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민성호가 이제 가장 높고 험난한 산을 마주했다. 경기력 논란과 비판 속에 힘겹게 2026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 4강에 오른 한국이 만날 상대는 다름 아닌 '숙명의 라이벌' 일본이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18일 호주를 2-1로 꺾고 2026 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6년 만의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별리그 내내 이어진 졸전, 그리고 호주전 후반에서도 드러난 불안한 경기력은 여전히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제 전술과 전략을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바로 20일 한일전에서다.
축구에서 한일전은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일본전 패배는 용납하기 힘든 결과다. 특히 이번 4강전은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층위의 명분과 과제가 얽혀 있는 '외나무다리 승부'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 회복, 아시안게임을 앞둔 기선 제압, 그리고 이민성 감독 개인의 지도력 입증이라는 복합적인 과제가 이 한 판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첫째, '아시아 최강' 일본의 기세를 꺾어야 할 명분이다. 이번 대회 일본의 행보는 무섭다. 그들은 2028년 LA 올림픽을 겨냥해 21세 이하(U21) 선수 위주로 팀을 꾸렸음에도 조별리그 전승, 무실점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였다. 만약 두 살 위 멤버인 한국이 일본의 '동생'들에게 패한다면, 그 충격파는 배가 될 것이다. 반대로 일본의 대회 2연패를 저지하고 우리가 결승에 오른다면, 일본의 기세를 꺾는 동시에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단숨에 회복할 수 있다.
둘째, 한국 축구의 '트라우마'를 씻어낼 기회다. 우리는 아직 아프다. 지난 2024년 대회 8강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에 패해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었던 '도하의 비극'이 생생하다. 또한, U23 아시안컵 무대에서 일본에 당한 2016년 결승 역전패(2-3), 2022년 8강 완패(0-3)의 빚도 갚아야 한다. 최근 A대표팀마저 일본에 연패를 거듭하며 구겨진 자존심을 아우들이 되살려줘야 할 시점이다.
셋째, 이민성 감독 개인과 팀의 미래가 걸린 '분수령'이다. 이민성 감독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예선 도쿄 원정에서 통쾌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도쿄대첩'을 완성한 영웅이다. 누구보다 한일전의 무게감과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잘 아는 인물이다. 현재 그를 향한 여론은 싸늘하다. 하지만 이 위기 상황에서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다면, 그간의 비판은 '우승을 위한 성장통'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 다가올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승리를 통해 확실한 자신감과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호주전 승리로 선수들의 부담감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이제는 정신력 싸움이다. 객관적 전력이나 조직력에서 일본이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한일전의 역사는 항상 데이터 밖에서 쓰였다.
이민성호에게 이번 한일전은 위기이자 기회다. 지면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겠지만, 이기면 드라마틱한 반전의 서막이 된다. 오는 20일, 이민성 감독이 '도쿄대첩'의 영웅에서 '감독 이민성'으로서 다시 한번 일본을 울릴 수 있을까. 한국 축구의 봄이 다시 올지, 아니면 더 깊은 겨울로 들어갈지, 그 운명의 90분이 기다리고 있다. 숙명의 한일전, 이제는 결과로 증명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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