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승부에 강하다 / 우상향의 평범성 / 운이 좋은 기부천사

[더팩트 | 유병철 전문기자] # 파리 올림픽이 열린 지난해 신유빈은 한국 최고의 스포츠스타 중 한 명이었습니다. 올림픽 탁구 여자복식과 단체전에 각각 동메달을 따내는 등 성적도 빼어났지만, 무엇보다 ‘국민 여동생’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죠. 특히 광고모델로는 손흥민을 제치고 운동선수 브랜드 평판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2024년 8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이 조사에 따르면 신유빈은 ‘귀엽다’, ‘기부하다’, ‘광고하다’가 주요 링크로 나왔고, 긍정비율은 무려 95.87%였습니다. 국내 스포츠스타 중 최고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러면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선수 신유빈’은 어떨까요? 파리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팀의 코치로, 지금은 감독으로 신유빈을 지도 중인 석은미 탁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흥미로우면서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 먼저 신유빈은 큰 승부에 강한 특징이 있습니다. 신유빈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중국의 강호들에게 번번이 패하고, 이토 미마, 하야타 히나 등 일본선수들에게도 약세를 보입니다. 심지어 국내에서도 지난 4월 26일 끝난 전국종별대회 여자일반부 단체전 4강에서 대한항공의 에이스로 나와 1승1패에 그치는 등 간혹 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유빈은 결정적인 큰 무대에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주니어시절부터 그랬습니다. 2018 주니어아시아선수권(네피도)에서 여자복식 금메달을 땄고, 성인무대에서도 2021 아시아선수권의 여자복식 금메달, 단체전 및 단식 은메달 등 호성적을 거뒀습니다.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지희와 함께 여자복식 금메달을 땄고, 단체전-단식-혼합복식에서 모두 동메달을 따며 출전한 전 종목 메달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은메달에 이어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2024 파리)에서도 여자복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 2개를 땄습니다.
석은미 감독은 "신기하리만큼 큰 승부에서는 (신)유빈이가 힘을 내는 경향이 있어요. 보기와는 달리 강심장이라는 의미입니다(웃음)"라고 설명했습니다. 관중이 많고,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절체절명의 승부에서 강한 선수가 신유빈인 것입니다.

# 신유빈 탁구의 두 번째 특징은 ‘우상향의 평범성’입니다. 지난 4월초 진천선수촌에서 한국대표팀을 중심으로 프랑스 브라질 푸에르토리코의 선수들이 도하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합동훈련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신유빈의 한 가지 특징이 확인됐습니다.
석 감독의 말입니다. "흔히들 ‘공을 가지고 논다’고들 표현해요. 세계적인 선수들인 만큼 묘기에 가까운 스핀이나, 어라운드 더 네트샷(네트 옆으로 공을 넘기는 기술) 같은 재주들을 가졌죠. 그런데 솔직히 유빈이는 이런 거 잘 못해요. 국내에서는 좋은 신체조건에서는 나오는 파워가 먹히지만, 국제적으로는 이것도 평범한 수준이죠. 발이 빠른 편도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게 부족해도 꾸준히, 성실하게 하나하나 플레이를 이어가는 능력은 정말 최고예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끈질기게 버티며 연타를 이어가고, 또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평범한 탁구가 신유빈의 무기인 것입니다.

# 마지막은 ‘정말 운이 좋다’는 점입니다. 축구보다 더 국제화가 잘 돼 있는 탁구는 출전선수가 많아 주요 국제대회는 토너먼트로 펼쳐집니다. 당연히 ‘대진운’이 있습니다. 예컨대 탁구가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88 서울올림픽에서는 한국의 김기택이 당시 세계 최강인 발트너, 페르손(이상 스웨덴)을 꺾으며 결승에 올라 유남규의 금메달을 도왔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는 39세의 노장 발트너가 4강까지 오르며 중국 등 강적들을 꺾어주는 바람에 유승민(현 대한체육회장)의 금메달 획득에 최고 도우미가 됐습니다. 신유빈도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큰 무대에서는 대진운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 석은미 감독은 "스포츠에서는 운도 실력이라고 하잖아요. 제 생각인데 유빈이는 ‘기부천사’라는 별명처럼 평소에 좋은 일을 정말 많이 해요. 그래서 복을 받아 대진운이 따르지 않나 싶네요. 얼마 전에도 대학대회가 있었는데 주위에 알리지도 않고 간식차를 보냈어요. 아마 탁구선수 중 아니, 운동선수 중 기부횟수가 가장 많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신유빈 기부’를 쓰면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관련기사가 나옵니다. 2020년 7월 첫 월급으로 600만원 상당의 운동화를 구입해 보육원에 선물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초등탁구연맹, 한국여성탁구연맹, 대한탁구협회, 아주대병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등 탁구계는 물론이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끊임없는 기부행진을 하고 있죠. 소리 소문 없이 간식차나 커피차를 보내는 것은 일상이다시피 합니다.

# 신유빈은 4월 도하 월드컵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이어 국내대회인 종별대회에서도 소속팀 대한항공이 4강에서 탈락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썩 좋은 성적이 아닙니다. 하지만 오는 7월에야 만 21세가 되는 신유빈은 아직 우상향 발전을 이룰 공간이 많습니다.
특히 큰 대회에서 강하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큰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5월 17일부터 25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개인전)입니다. 탁구에서는 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죠. 중국선수들이 더 많이 출전해 오히려 올림픽보다 성적을 내기는 더 어렵습니다. 신유빈은 개인단식을 포함, 여자복식, 그리고 혼합복식까지 3종목에 출전합니다. ‘운이 좋은 성실한 기부천사’ 신유빈의 메달색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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