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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19명 시대'에도 증명...월드컵 희망 키운 'K리거의 반란'[이영규의 비욘더매치]
트리니다드토바고전 5-0 대승 물꼬의 주역은 K리거들
이동경 김문환 김진규 이기혁 등... K리거의 월드컵 선전을 기대


김문환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미국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평가전에서 속도감있게 볼을 몰며 들어가고 있다./프로보(미 유타주)=KFA
김문환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미국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평가전에서 속도감있게 볼을 몰며 들어가고 있다./프로보(미 유타주)=KFA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전체 26명 중 단 7명만 K리거. 조유민(샤르자)의 부상 낙마로 조위제(전북현대)가 대체 발탁되면서 겨우 한 명이 늘어난 수치다. 골키퍼 두 자리를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는 고작 5명뿐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바야흐로 '해외파 19명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단면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치러진 트리니다드 토바고전 5-0 대승의 물꼬를 튼 것은, 변방으로 밀려났던 이 소수의 K리거들이었다.

이날 경기의 숨은 주역은 단연 K리거들이었다. 실제로 전반 40분 손흥민(LAFC)의 선제골이 터지기 전까지, 대표팀은 상대의 촘촘한 밀집 수비에 막혀 극도로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완전히 내려앉은 상대의 정체된 템포를 깨뜨리고 활력을 불어넣은 동력은 다름 아닌 K리거들의 과감한 '직진성'과 유기적인 호흡이었다.

막혔던 혈을 뚫은 선제골 장면이 이를 증명한다. 중원에서 볼을 잡은 김진규(전북현대)의 날카로운 로빙 패스가 시작이었다. 이를 상대 박스 안쪽에서 안정적으로 받아낸 김문환(대전)이 골마우스로 침투하던 손흥민의 앞발에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배달하며 대승의 서막을 열었다. 이날 오른쪽 측면 깊숙이 침투하며 여러 차례 위협적인 크로스로 찬스를 만들어낸 김문환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여기에 깜짝 발탁된 이기혁(강원)의 존재감도 강렬했다. 왼쪽 센터백으로 출전한 이기혁은 과감한 측면 지원을 통해 공수 전환의 기폭제 역할을 해냈을 뿐만 아니라, 스리백의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동안 홍명보호가 애타게 찾던 전술 수행 능력을 갖춘 수비수 유형이 바로 K리그에 있었던 셈이다. 후반 이동경(울산HD)의 감각적인 왼발 아웃프런트 논스톱 크로스에 이은 조규성(미트윌란)의 헤더 골까지,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들의 이름값 뒤에는 대표팀의 전술적 다양성을 증명해 낸 K리거들의 헌신과 실력이 있었다.

이동경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후반 조규성의 헤더골을 어시스트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프로보(미 유타주)=KFA
이동경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후반 조규성의 헤더골을 어시스트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프로보(미 유타주)=KFA

◆ 대세가 된 유럽 중심주의, 그러나 도식화를 경계해야

물론 우리 역시 세계 축구의 흐름과 이웃 나라 일본의 선례처럼, 선진 무대를 경험한 해외파 자원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의 뼈대를 구축하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한국 축구 또한 K리그에서 실력을 입증한 뒤 해외로 진출해 다시 대표팀의 핵심으로 우뚝 서는 유연한 구조가 역사적으로 훨씬 유용했다. 분명 해외파의 성장은 한국축구의 체급을 살찌웠다.

그러나 앞으로 대표팀이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적은 해외파 일변도의 '도식적인 선수 구성'이다. 시선이 온통 해외로만 향하다 보니, 정작 등잔 밑에 있는 K리그의 진흙 속 진주들을 발굴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 전술에 정작 쓰지도 않을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을, 단지 해외 리그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로 이름값에 맞춰 줄 세우기 하듯 명단에 채워 넣는 관행은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이미 검증된 해외파라는 이름값 위주로 명단을 꾸리는 것은 감독이나 기술위원회 입장에서 가장 안전하고 쉬운 길(Easy Way)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K리거에 대한 무조건적인 과소평가가 작동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2026월드컵 본선무대를 앞두고 홍명보호에 깜짝 발탈된 이기혁이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상대진영으로 거침없이 돌진하고 있다./프로보(미 유타주)=KFA
2026월드컵 본선무대를 앞두고 홍명보호에 깜짝 발탈된 이기혁이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상대진영으로 거침없이 돌진하고 있다./프로보(미 유타주)=KFA

◆ K리거 발굴 노력이 대표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열쇠

K리그 현장을 샅샅이 훑으며 숨은 인재를 찾아내려는 치열한 노력이 생략된 대표팀은 결국 획일화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K리그 무대에는 여전히 전술적 필요에 따라 언제든 크랙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이승우(전북현대)나, 왕성한 활동량과 강력한 전방 압박 능력을 갖춘 서재민(인천) 같은 매력적인 대안들이 숨 쉬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의 대표팀 구성을 고민할 때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K리거들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해외파라는 익숙하고 안전한 선택지에만 안주하지 않고, 국내 무대의 숨은 자원들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때 대표팀의 전술적 스펙트럼도 더 풍성해질 수 있다.

◆이번 월드컵 K리거의 선전을 응원하는 이유

그동안 K리거의 국제무대 활약이 유럽 등 선진 무대로 나아가는 등용문이었으나, 이제는 능력 있는 K리거들이 자신을 선보일 기회조차 줄어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K리거들이 국제무대에서 더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만 한국 축구의 뿌리가 튼튼해지고 해외 진출의 선순환 구조도 유지된다.

어느 한 가지 방식에만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 진정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파의 선진 축구 경험과 실력에 더해, K리그에서 다져진 숨은 인재들의 간절함과 에너지를 고루 발탁하는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축구는 이름값으로만 하는 서커스가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장 효율적인 조합을 고민하는 유연성이야말로 본선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열쇠다. 다가오는 월드컵 무대에서 선입견의 벽을 깨고, 획일화의 늪에서 한국 축구를 구해낼 K리거들의 위대한 선전을 기대한다.

2026월드컵 본선무대를 앞두고 홍명보호에 깜짝 발탈된 이기혁이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상대진영으로 거침없이 돌진하고 있다./프로보(미 유타주)=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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