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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대편에 서지 마라’...‘안미경중(安美經中)’의 종언[이우탁의 인사이트]
美의 세계전략, 中전방위 압박...동맹국과 함께 대중전선 구축
‘전략적 모호성’...한미 관계 굳건해야 대중외교 공간 생겨


미국의 세계 전략은 동맹국과 함께 대중전선을 구축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한미 관계가 굳건해야 대중외교의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미국의 세계 전략은 동맹국과 함께 대중전선을 구축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한미 관계가 굳건해야 대중외교의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이 좋은 베팅이었던 적이 없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시절이던 2013년 12월 방한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의 반대편’이라니? 중국의 국가주석으로 등극한 시진핑은 그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고 말했다. 그 유명한 ‘신형 대국관계’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니까 바이든은 한국에 대해 ‘중국편에 서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과 심한 마찰을 빚고 있었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일본과 한국이 손잡아야 한다는 미국과 엇박자를 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2년 뒤인 2015년 시 주석(그리고 푸틴)과 함께 텐안먼 망루에 올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열병식을 지켜봤다. 미국은 한국 대통령의 중국행을 막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 때만 해도 미국은 중국과 전략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중국의 국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미국의 패권 아성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당시 서울을 찾았던 미국 고위 외교관은 "텐안먼 망루에 오른 한국의 대통령을 보는 것은 정말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한일관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인내했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5년 5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안미경중은 중국공산당의 덫에 걸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미국과 중국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데 미국은 더 이상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한 셈이다. 그는 "중국의 위협은 실제적이고 즉각적"이라고 이유를 댔다. 헤그세스 발언에서 미국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바이든 발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중국은 2010년 일본을 넘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때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40%였다. 2차 세계대전이후 세계패권을 장악해온 미국은 도전국의 GDP가 50%에 육박하면 잠재적 패권도전국으로 보고 60%가 넘으면 실체적 패권도전국으로 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대전략이라고 부른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66% 수준에 달했다. 트럼프가 왜 당시 그토록 중국을 거칠게 다뤘는지 알게한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중국의 경제력은 커져만 갔다. 2021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80%를 넘어섰다. 2030년대 후반이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의 마음이 급해져갔다. 2024년 대선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친 트럼프가 당선된 데에는 미국인들의 절박함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중국을 잡아달라"는 것이다.

재집권한 트럼프는 중국에 아예 ‘무역하지 말자’는 기세로 관세폭탄을 던졌다. 또 가용한 모든 경제적 제재수단을 총동원하는가 하면 중국 유학생의 미국행을 막겠다는 황당한 카드까지 쓰고 있다. 외교적 압박은 물론 군사전략까지 바꾸면서 중국을 굴복시키려하고 있다. 헤그세스의 절박한 목소리는 곧 트럼프의 의지를 대변한다. 다시말해 미국은 ‘안미경중의 종언’을 원한다는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이 "우리는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재설정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은 구소련과 대결했던 동서냉전과 같은 새로운 냉전, 즉 중국을 적국으로 상정한 패권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선전포고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은 곧바로 한국의 안보전략과 연결된다. 국내 일각에서는 힌미동맹을 중심축으로 하면서도 중국과도 우호적 관계를 원하는 기류가 강하게 퍼져있다.

하지만 ‘미국 편에 확실히 서라’는 워싱턴의 절박함을 감안할 때 미중 사이에서 일정한 ‘모호성’ 또는 균형을 유지하자는 주장은 미국의 외면, 또는 갈등을 유발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심지어 미국의 반대편에 설 경우의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바야흐로 신냉전의 세계질서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한국의 국익을 사수해야할 과제가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어깨에 올려져있다. 한미 관계의 중심축이 굳건해야 그 속에서 대중 외교의 공간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은 동맹국과 함께 대중전선을 구축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한미 관계가 굳건해야 대중외교의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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