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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의 월미도에서] '우리가 남이가?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사회 통합 걸림돌 되는 지역 연고 할거주의
공직선거법 관련 인천시 정무라인 결단해야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한덕수 대선 예비 후보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오찬 회동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한덕수 대선 예비 후보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오찬 회동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1988년 노태우 정부로 시작된 6공화국은 김영삼 문민정부,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정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등 8명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37년의 헌정 체제를 유지해 왔다. 고건·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후 탄핵소추를 행사한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최상목·이주호 등 3명의 권한대행 체제를 만들었다. 비정상적인 헌정사를 기록하게 됐다.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87체제'의 개헌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막상 당선되면 권력의 승자 독식은 바뀌지 않았다. 매번 통합정부 조성 약속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노무현도 지역 차별의 문제를 통치 과제로 세웠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1987년 '1노 3김'의 대선에서 DJ는 광주·전남·전북, YS는 부산·경남, JP는 대전·충남, 노태우는 대구·경북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텃밭정치'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이런 선거 판세가 변화된 적이 없다. 특히 지역감정과 지역갈등은 정치의 핵심 영역을 차지하고 있어 선거에도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학연, 지연, 혈연 등 연고주의로 얽힌 사회 병리현상이 6·3 조기 대선도 흔들 기세다.

'우리가'를 선창하면 '남이가!'를 합창하는 건배사가 종종 술판에 등장한다. '우리가 남이가?' 표현은 영남의 지역 유대감을 넘어 집단의 결속으로 인식돼 왔다. 지역 유대는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정서적 안정감과 결집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상호 의존적 감정을 공유해온 결과로 이해된다. 하지만 정치적 지역감정이 내재하면 심리적 반감으로 작용할 수 있고, 철저히 고착화된 '우리끼리' 문화, 진영과 정파로 양분된 우리 사회의 지역 대립을 실감하게 된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발전하면서 지역 갈등은 차별, 편견 등으로 표출되고 풀기 힘든 사회적 과제로 남았다. 1992년 12월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정부 공공 기관장들이 부산 복국 음식점에서 나눈 '우리가 남이가' 대화가 녹취된 사건은 지역감정으로 회자되는 해프닝이 됐다. 선거철이 되면 향우회, 동창회 등 지역 연고를 내세우는 할거주의가 판을 친다.

대선 후보로 나선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5·18 민주묘지를 찾아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며 '통합과 사랑'을 외쳤지만 시민의 거부로 참배할 수 없었다. '고향 사람'을 호소했지만 오히려 고향을 '세탁했다'고 비난받았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남을 뿐이다. 규범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는 순기능으로써 시민단체, 종교단체, 문화단체, 친목단체 등 사회자본은 인적·물적자원과 함께 중요한 사회 발전의 요소이다. 호남과 영남 등으로 나뉜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고향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무의식 속에서 끄집어내야 통합의 사회로 한발 다가설 수 있다.

지난달 9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인천시
지난달 9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인천시

이달 초 조국혁신당, 시민단체가 대선에 출마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외교정책을 사적으로 대선 과정에 이용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유정복 인천시장의 정무직 라인 10명 내외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인천 선관위와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가 처리되지 않은 임기제 공무원들이 유 시장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A 씨는 유정복 시장의 대선 경선 출마 선언 당시 사회를 보며, 유 시장 캠프 대변인이라고 공식 발언해 시민단체로부터 경찰에 고발됐다.

유 시장은 지난달 9일 서울 선거캠프와 인천 자유공원에서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일하는 대통령, 뜻밖의 승부사' 등의 구호로 성과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기대를 받았다. 유 시장 스스로가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밝힌 '능력, 경험, 청렴' 등은 강점이다. 유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조기 대선 경선 과정을 체험하고 인천시정으로 복귀했다.

청렴, 정직이야말로 인천의 리더십이 돼야 한다. 정치적 역량이 수반되는 고위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복잡미묘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연과 지연, 혈연의 정치 구도에 대한 여론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궁극적으로 시장을 보좌하는 정무라인의 책임이 크다. 조속한 인천시 정무라인의 결단이 인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객기의 정치 풍토에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시민, 국민을 넓게 포용할 때다.

지난달 9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인천시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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