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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LIV골프, 국내 젊은 층 홀렸다 [박호윤의 IN&OUT]
디섐보 우승, 지드래곤 거미 환상 콘서트로 수만 관중 열광
내년도 개최도 확정, 국내 남녀투어 메이저 일정 겹친 것은 아쉬워


브라이슨 디섐보(왼쪽 두번째)가 이끄는 크러셔스 GC 팀이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시상식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인천=뉴시스
브라이슨 디섐보(왼쪽 두번째)가 이끄는 크러셔스 GC 팀이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시상식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인천=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골프 팬들의 많은 관심 속에 국내에서 처음 열렸던 ‘LIV골프 코리아’가 지난 4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무려 2,500만달러(약 350억원)에 달하는 상금, 판이한 경기 진행, 시끌벅적 자유분방한 경기장 분위기 등 우리가 알고 있던, 우리에게 익숙했던 골프 대회의 느낌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골프장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만끽했다.

스코티 셰플러, 로리 맥길로이와 함께 현존 세계 최강의 골퍼로 평가받으며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가 찰스 하월3세와 접전 끝에 우승한 것도 대회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데 일조했다.

LIV 측은 K-POP, K-Culture, K-Food 등 전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는 다양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일찌감치 한국을 유력 개최지 중의 하나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IV골프 코리아’가 사실 개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늦은 지난해 하반기에 확정됐음에도 전반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무난하게 치러졌고 주최 측 역시 대체적으로 만족해 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대회 기간 중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날의 경우만도 1만 여명은 족히 넘는 인파가 몰려 세계최고 수준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특히 40대 이하의 젊은 갤러리들이 전체의 절반이 훨씬 넘어 LIV골프의 흡인력은 확인됐다고 할 수 있겠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챔피언이 결정되자 기뻐하고 있다./인천=뉴시스
브라이슨 디섐보가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챔피언이 결정되자 기뻐하고 있다./인천=뉴시스

LIV골프는 그간 국내에서는 직접 보기 힘들었던 여러가지 파격적인 면을 선뵀다. 우선출전 선수(54명) 숫자를 일반적인 대회의 1/3 수준으로 줄인 데다 전원이 18개 홀에 분산돼 동시에 플레이를 하는 샷 건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집중력을 높이고 경기시간을 대폭 줄였다. 덕분에 갤러리들은 가장 좋은 시간에 대회를 즐길 수 있었고 원하는 선수들을 집중 관전할 수 있었다.

기존의 대회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갤러리들의 움직임이나 소음 등을 철저하게 통제하나 LIV골프는 자유분방 그 자체다. 이 부분이 가장 파격인 셈이다. 오히려 음악을 틀고 함성을 유도하며 폭죽도 터뜨린다. 선수들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도 경기에 집중해야 하고 갤러리는 맘대로 즐기는 것이 공존하는 곳이다. 첫 날은 다소 어색해하는 갤러리도 있었으나 마지막 라운드에는 충분히 동화돼 즐거움을 만끽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파티 홀’로 명명된 8번 홀(파3)에는 홀 전체를 VIP나 일반 관람석으로 에워 싸다시피 해 LIV골프 만의 자유로움이 절정에 달하기도 했다.

K-POP 최고의 스타들이 다수 출연한 콘서트도 반응이 좋았다. 대회 종료 후 드라이빙 레인지 반대편에 설치된 무대에서 지 드래곤, 거미 등 가수들은 수 천의 갤러리들과 함께 신나는 페스티벌을 즐겼다. 골프와 엔터테인먼트의 콜라보가 제대로 구현된 모습이었다.

이번 대회의 국내 행사를 맡아 진행한 IMG의 윤자영 부장은 "종래의 전통적 골프 대회를 10년 이상 진행해 본 사람으로서 골프가 30~40대 중심의 젊은 층 유입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그런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일반 티켓 가격도 물론 싸지 않지만, 고가의 VIP용 스카이박스 등도 반응이 좋았다. 볼거리가 되면 주머니를 과감히 여는 MZ세대들의 특징을 볼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욱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LIV 골프 코리아 1라운드 경기가 열린 2일 인천 연수구 잭니클라우스CC 1번홀에서 갤러리들이 존 람의 티샷을 지켜보고 있다./인천=뉴시스
LIV 골프 코리아 1라운드 경기가 열린 2일 인천 연수구 잭니클라우스CC 1번홀에서 갤러리들이 존 람의 티샷을 지켜보고 있다./인천=뉴시스

갤러리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국내 여러 매체가 취재해 보도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다른 대회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인데 여기는 맘대로 함성을 지를 수 있어 좋다", "스타들의 사진을 맘대로 찍을 수 있어 편했다", "세계적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하이파이브도 잘해준다", "젊은 갤러리들이 많아서인지 한층 분위기가 밝다" 등등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 반면 이런 분위기가 익숙치 않는 사람들은 "정신이 없고 혼란스러워 집중해서 보기가 어렵다", "컷 오프 없이 진행되다 보니 중하위권 선수들의 플레이는 긴장감이 없는 듯하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LIV골프 특유의 분위기는 전통과 권위, 예절을 중시하던 기존의 분위기를 탈피하고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로 갤러리속에 서서히 파고드는데 성공함으로써 골프 역사의 한 전환점이 되고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PGA투어에서도 몇몇 대회는 특정 홀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소위 ‘해방구’를 만들어 갤러리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골프는 여러모로 테니스와 많이 비교되고 있다. 테니스 역시 골프 보다 더한 전통과 명예, 예절 등을 중시해 온 스포츠다. 특히 윔블던은 모든 참가 선수는 남녀 불문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흰색 유니폼을 강제하고 있다. 또한 테니스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선수들이 플레이를 하고 있을 땐 움직이거나 소리를 낼 수 없으며 코트 체인지를 위한 휴식시간 외에는 경기장을 걸어 잠궈 관중들의 이동을 통제해 왔다.

5월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를 찾은 갤러리들이 선수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인천=뉴시스
5월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를 찾은 갤러리들이 선수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인천=뉴시스

그러나 테니스도 최근 들어 여러 면에서 관중 친화적인 쪽으로 규정을 바꾸고 있다. 이번 대회 1, 3라운드를 직관했다는 JSM 이진수 대표(WTA500시리즈 코리아오픈 토너먼트디렉터)는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을 필두로 1000시리즈 대회 대부분은 1층 관람석만 종전대로 통제할 뿐 2층이나 그 위쪽은 관중들의 움직임이나 소음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결국 프로 스포츠라는 것이 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이며 그러기 위해선 관중들 편의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프도, 테니스도 소음이나 움직임은 결국 선수 스스로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며 선수와 관중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얘기다. 이진수 대표는 "이번 대회 기간 중 사진 찍지 마세요. 선수 플레이합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등의 통제 소리가 없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하고 "그러나 테니스에 비해 갤러리들이 이용할 수 있는 푸드코트 등의 준비가 소홀한 듯하고 머천다이징 텐트에도 굿즈 등 기념품 등이 많이 부족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LIV골프는 돈으로 기존 골프 질서를 흔든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긴 하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골프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기존 골프투어를 변화시키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양 기구가 어렵사리 진행하고 있는 통합논의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결국은 서서히 서로가 닮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할 듯싶다.

‘LIV골프 코리아’는 내년에도 개최된다. 올해는 국내 KPGA, KLPGA투어의 메이저 대회와 일정이 겹쳐 관심의 분산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내년에는 로컬 투어의 주요 일정을 감안한 스케줄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5월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를 찾은 갤러리들이 선수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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