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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의 월미도에서] 보스턴처럼 대학·도시·기업 동반 성장 사례 만들자
지역 대학은 도시의 미래이고 경제 성장의 동력
'서울대 10개 만들기'…대학 육성 구조개혁부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21대 대선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더불어민주당의 10대 공약 중 하나였다. 5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해 지역 거점 국립대학 9개를 집중 육성함으로써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구현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을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공교롭게도 논문 표절 시비로 사퇴 압박을 받는 이 장관 후보자가 서울대를 10개나 복제하겠다고 하니 학령인구의 감소, 신자유주의 고등교육 환경의 공공성 확보 등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다변화하는 시대에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그러나 국·사립대학의 성장 격차, 대학 재정의 양극화에 따라 대학 서열화 등의 문제가 개선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구조개혁 없이 막대한 교육비를 투입한다고 해서 풍토가 서로 다른 대학들이 서울대 수준의 연구 업적을 달성하게 되리란 보장도 불투명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에 비유되는 만큼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교육의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수반하는 복잡한 과제이다. 특히 상대적 평가와 석차에 의해 결정되는 입시 결과,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입시제도에 따른 사교육 확산 등 근본적인 입시의 대전환이 선결되지 않고는 대학 서열화를 막을 방도도 없어 보인다.

지난 11일 대학문제연구소와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가 주최한 '대학체제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비판적 검토' 토론회에서도 고등교육 체제 전반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또 향후 10년 내 상당수의 지방 사립대학이 경영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서울대 만들기' 정책이 섣불리 추진되면 기존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인재양성지원(BK21),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 사업 등과 같은 다양한 대학 재정 지원 사업과 별다른 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중론이다. 혁신과 변혁을 거듭해온 카이스트(KAIST) 정도의 글로벌 성장 과정을 만들 수 있어야 하겠다.

11일 대학문제연구소와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비판적 검토' 토론회를 고려대에서 열었다. /이준영 기자
11일 대학문제연구소와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비판적 검토' 토론회를 고려대에서 열었다. /이준영 기자

지역과 기업이 상생한 성장 도시에는 명문 대학들의 역할이 동반된다. 미국 보스턴은 지역 하버드대와 MIT의 의학 분야에 힘입어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지역 대학들은 첨단 연구단지와 공동 캠퍼스를 구축하고 기업, 인재를 유치해 지역을 살렸다. 샌프란시스코 스탠퍼드대 등은 실리콘밸리에 우수 인재를 공급하고 스타트업을 키워냈다. 뉴욕 시라큐스대, 일본 요코하마 지역대학은 도시재생에 성공한 대학들이다. 스웨덴 스코네주 말뫼시도 대학과 도시의 동반 성장을 달성한 곳이다. 프랑스 코트다쥐르주 니스 인근의 첨단 연구단지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지자체가 앞장서 IBM, 에어프랑스 등 25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하고 대학을 육성해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등 쇠락한 도시를 교육도시, 혁신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대학 육성에 성공한 해외 선진 도시들처럼 우리도 지방정부, 기업, 대학이 협력하는 산·학·관의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우려 속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인 라이즈(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Education) 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방정부와 대학의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한 라이즈는 정주형 인재 양성의 기반을 구축하고 지·산·학·연 협력으로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있다. 또 지역 주민의 직업·평생교육을 지원하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대학의 역량을 발휘해 지역 인재 양성, 취·창업 지원, 정주 생태계 구축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이다. 교육부는 라이즈가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 프로젝트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학벌사회와 사교육을 키워 한국 고등교육의 폐단을 부추긴다는 시각과 함께 지역 국립대학에 한정된 지원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당면했다.

인구 감소, 지방 소멸 현상, 장기간의 등록금 인상 동결 등으로 신입생 충원에 실패하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부실 대학들이 점차 경영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더욱이 대학 시설 인프라 등을 지원할 사학재단의 공공적 기여가 지지부진한 현실에서 지방 사립대의 공영화가 공론화되는 상황이다. 국립·사립의 구분을 허물고 지역의 특성을 살린 거점 대학, 국책대학 만들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선진 도시의 성장은 첨단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맞춤형 대학 운영 체제를 구축한 성과이다. 정부 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대학 육성에 대한 역할과 의지가 결집되어야 할 때다.

대학은 풍부하고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의 문제 역시 지역 경제 성장을 견인할 대학 육성에 달렸다. 우수 기업의 지역 정주 정책을 수립하고 연계하면 연구·교육 중심 기능의 선택과 집중, 대학의 수월성과 특수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대학은 도시의 미래이고 경제 성장의 동력이다.

11일 대학문제연구소와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비판적 검토' 토론회를 고려대에서 열었다. /이준영 기자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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