가 아니다.

전술은 선수들의 기술과 판단력, 체력, 경험, 조직력이라는 토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선수와 지도자, 행정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보면 감독이 원하는 축구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기술적 완성도와 팀 전체의 준비 수준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결과만 놓고 전술 실패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유소년 육성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도자 교육은 시대 변화에 맞게 발전하고 있는지, 행정은 현장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선수 개발 시스템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반복되는 비난은 감정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한국축구를 성장시키지는 못한다. 본질을 보는 시각이 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해답도 찾을 수 있다.

◆ 원칙의 회복...감정보다 기준이 한국축구를 살린다

한국축구가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원칙보다 감정이 앞서는 문화에도 있다. 문제가 생기면 누가 잘못했는지부터 찾고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어떤 과정에서 원칙이 무너졌는지를 차분히 돌아보는 일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발전은 냉정한 평가에서 시작된다. 무엇을 목표로 출발했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또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과 한 사람의 노력과 헌신을 존중하는 일은 서로 다른 가치다. 감독이 사퇴를 결정하기 전에는 함께했던 선수와 코칭스태프, 행정 관계자들의 평가와 의견도 충분히 듣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치는 문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마지막은 비난이 아니라 존중이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 지도자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국가대표라는 가장 어려운 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

감정은 순간을 움직이지만 원칙은 미래를 만든다. 한국축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비난보다 기준을, 감정보다 원칙을 우선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한국축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축구의 미래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과거를 정확히 이해하는 원초적 성찰, 본질을 바라보는 원론적 접근,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원칙의 회복. 바로 그 세 가지가 다시 출발해야 할 한국축구의 새로운 기준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경기가 6월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진행된 가운데 손흥민(가운데)과 선수들이 0-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몬테레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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