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칼럼
한국스포츠 외교 ‘김재열 시대 개막’과 IOC 집행위원의 '속살'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IOC의 심장 집행위원회 입성
‘헤드’ 회장 엘리아쉬 위원 제치고 동계 대표 
개인자격 IOC위원까지는 삼성 지원 필수  


지난 2월 4일 김재열 국제빙상연맹 회장이 사상 두 번째 한국인 IOC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사진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 셋째날인 9일 이탈리아 NH 밀라노 콩그레스 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김재열 회장. / 뉴시스
지난 2월 4일 김재열 국제빙상연맹 회장이 사상 두 번째 한국인 IOC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사진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 셋째날인 9일 이탈리아 NH 밀라노 콩그레스 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김재열 회장. / 뉴시스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밀라노에서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습니다. 김재열 IOC위원(국제빙상연맹 회장, 1968년생)이 지난 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145차 총회의 집행위원 선거에서 4년 임기의 신임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것입니다.

한국의 유일한 IOC위원이 사실상 IOC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집행위원회에 입성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서 축하한 것처럼 의미가 큽니다. 역사적으로도, 비록 고배는 마셨지만 동양인 첫 IOC위원장에 도전했던 고 김운용 IOC부위원장이 1988년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이래 사상 두 번째입니다.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의 윤강로 원장(IOC 헤리티지 위원)은 "예상 밖의 쾌거다. 한국 스포츠외교에서 ‘김재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 일단 팩트체크가 필요합니다. 김재열 위원은 총회 투표에서 유효표 100표 중 찬성 84표, 반대 10표, 기권 6표를 받았습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는데,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조금 서운한 결과입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IOC 집행위원회는 15명의 멤버로 구성됩니다. 위원장(커스티 코벤트리)과 4명의 부위원장이 당연직으로 참가하고, 일반위원 중 10명을 선출합니다.

그런데 10명 중 4명은 각각 하계종목대표, 동계종목대표, NOC대표, IOC선수위원장이 맡습니다. 이번에 김재열 위원이 당선된 집행위원은 바로 동계종목 몫입니다. 2018년 동계종목 대표로 집행위원이 된 이보 페리아니(이탈리아 1960년생)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회장의 임기(4+4년)가 만료되는 까닭에 그 후임을 뽑은 것입니다. 후임자로 결정됐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고, 총회 투표는 절차상의 일이죠. 그래서 비찬성표 16표가 오히려 적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밀라노 발 셀카 한 장.' 지난 6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SNS에 올린 사진. 왼쪽부터 김재열 IOC 집행위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 페이스북(김관영)
'밀라노 발 셀카 한 장.' 지난 6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SNS에 올린 사진. 왼쪽부터 김재열 IOC 집행위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 페이스북(김관영)

# 조금 더 보면 이렇습니다. 최대 115명이 정원인 IOC위원은 70명의 개인 자격, NOC(국가올림픽위원회)와 IF(국제연맹), 그리고 선수위원이 각각 15명의 정원으로 구성됩니다. 김재열 위원은 2022년 6월 국제빙상연맹(ISU) 회장으로 선출됐고, 이어 2023년 10월 IF 자격의 IOC위원으로 뽑혔습니다.

보통 IF자격 IOC위원은 동계종목(총 7개 종목) 3명, 하계종목(총 28개 종목) 12명으로 선출됩니다. 현재 동계종목 IOC위원은 김재열 위원을 포함해 이보 페리아니, 그리고 요한 엘리아쉬(스웨덴) 국제스키연맹(FIS) 회장 3명입니다. 페리아니의 후임을 뽑는 것이니, 김재열 위원은 엘리아쉬 위원을 제친 셈입니다. 엘리아쉬는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헤드'의 회장이고, 지난 IOC위원장 선거에도 후보로 나선 바 있습니다. 그를 견제하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IOC 수뇌부는 경력이 짧은 김재열 위원을 후임자로 선택한 것입니다.

# IOC에서 집행위원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대부분 주요사안을 집행위원회가 결정하고, 총회에 투표를 붙이니 IOC위원들이 ‘우리는 거수기냐?’는 불만이 높을 정도입니다. 이에 올림픽 개최지 선정 등에서 IOC위원들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김재열 집행위원의 임기는 4년이고, 재선할 경우 8년까지 IOC의 핵심멤버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라북도)이 유치전에 뛰어든 2036 하계 올림픽 유치를 비롯한 IOC의 굵직한 사안에 대해 김재열 위원의 입김이 작용할 것입니다. 김운용 전 부위원장 이후 한국의 스포츠외교가 다시 힘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그래서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IOC집행위원 선출에서 김재열 회장이 제친 요한 엘리아쉬 FIS 회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인다. 스웨덴 태생으로 주로 영국에서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엘리아쉬 회장은 <더 타임>지 선정 2025 영국 부자순위 42위(약 8조5000억원)에 올랐고, 2005년에는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아마존 숲을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인스타그램 temp
이번 IOC집행위원 선출에서 김재열 회장이 제친 요한 엘리아쉬 FIS 회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인다. 스웨덴 태생으로 주로 영국에서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엘리아쉬 회장은 <더 타임>지 선정 2025 영국 부자순위 42위(약 8조5000억원)에 올랐고, 2005년에는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아마존 숲을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인스타그램 temp

# 극복해야 할 난관도 있습니다. 김재열 위원은 IF자격 IOC위원입니다. ISU회장 자리를 잃는다면 집행위원은 물론, IOC위원직까지도 상실합니다. ISU 회장선거는 오는 6월(예정)께 치러질 예정이니, 여기서 반드시 재임에 성공해야 합니다. 무난히 회장 자리를 수성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ISU가 삼성의 후원을 기대하고 김재열을 수장으로 뽑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없었다는 반대파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재열 위원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IOC위원 및 집행위원 유지는 물론이고, 오는 2028년 페리아니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동계올림픽종목협의회(WOF, 구 AIOWF)의 수장에도 도전할 만합니다.

# 김재열 위원의 다음 목표도 뚜렷합니다. 바로 개인자격 IOC위원입니다. 한국의 마지막 개인자격 IOC위원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20년 타계)입니다. 유승민은 선수위원,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은 NOC 자격의 IOC위원이었죠. 70세까지 정년(향후 연장 가능성 높음)이 보장된 개인자격 IOC위원이 돼야 IOC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습니다.

관건은 삼성의 ‘돈’입니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IOC 최상위 후원 프로그램인 TOP(The Olympic Partner)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계약은 2028년 LA올림픽까지이고, 현재 후원금은 최소 1억 달러(약 146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삼성가(家)의 둘째사위인 김재열 위원이 삼성의 후원계약 연장을 이끈다면 IOC는 그에게 ‘개인자격 IOC위원’을 선물할 가능성이 큽니다. 초고속 IOC위원-집행위원 선출도 이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김재열 IOC집행위원이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삼성가의 지원이 필수라는 분석이 많다. 사진은 지난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김재열 IOC 집행위원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왼쪽) 부부. / 뉴시스
김재열 IOC집행위원이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삼성가의 지원이 필수라는 분석이 많다. 사진은 지난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김재열 IOC 집행위원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왼쪽) 부부. / 뉴시스

# 김재열 위원이 IOC에서 고 김운용 부위원장에 버금갈 만큼 핵심인물로 성장하기 위해선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는 조기 미국유학파로 영어에 능통하고 성품도 무난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하지만 ‘삼성 사위’에 앞서, 증조부가 인천 김성수, 조부가 일민 김상만인 동아일보 집안 출신답게 귀족 이미지가 강하고, 대인관계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IOC위원들에게 다가서며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삼성에서는 사위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위 처남인 이재용 회장이 스포츠에 대해서는 관심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고 이건희 회장의 스포츠유산을 사위가 승계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제 한국 스포츠외교는 김재열 시대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 결실이 잘 나오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김재열 IOC집행위원이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삼성가의 지원이 필수라는 분석이 많다. 사진은 지난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김재열 IOC 집행위원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왼쪽) 부부. / 뉴시스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