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시장 분석과 자기 객관화 우선
섣부른 FA 신청은 은퇴 재촉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2618개)의 손아섭(38)이 딱한 처지에 놓였다. 개인 세 번째 FA를 신청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없다. 원 소속팀 한화 이글스마저 계약 의지가 없다. ‘FA 미아’ 위기다. 자칫 강제 은퇴로 내몰릴 수 있다. 손아섭은 은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전적으로 손아섭 자신의 책임이다. FA 제도는 선수들 권익을 위해 1999년 도입됐다. 이전까지 한국 프로야구는 트레이드되지 않는 한 자의로 팀을 옮길 수 없었다. 아무리 잘해도 연봉은 찔끔찔끔 올랐다. FA 제도가 생기면서 선수에게 ‘대박’의 기회가 찾아왔다. 획기적인 변화였다. 스타 반열에 오른 선수는 FA 계약 한 번으로 평생 쓰고도 남을 거금을 손에 쥐게 됐다. 손아섭 역시 8년 동안 두 차례의 FA 계약으로 162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손아섭은 이번에도 자신 있게 FA를 신청 했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그동안 손아섭의 시장 가치가 하락했지만 정작 선수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 손아섭은 교타자다. 통산 타율이 .319이며 지난해에도 .288로 수준급 타격 실력을 보였다. 문제는 다른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홈런은 최근 5년 평균 4개에 불과하며 주루와 수비 능력은 경쟁력을 잃었다. 모든 구단이 손아섭을 외면하는 이유다.
선수가 FA를 신청하려면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아울러 자신의 실력을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보상 선수를 주면서까지 자신을 데려갈 팀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2025년부터 도입된 경쟁균형세(셀러리캡)를 참작해 입단 가능한 팀을 추려 나가야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만 보면 손아섭은 ‘자기 객관화’에 실패했다. 타격-수비-주루 등 모든 지표가 하락했는데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 것이다. 안타까운 건 한화도 마찬가지다. 한화는 일찌감치 손아섭을 전력 외로 분류했다. 대신 강백호를 4년 100억 원에 영입했다. 외야 한 자리는 요나단 페라자 몫이다.
이쯤 되면 손아섭은 한화에 대한 미련을 접는 게 자연스럽다. 손아섭이 FA 신청을 한 건 한화를 떠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한화는 따가운 여론에 몸을 사리고 있다. 통산 최다안타 선수를 ‘FA 낭인’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들을까 염려한다. 사인 앤 트레이드 등 여러 방법을 찾았지만 손아섭을 원하는 구단이 없었다. 그렇다고 주전으로 쓰지도 못할 선수에게 거금을 투자하는 건 더욱 아니다.
만일 손아섭이 시장 상황이나 자신의 현재 위치 등을 냉정하게 파악해 FA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손아섭은 한화와 지난해와 비슷한 연봉에 재계약했을 것이다. 그리고 절치부심해 1년 뒤 FA 시장을 다시 두드릴 수 있다. 하지만 FA 신청을 한 이상 선택지는 없다. 한화의 선처를 바라거나 유니폼을 벗거나 둘 중 하나다. FA는 선수에게 ‘대박’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철저히 ‘소외’시키기도 한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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