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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의 월미도에서] 부정선거 빌미 원천 차단할 투표 환경 조성해야
지난해 투표소 '몰카' 발각…탐지 시스템 긴요
공명선거 인프라…사회통합 관점에서도 유익


사회적 물의를 빚는 몰래카메라가 미니캠, 공유기, 화재감지기, 충전기, 보조배터리, 시계, 볼펜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세밀하고 교묘하게 위장돼 이용되고 있다. 원 안은 지난해 4·10 총선 사전투표소에서 발각된 충전 어댑터형 몰카와 유사한 모형이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너트론
사회적 물의를 빚는 몰래카메라가 미니캠, 공유기, 화재감지기, 충전기, 보조배터리, 시계, 볼펜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세밀하고 교묘하게 위장돼 이용되고 있다. 원 안은 지난해 4·10 총선 사전투표소에서 발각된 충전 어댑터형 몰카와 유사한 모형이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너트론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부정선거 음모론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4·10 총선 사전투표소에서 불법 몰래카메라(몰카)가 발각돼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가뜩이나 탄핵 정국에서 부정선거 의혹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상황에서 이번 6·3 조기 대선의 치밀한 투표 환경 조성과 투명한 선거 과정 관리가 더 요구된다.

최근 재집권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를 설욕이라도 하듯 미국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회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공통으로 정부 공공시설이 물리적으로 점거되고 불상사도 초래됐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3 조기 대선도 공명선거가 화두다. 지난해 4·10 총선 사전투표소에서 적발된 몰카 사건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부정선거 의혹만 더 키운 셈이 되고 말았다.

집권 말기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전자투표기 조작에 따른 선거 부정 가능성을 제기하며 복선을 깔았으나, 결국 2022년 10월 재선에 실패했다. 룰라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며 선거 결과에 불복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리아의 대법원과 대통령궁, 의회에 난입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이보다 2년 전 미국 대선에서 낙마한 트럼프 대통령도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인준을 막기 위해 연방의회 의사당을 무력으로 점거하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대선 역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왔던 미국의 가치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요인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전시 사변에 준하는 계엄 선포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선관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위해를 끼쳤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의 몰카 발각 사건과 미국 워터게이트는 불법 영상 수집과 도·감청이라는 기만적인 방식에서 유사하다. 1972년 6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터진 선거 게이트는 대통령 탄핵으로 비화하고 결국 닉슨 대통령은 임기 도중하차했다.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인천 지역 사전투표소에 몰래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가 경찰에 붙잡혔다. /더팩트 DB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인천 지역 사전투표소에 몰래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가 경찰에 붙잡혔다. /더팩트 DB

지난해 총선에서는 인천을 비롯한 서울·부산·경남·대구·경기 등 사전투표소와 개표소에 충전용 어댑터 통신장비로 위장한 카메라가 적발됐다.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몰카는 남동구 장수·서창동, 서창2동, 계양구 계산 1·2·4동 행정복지센터의 사전투표소 5곳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의 영상과 대화 내용이 불법 수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와 같은 부실한 선거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기표된 용지가 배부돼 혼란을 가중시켰다. 더 나아가 선관위 사무총장 등 고위 간부 자녀들이 특혜 채용된 의혹은 청년세대의 자괴감이 됐다. 법관들이 각급 선관위 위원장을 겸임하는 관례도 선관위의 공정성을 스스로 실추하고 독립적 권위를 잃게 하는 요인이다. 선관위가 총체적 난국을 벗어나야 부정선거 음로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미 몰카 상시 감시 시스템은 국가 과제로 개발돼 일부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 시범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명선거를 위협하는 투표소 몰카 등을 근절하기 위한 선거 관리 인프라가 선제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선거관리에서 쓸데없는 부정선거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면 선관위의 기능과 역할에 치명적인 상처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적 손실도 크다. 선관위가 선거운동 관리, 정치자금 규율 등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일차적으로 투·개표 절차 사무에 집중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초를 세울 수 있다.

정부가 정기적인 불법 카메라 단속을 통해 몰카 범죄를 근절시키겠다고 나서는 반면 몰카 장비는 날로 지능화·소형화하는 현실이다. 일정한 시간에 소규모 인력을 동원하고 의심되는 위치를 찾아 점검하는 허술한 재래식 몰카 점검 방식은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지난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적용해 공중화장실과 숙박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현장에 시범 적용한다'고 밝혔으나 불법 촬영 범죄는 증가 추세이다.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보들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구제' 방안을 공약했고, '변형 카메라 불법 촬영 범죄 근절을 위해 우수한 성능의 탐지 장비로 단속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빈 공약이 됐는지 실효성은 의문이다.

6·3 조기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4·10 총선 직전 사전투표소 정수기 뒷편에 불법 설치된 몰카는 청소하는 직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그만큼 민주주의의 보루로 인식되는 선거 투표 현장이 허술하게 노출된 것이다. 아직도 4·10 총선 부정선거 의혹으로 찬반이 나뉜 우리 사회에서 선거 인프라 구축과 공정성 확보는 사회통합이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인천 지역 사전투표소에 몰래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가 경찰에 붙잡혔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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