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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SK텔레콤오픈 역사 속으로...기업 후원 생태계 흔들리나 [박호윤의 IN&OUT]
장수 대회 전격 퇴장으로 KPGA투어 도미노 우려
반도체 호황에도 골프 외면, 왜?
남자골프, 새로운 갈림길 신호탄될 듯


최경주가 SK텔레콤오픈2024에서 박상현과의 연장 끝에 우승,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뒤 활짝 웃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KPGA
최경주가 SK텔레콤오픈2024에서 박상현과의 연장 끝에 우승,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뒤 활짝 웃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KPGA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30년 버틴 무대의 퇴장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내 남자프로골프계를 든든하게 지켜오던 SK텔레콤오픈이 올해부터 더 이상 대회를 열지 않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997년 창설돼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중단 없이 28회의 역사를 쌓아온 SK텔레콤오픈은 최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이 같은 의사를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2년 전부터 꾸준히 중단설이 나돌았고, 협회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회의 지속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결국 SK그룹의 결심을 돌려세우지는 못한 셈이다. SK텔레콤이 밝힌 정확한 중단 사유는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메이저급 위상...투어 기둥 역할

SK텔레콤오픈은 내셔널 타이틀인 코오롱한국오픈과 KPGA선수권 with A-ONE CC, 신한동해오픈, GS칼텍스매경오픈과 함께 오랜 기간 국내 남자투어를 떠받쳐 온 메이저급 대회다. KPGA 역시 역사와 전통, 상금 규모, 투어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인트를 일반 대회의 120%로 책정하고, 우승자 시드 역시 2년 더 긴 4년을 부여하는 등 특별 위상을 인정해 왔다.

대회는 IMF의 음산한 기운이 드리우던 1997년 5월,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GC에서 첫 막을 올렸다. 그해 12월 국가가 긴급 구제금융을 받는 이른바 ‘IMF 시절’이 도래했고, 이후 수년간의 극심한 경제 위기가 지속됐음에도 대회는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개최 10년째였던 2006년에는 당시 남자대회에 도전장을 던져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미셸 위가 출전해 컷 통과 후 공동 35위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2001년부터는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 대회로 확대됐고, 코리 페이븐과 프레드 커플스 등 세계적 스타들을 초청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흥행 대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대회에서 포토콜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 뒷줄 왼쪽 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비오, 최경주, 김한별, 박상현, 양지호, 장희민./KPGA
2022년 대회에서 포토콜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 뒷줄 왼쪽 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비오, 최경주, 김한별, 박상현, 양지호, 장희민./KPGA

#최경주와의 특별한 인연

이 대회는 특히 최경주와 각별한 인연을 지닌다. 창설 첫 대회 공동 3위, 이듬해 공동 2위로 인연을 맺은 그는 PGA투어 진출 이후에도 꾸준히 출전했고, 2003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5년, 2008년 정상에 오르며 대회 최다 우승자로 이름을 남겼다. 이후 15년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2024년 제주 핀크스GC에서 열린 박상현과의 연장전에서 극적으로 다시 우승, 통산 4승과 함께 54세 최고령 우승 기록까지 세웠다. 이 대회에서만 13차례 톱10을 기록한 ‘SK텔레콤오픈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우승자 명단 역시 한국 남자골프의 흐름을 대변한다. 초대 챔피언 박노석을 시작으로 최광수, 박남신이 초창기를 이끌었고, 박남신은 첫 2연패 기록을 세웠다. 이후 위창수, 배상문, 김비오, 최진호 등이 다승을 기록하며 시대별 간판선수들이 차례로 정상에 올랐다.

이렇듯 IMF 직후 스포츠 스폰서십이 위축된 시기에도 대회를 지속 후원하며 기업 주도 골프 후원의 대표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아온 SK텔레콤오픈의 중단은 업계와 팬들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SK그룹은 대회 개최 외에도 최경주, 최진호, 박인비, 최나연 등 남녀 스타들을 후원했고, 장학사업과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주 발굴에도 힘써왔다. 대회를 열고, 선수를 키우고, 꿈나무를 지원하며 한국 골프의 국제적 위상을 함께 끌어올린 다층적 후원 구조였다.

SK텔레콤오픈2019 재능 나눔 행복 라운드에서 최경주가 아마추어 선수에게 그립 레슨을 하고 있는 모습./KPGA
SK텔레콤오픈2019 재능 나눔 행복 라운드에서 최경주가 아마추어 선수에게 그립 레슨을 하고 있는 모습./KPGA

#실적 호황 속 철수... 왜 지금인가

그렇다면 왜, 더구나 전 세계적 반도체 호황 속에서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이 시점에 30년 역사의 대회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일까.

통상 기업이 골프대회 후원을 중단하는 이유는 재정 위기일 때가 많다. 그러나 SK는 그 반대 상황이다. 때문에 사업 구조 변화가 더 설득력 있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동통신 중심 시절에는 대중 인지도와 브랜드 친밀도가 핵심 자산이었고, 골프대회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훌륭한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AI, 데이터, 반도체 등 기업 간 거래 중심 산업 비중이 확대됐고, 사회공헌 역시 탄소중립, 사회적 가치, 청년 지원 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스포츠 마케팅의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미노 우려 커지는 스폰서 시장

문제는 파장이다. "SK텔레콤 같은 기업도 안 하는데…","투자 대비 효과가 낮은 것 아닌가…"

이런 질문이 이어질 경우 후원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더욱 정밀하게 관리하는 흐름 속에서 골프 후원이 언제든 조정 가능한 ‘선택 항목’으로 인식된다면 투어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대회 하나의 종료가 아니라 한국 남자골프가 새로운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침체 국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투어는 기업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기업은 왜 골프를 후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구체적 실행이 뒤다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새로운 타이틀 스폰서 발굴, 장기 후원 인센티브 설계, 투어 브랜드 가치 제고 등 실질적 대응 없이는 위기 극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SK텔레콤 외에도 최근 4년간 알차게 열려온 또 다른 지방 대회 역시 후원을 중단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오픈2019 재능 나눔 행복 라운드에서 최경주가 아마추어 선수에게 그립 레슨을 하고 있는 모습./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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