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는 1박2일 9홀 승부, 이정환-김승혁은 2주연속 격돌 1승1패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최근 끝난 LPGA투어 쉐브론챔피언십에서 지난해 신인왕이었던 일본의 사이고 마오가 무려 5명이 치른 연장 끝에 정상에 올라 자신의 투어 첫 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연장전에 참가한 5명 중에는 우리나라 김효주도 포함돼 있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주긴 했으나 5명이 동시에 플레이오프를 한 것은 메이저 대회 사상 최다 인원이라 새로운 역사가 쓰여 진 셈이다.
올시즌 들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골프 대회 중에 유난히 연장 승부가 많은 듯하다. 특별한 사유를 찾기는 어렵지만 그 만큼 많은 선수들의 기량차가 거의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긴 하다.
우선 떠오르는 게 올해 PGA투어에서 압도적 성적을 올리고 있는 로리 맥길로이. 그는 제5의 메이저로 일컫는 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3홀 합계 연장전 끝에 J J 스폰을 꺾고 정상에 오른데 이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는 저스틴 로즈와의 서든데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바 있다.
지난 3월 LPGA투어 포드챔피언십에서 우승, 한국에 올시즌 두 번째 트로피를 안겼던 김효주도 연장 승부 끝에 영예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연장 승부가 있었다. KPGA투어 우리금융챔피언십에서 캐나다 교포 이태훈이 박준홍, 강태영과 가진 3인 서든데스 첫 홀에서 유일한 버디를 낚아 상금 3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렇듯 4라운드 72홀 승부도 모자라 추가로 더 벌어지는 연장전은 정규 경기와는 또 다른 익사이팅함이 있고 현장 갤러리 및 TV 시청자들도 보너스를 받는 듯한 짜릿함이 있다. 당사자나 관련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는 듯 하겠지만.
쉐브론챔피언십이 JTBC골프채널을 통해 국내에 중계될 때 해설을 맡았던 유소연은 "연장 때는 정규 경기 때와는 많이 다른 긴장감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샷 하나하나에 집중할 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고, 생각이 복잡하면 반대의 경우가 나타난 것 같다"고 경험을 말했다. 자신이 올렸던 투어 6승 중 메이저 2승(2011년 US여자오픈, 2017년 ANA인스퍼레이션)이 모두 연장 승부 끝에 만들어진 터라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멘트였다.
이번 기회에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줬던 연장전의 추억을 몇 가지 소환한다.
1. 1998년 US여자오픈 20홀 연장 승부 : 박세리
연장 승부의 백미. 박세리 하면 우선 떠오르는 역사적인 맨발 투혼의 샷 장면이 바로 이 대회 연장전에서 만들어졌다. 98US여자오픈에서 태국의 아마추어 제니 추아시리폰과 펼친 ‘18홀 연장+추가 2홀 서든데스’는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당시 US여자오픈은 서든데스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대부분의 일반 대회와는 달리 이튿날 18홀 연장전을 치르며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서든데스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다음날 추가 18홀 역시 73타로 동타를 기록한 박세리는 계속 펼쳐진 서든데스 두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역사적인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다.
무려 92홀 만에 우승자가 가려진 이날 연장전은 LPGA투어 역사상 가장 긴 승부였으며, 현재는 18홀 연장 대신 3홀 연장으로 바뀌어 영원불멸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특히 연장 18번째 홀에서 티샷이 해저드에 빠지자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쳐낸 뒤 기사회생한 박세리의 투혼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2. 1999년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 6명 연장전 : 박세리
박세리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연장전 명승부다. 1999년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에서 무려 6명이 연장전을 펼쳤다. 이번 쉐브론챔피언십의 5명 연장전이 메이저대회 사상 최다 인원 기록인데 이 보다 한 명 더 많은 숫자가 승부를 겨뤘다. 홀로 2타차 선두를 달리던 스웨덴의 카린 코크가 마지막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해 만들어진 ‘6인 연장전’을 박세리는 단 1개홀만에 해치웠다.
이 때 연장전 멤버는 캐리 웹, 마디 런, 셰리 스타인하워, 켈리 키니 등이었는데 박세리는 드라이버와 세컨드 샷을 가장 멀리 보낸 뒤 세번째 샷도 핀에 가장 가까이 붙이는 등 완벽한 플레이로 5명의 경쟁자들을 첫 홀에서 동시에 제압한 바 있다.
(박세리는 그야 말로 연장 지존. 연장 전적이 6승 무패다. 통산 25승 중 25%에 가까운 승수가 연장 불패로 채워졌다.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캐리 웹은 박세리와 세차례 맞붙어 전패했다.)

3. 2012년 킹스밀 챔피언십 : 신지애-폴라 크리머의 ‘1박2일’ 9홀 연장전
신지애는 2012년 9월 LPGA투어 킹스밀챔피언십에서 ‘1박2일’간 무려 9홀의 긴 승부 끝에 ‘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연장에 돌입한 둘은 8차 까지 가는 연장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일몰이 돼 더 이상 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이튿날 오전 속개된 9차 연장전에서 신지애가 파를 기록해 보기에 그친 크리머를 제압했다.
이로부터 11년이 흐른 2023년 말레이시아의 LPGA메이뱅크챔피언십에서 셀린 부티에(프랑스)가 지노 티띠꾼(태국)을 상대로 다시 한번 9홀 연장 승부 끝에 우승한 바 있고 역대 최다 연장 승부는 1972년 코퍼스크리스티비탄오픈에서 산드라 파머, 캐시 위트워스 등 3인이 펼친 10홀이다.
4. 한국선수끼리 펼친 연장 승부 2선(選)
△2000년 세이프웨이챔피언십 : 김미현-장 정
2000년 8월 LPGA투어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선수끼리 연장 승부를 펼치는 역사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포틀랜드에서 열린 세이프웨이LPGA골프챔피언십에서 ‘슈퍼 땅콩’ 김미현과 ‘울트라 땅콩’ 장 정이 연장전에서 맞닥뜨려 결국 2홀만에 김미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여자골프의 LPGA투어 진출 초기인 만큼 상당한 의미가 있는 장면 중의 하나다.
△2011년 US여자오픈 : 유소연-서희경
투어 멤버가 아닌 상태에서 출전했던 유소연은 2년 선배로 투어에 1년 먼저 진출했던 서희경을 상대로 3홀 합산 연장 끝에 우승, 자신의 첫 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최종 라운드 18번홀의 극적인 버디로 연장에 합류한 유소연은 16번홀은 나란히 파를 했으나 17, 18번홀에서 잇달아 버디를 낚아 서희경을 제쳤다.

5. 국내 남녀 투어는…
KLPGA투어에서는 2003년 제1회 하이마트오픈에서 5명이 연장전을 치러 최다를 기록 중이며 4명이 펼친 연장전은 2008년 BC카드클래식 등 모두 6차례가 있다. 최다홀 연장 승부는 11홀 연장으로 1997년 제5회 동일레나운레이디스클래식에서 펼쳐졌으며 2009년 두산매치플레이 결승은 9홀 승부 끝에 결론이 났다.
KPGA투어에서는 2001년 SK텔레콤오픈이 7홀 만에 주인공을 가렸고 6홀 승부도 2차례 있었다. 2018년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는 박성국 등 5명이 연장전을 펼친 바 있다.
김승혁과 이정환은 2017년 6월, 2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연장 맞대결을 펼치는 이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앞선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김승혁이, 이어 벌어진 카이도골프V1오픈에서는 이정환이 각각 이겨 1승씩을 나눠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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