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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尹의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
尹 대통령의 '복귀' 희망? 바람 잡으려는 것과 같아
"부끄러운 대통령 안 되겠다" 약속 지켜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이제 선고만을 남겨두게 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과정 내내 비상계엄에 따른 정국 혼란에 대한 사과보다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는 윤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는 이제 선고만을 남겨두게 됐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과정 내내 비상계엄에 따른 정국 혼란에 대한 사과보다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는 윤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헌법재판소 피소추인 석에 앉은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심정일까. 탄핵 기각으로 대통령직 복귀의 희망을 품을까, 아니면 인용으로 파면되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할까. 양가적일 것이지만 윤 대통령 주변인들은 기각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헌재의 판단은 두 가지다. 기각 아니면 인용. 윤 대통령의 운명도 헌재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하야라는 윤 대통령 스스로의 선택지가 하나 있긴 하다. 그간 진행된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하야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으니 이는 제외해도 될 듯싶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결정의 순간 말이다. 여전히 많은 국민은 윤 대통령의 선택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날 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성공을 확신했을까?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헛된 꿈을 꿨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그런 꿈 말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이병헌 배우)는 "잠을 자던 제자가 잠에서 깨어 울고 있었다. 그걸 의아하게 여긴 스승이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니요.'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니요,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한다. 윤 대통령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국무위원 탄핵과 예산안 삭감 등을 비상계엄이란 수단을 이요해 정치적 상황을 뒤집을 수 있겠다는 달콤한 꿈을 꾸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렇게 보니 윤 대통령도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워낙 비현실적인 정치적 결정을 해온 이력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에서 검찰총장, 그리고 대통령으로 직행한 인물이다. 입지전적이라는 데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일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탄핵 반대 통합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장윤석 기자
지난 20일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탄핵 반대 통합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장윤석 기자

대통령이라는 국가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오른 윤 대통령이 조금만 신중했더라면 어땠을까. 비상계엄이 없었다면 탄핵도 없었을 것이고 임기도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적 판단까지 말이다.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판단이 아쉽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다윗의 아들이자 이스라엘 왕국의 왕 솔로몬. '지혜의 왕'으로 통한다. 솔로몬이 지혜의 왕이라 알려진 건 그가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성의 다툼을 해결한 내용 때문이다. 솔로몬은 또 부귀와 명예를 얻었지만 말로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영광을 누렸던 솔로몬은 성경 '전도서'를 쓰며 "헛되고 헛되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전도서 1:2)고 했다. 탄식에 가깝다.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전도서 1:14), "바람을 잡으려는 것처럼 헛될 뿐이다"(전도서 2:17) 등 곳곳에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라며 자조한다. 물론 성경이라는 측면에서 결국 솔로몬이 전하고자 한 것은 '하나님을 두려와 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전도서의 마지막이 그렇다.

탄핵 심판을 기다리는 윤 대통령의 심정은 어떨까. 그동안의 주장을 볼 때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로 문제 될 것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대통령직에 복귀할 수 있다 희망도 한다. 그 많은 증인의 증언에도 말이다. 윤 대통령의 생각이나 희망은 솔로몬의 말처럼 '헛되고 헛되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로 보여진다.

2022년 3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모습. /더팩트 DB
2022년 3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모습. /더팩트 DB

현재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의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의무는 진실한 사과다. 권력의 정점에서 야권과의 대화와 타협, 그리고 설득과 인내보다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 대외 신인도까지 떨어뜨린 점을 겸허하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주장이나 진영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022년 1월 3일 SNS에 "대통령은 사회 갈등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고 치유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체포 후 2030년 청년들을 끌어들이는 메시지를 냈다. 상반된 행보다.

윤 대통령의 언행 불일치는 또 있다. 2022년 2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국민이 키운 윤석열' 출정식에서 "정직한 대통령,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대통령, 불법과 부정부패에 결코 타협하지 않은 대통령,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제라도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방법이 있다. 그의 말대로 비상계엄에 따른 부끄러운 대통령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cuba20@tf.co.kr

2022년 3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모습.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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