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대응·수습 대책 강화 '위험사회' 벗어나야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이태원, 홍대거리와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핼러윈 클럽·거리문화가 확산됐다. 2022년 10월 29일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올해 이태원 참사 3주년을 맞이한다. 당시 핼러윈 데이를 앞둔 토요일 주말, 해밀턴호텔 뒤편의 좁은 골목길에 몰린 수많은 인파 사고는 아비규환이었다. 159명 사망, 195명 부상이라는 숫자가 기억에 남는다. 재난 관리와 위기 대처에 실패한 정부는 오점을 남겼다.
순교자와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은 서기 609년 교황 성 보니파시오 4세가 로마 판테온 신전을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한 날로 알려진다. 만성절 이브인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에도 MZ세대가 자주 찾는 성수동 카페거리, 압구정 로데오거리,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 명동거리, 신촌, 왕십리역 등지에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다음 달 2일까지 14개 주요 핼러윈 인파 밀집 예상 지역에 대한 특별 안전관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개인의 안전 의식과 행동도 중요하지만 안전조치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은 분명하다. 철저한 예방 대책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야 한다.
핼러윈 이벤트는 호러, 스릴러로 평가되고 공포, 죽음, 유령 등과 연결된다. 사실 핼러윈은 악령을 퇴치하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켈트족의 풍습이었다. 이를 계승한 아일랜드인들이 19세기 중반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축제로 자리 잡게 됐다. 악령들을 속이는 괴물, 마녀, 유령과 같은 모습으로 인간 세상을 떠도는 영혼들의 길잡이가 될 ‘귀신들의 축제’인 셈이다. 그래서 주황색 호박을 파내고 눈, 코, 입을 도려내 촛불을 밝힌 도깨비 모양의 호박등 잭오랜턴(Jack-O-Lantern)이 대표적인 상징이 됐다.

핼러윈은 전통적으로 어른보다 어린이 축제로 이어온 서양의 풍습이다. 오늘날은 가면무도회와 같은 청년들의 파티, 축제로 즐기게 되면서 상업적인 행위도 성행하게 됐다. 억압된 자아를 가면의 익명성을 통해 숨기게 될 때 자칫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반문화적 행위에 빠질 수도 있다.
또 가면무도회와 같은 거리 축제는 두려움을 떨치고 일상으로부터 탈주해 상상 속의 은폐된 욕망을 분출시키게 되지만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는 공동체적 일체감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흉측한 외모를 가린 '오페라의 유령' 에릭의 가면 또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한국의 탈 속에서도 해학과 사랑, 인간미를 발견하게 된다. 가면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희로애락의 얼굴을 표현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생활 도구가 된 소셜 네트워크에 허구의 가면이 난무하고 있다. 가면을 던져버리고 이상적인 사회적 기준에 동의하기보다는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가면으로 자신을 숨기고 꾸민다. 이번 법사위 국감에서도 가면으로 가려진 허무맹랑한 조롱이 난무했다. '조요토미' 팻말을 들고 "나경원 의원은 언니가 없습니다" 해프닝도 불안한 정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치가 앞장서서 지켜야 할 국민에 대한 안전핀이 뽑히고 여기저기서 가식의 폭발음이 거세다.
안전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안전불감증이 보편화되는 재난안전 인식의 쇠퇴는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신행주대교·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서해훼리호·세월호 침몰 사고 등 매년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노출돼 왔다. 자연재해, 산업재해가 지속되는 위험사회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 안전을 추구하는 정부의 대응과 수습 대책이 강화돼 '안심 대한민국'이 더 견고하게 구축돼야 한다.
올해 핼러윈 분장과 가면이 악마와 악령을 쫓아내고, 인간의 안전 욕망으로 연결되는 인터페이스가 되길 바란다. 기본적인 안전욕구가 해결돼야 상위 단계의 자아실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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