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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뽕'에 취하면 약도 없다
한덕수, '관운의 대명사'서 '풀보다 빨리 눕는 사람'으로
대통령선거 관리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는 韓 대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다. 지난 24일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한 대행. /박헌우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다. 지난 24일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한 대행.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날이 따뜻해지니 마당 돌 틈 사이로 풀들이 얼굴을 내민다. 도저히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틈에서도 잡초(풀)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봄이 오자 또 고개를 든다. 분명 뿌리까지 뽑았던 것 같은데 올해도 어김없다.

잡초를 가만히 보고 두자니 마당이 지저분하고 뽑자니 보통 일이 아니다. 약을 치자니 냄새가 고약해 이웃들을 불쾌해할 수 있어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단 큰 잡초부터 뽑는다. 가을이 오기 전까진 반복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마당 귀퉁이 애기똥풀은 얇은 가지가 무성하다. 봄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거리며 바닥에 눕는다. 바람 불지 않는 날에도 제 몸 감당하지 못해 눕기 일쑤다. 반대로 마당에 자란 잡초는 바람이 불기 전에는 절대 눕지 않는 건 물론 밟고 뽑아도 또 나온다. 질긴 생명력이다. 그래서일까. 잡초는 흔하기도 하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민초나 민중으로 비유된다.

우리나라는 민초(민중)가 만든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박정희·전두환의 독재에도 민초들은 저항했다.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위대한 지도자가 아닌 민중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을 '풀=민중, 바람=독재 권력'이라고 해석한다. 설사 이 해석이 틀리다 하더라도 요즘 6·3대선을 놓고 풀에 비유되는 인물이 있어 이 해석의 재미를 더한다.

'풀보다 빨리 눕는 사람.' 최근 한 방송의 앵커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 관가 일부에서 이런 별칭을 붙인다고 말한다. 한 대행이 윤석열정부에서 취했던 태도들이 꼭 그래서인 것 같다. 권력의 옆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행동했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 후 국회를 빠져나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박헌우 기자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 후 국회를 빠져나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박헌우 기자

지금 한 대행과 비유되는 이 표현은 이제 달리 봐야 할 것 같다. 풀이 아닌 바람이 되려고 해서다.

정치권 또는 그 언저리에서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뽕을 제대로 맞았다"고 비꼬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갑자기 뜬 정치인의 같잖은 모습을 이처럼 평가한다.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후보들 중에도 '뽕'에 취한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정치인들의 행태로 볼 때 한 대행 역시 제대로 '뽕'을 맞은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대통령 후보로 이름이 오르고 상당한 지지율이 나오고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출마를 요청하자 어깨가 으쓱해졌다. 국가 혼란의 한 축인 한 대행이니 염치가 없어도 참 없어 보인다.

한 대행의 현재 지지율은 거품과 같다. 출마를 선언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 대행이 또 간과한 것이 있다면 바로 '돈'이다. 무소속인 한 대행이 출마 후 써야 할 돈 말이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과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반기문 대망론'에 고무돼 대선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불출마를 선택했다. "정당 없이 홀로 (선거운동을) 하려니까 너무 힘이 든다. 캠프 사무실 두 곳 모두 사비로 얻었고, 차량·운전기사·비서 지원, 여기저기 오가는 교통비까지 모두 내 돈으로 한다."

반 전 총장은 이렇게 푸념했다. 그리고 얼마 뒤 "현실정치의 벽이 너무 높았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기문 대망론'은 그렇게 꺼졌다. 지금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치러지는 대선 정국이었지만 반 전 총장은 그의 별명 '기름장어'처럼 미끄러졌다.

한 대행 역시 관료로 평생을 살았는데 반 전 총장과 매우 유사했다. 과거 '관운의 대명사' 한 대행이지만 '대통령'이라는 관운은 어려워 보인다.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를 초래한 권력 옆에서 '풀보다 빨리 눕는 사람' 한 대행의 모습을 국민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한 대행은 '보수진영 대통령 후보 경쟁력 1위 한덕수'가 신기루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뽕에 취하면 답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한 대행의 모습이 꼭 그래 보인다. 국민이 풀보다 빨리 눕는 사람을 대통령감으로 보겠나.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 후 국회를 빠져나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박헌우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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