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대회에 3승-2승-2승-2승, 다승자 속출
27대회 만에 다승자 나왔던 지난해와 극과 극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지난해 6월 중순께, 이 칼럼을 통해 ‘LPGA투어 춘추전국시대, 15개 대회 챔피언 15명’이란 제하의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시즌을 절반 정도 소화한 시점까지도 2승자가 단 1명도 없는 이례적 현상을 다룬 내용이다. 2024년 같은 기간, 무려 6승을 혼자 쓸어 담았던 넬리 코다가 침묵을 지킨 반면 일본의 루키 4인방이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는 등의 이유로 근래 보기 드문 혼전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누구나 우승할 수 있다'...2025년의 다극화 현상
이 같은 현상은 이후에도 4개월 가까이 더 지속돼 26개 대회가 진행될 때 까지 복수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고 결국 10월 중순에서야 지노 티띠꾼이 뷰익LPGA상하이에서 정상에 올라 첫 다승자가 된 바 있다. 티띠꾼은 앞서 5월 미즈호 아메리카스오픈에서도 우승한 바 있으며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마저 석권해 3승을 기록했다. 결국 그는 올해의 선수상은 물론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의 야마시타 미유 역시 인상적이었다. AIG여자오픈에서 우승, 자신의 투어 첫 승을 메이저로 장식한 데 이어 연말 메이뱅크챔피언십도 거머쥐며 2승째를 기록해 티띠꾼과 함께 단 2명의 복수 우승자가 됐다. 야마시타는 결국 연간 치열하게 전개됐던 신인왕 경쟁에서도 최종 승자가 돼 일본에 2년 연속 신인왕 타이틀을 안겨 주기도 했다.

#32개 대회 우승자 29명...복수 우승자는 단 2명, 티띠꾼과 야마시타
이처럼 지난해는 유난히 예측이 어려운 시즌이었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승자가 바뀌었고, 특정 선수가 장기간 흐름을 지배하는 모습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매주 리더보드 상단의 이름이 달라졌고, "이번 주는 또 누가 정상에 오를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따라 붙기도 했다. 시즌이 막판에 다다르도록 다승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투어의 경쟁구조가 얼마나 혼전 양상이었는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누구나 우승할 수 있는 시대"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LPGA투어의 글로벌화와 무관하지 않다. 2010년대를 즈음한 시기부터 한국과 미국 중심의 경쟁구도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선수들에다 호주, 유럽 선수들까지 우승 경쟁에 가세하며 판도가 훨씬 복잡해 졌다. 지난해에는 일본 선수들이 대거 투어에 유입됨으로써 다극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연간 35~37개의 대회가 치러지는 일본투어에서 여러 해 정상을 지켰 던 다케다 리오, 야마시타 미유, 그리고 이와이 쌍둥이 자매 등은 지난해 동시에 투어에 뛰어 들어 초반부터 돌풍을 주도했으며 4명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대단한 기세를 과시한 바 있다.
여기에 절대 강자의 부재도 영향을 미쳤다. LPGA투어는 역사적으로 아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박인비, 고진영 등 시대를 지배하는 선수들이 존재했던 투어였다. 가장 최근에는 2024년 넬리 코다가 무려 7승을 쓸어 담으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지만, 지난해에는 부상과 컨디션 난조 속에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절대 강자의 공백은 자연스럽게 극심한 혼전으로 이어졌다.
#180도 달라진 2026년, 다시 시작된 '엘리트 지배'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LPGA의 풍경은 다시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아직 시즌의 35% 정도인 11개 대회만 치러졌음에도 벌써 다승자가 4명이나 속출했다. 지난해 긴 침묵을 지켰던 코다는 벌써 3승을 기록하며 다시 최강자의 위용을 되찾았고, 김효주와 해나 그린, 그리고 티띠꾼까지 각각 2승씩을 기록하며 다승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시즌이 80% 이상 진행될 때까지 모든 우승자가 달랐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극과 극’의 흐름이다.
특히 코다의 경기력은 압도적이다. 시즌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TOC 우승으로 출발한 그는 이후 봄철 아시안 스윙 3개 대회를 건너뛰었음에도 이후 다섯 개 대회에서 ‘준우승-준우승-준우승-우승-우승’이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01년 초반 6개 대회에서 4승과 두 차례 준우승을 기록했던 아니카 소렌스탐의 전설적 시즌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주 휴식을 취한 코다는 이번 주 크로거 퀸시티 챔피언십에 출전해 ‘7개 대회 연속 TOP2’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에 도전한다.
김효주의 분전 역시 인상적이다. 그는 포티넷 파운더스컵과 포드챔피언십을 차례로 제패하며 2015년 LPGA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시즌 다승자가 됐다. 특히 두 대회 모두 최종 라운드에서 코다와 사실상 1대1 매치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승부 끝에 따낸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 밖에도 해나 그린은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과 JM이글 LA챔피언십을 제패했고, 티띠꾼 역시 혼다 타일랜드와 최근 미즈호 아메리카스오픈 정상에 오르며 지난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춤하는 일본, 반등하는 한국
이처럼 상위권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지자 지난해 돌풍의 주역이었던 일본 신진 그룹은 자연스럽게 주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같은 시점, 일본은 다케다 리오가 블루베이LPGA, 사이고 마오가 셰브론챔피언십, 이와이 치사토가 리비에라 마야오픈을 각각 제패하며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여기에 스웨덴 루키 잉그리드 린드블라드까지 JM이글 LA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기록하는 등 신진 세력들의 패기가 돋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흐름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일본은 지난해 돌풍이 무색하게 아직 우승이 없다. 매 대회 1~3명 정도가 톱10에 이름을 올리고는 있지만 개인 기록 부문에서는 야마시타 미유가 CME 포인트 10위, 올해의 선수 부문 13위에 올라 있는 정도다.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일본과 비슷한 승수를 올리고도 메이저 우승 부재 등으로 우려의 시선을 받았던 한국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미향과 김효주가 3개 대회 연속 우승 흐름을 만들었고, 지난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윤이나도 서서히 제 기량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황유민까지 루키답지 않은 안정감으로 신인왕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시즌은 아직 초반이다. 메이저 대회도 단 하나밖에 치러지지 않았고, 전체 일정의 40%도 지나지 않았다. LPGA는 이동이 많고 코스 스타일 변화도 크다. 메이저 시즌에 접어들면 흐름이 급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다승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올해의 차이는 극명하다. 지난해 LPGA가 혼전과 다극화의 시즌이었다면, 올해는 다시 상위권 선수들이 반복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엘리트 지배 체제’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세계 랭킹 톱5 중 4명이 2승 이상씩을 기록 중이다. 결국 올 시즌 LPGA는 다시 한번 "강한 선수들이 투어의 흐름을 만든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진리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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