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원장 칼럼니스트] 2008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사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는 오바마 후보에 대한 색깔론을 펼쳤다. 오바마 후보가 아프리카 출신이며 월남전을 반대했던 급진 좌파단체 인사와 친구라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미국에 위험한 인물'이라는 소문은 금세 퍼졌다. 이어진 매케인 후보의 대규모 유세에서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오바마는 테러리스트 편이죠? 그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이 공포에 떨 거예요." "그를 믿지 못하겠어요. 아랍인(무슬림) 이잖아요?" 매케인은 이렇게 답했다. "아니에요. 그는 품격있는 가장(decent family man)이자 미국 시민입니다. 저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후 오바마가 이슬람교를 믿고 기독교도를 탄압할 것이라는 소문은 힘을 잃었다. 매케인은 정통 보수주의자였다. 아버지가 4성장군이자 베트남전을 지휘하던 태평양 총사령관(CINCPAC)이었지만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자신이 몰던 전투기가 추락해 포로로 잡혔고 월맹군은 그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여러 조건을 내세웠지만, 아버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5년간 지옥같은 수감생활을 하고 풀려났다.

오바마와 대선 과정에서 그는 선거에 불리하다는 참모들의 조언에도 이라크전에 병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전쟁에서 지는 것보다 내가 선거에서 지는 게 낫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대선에서 깨끗하게 패했다.
패배 수락 연설을 나선 매케인은 수만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미합중국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위대한 이 나라를 위해 우리는 격렬하게 경쟁했지만 제가 졌습니다. 오늘 이 실패는 그러나 나의 것이지 여러분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합입니다. 나는 그를 도울 것입니다. 나의 최고의 대통령이 돼주세요."
매케인은 지난 2018년 1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전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신의 장례식 조사를 미리 부탁했다. 매케인의 장례식에서 오바마는 "매케인이 자주 백악관을 찾았으며, 내가 정책을 망친다고 생각하면 늘 주저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날 초대받지 못한 트럼프대통령은 골프를 치러 갔다.
이후 재선에 패배한 트럼프는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미국인들은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지켜봐야했다. 그날 시민 4명이 숨졌고 미국 사회는 둘로 쪼개졌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지 못했다면 미국 사회는 ‘선거 부정’을 둘러싸고 거대한 갈등이 재연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갈등은 바다 건너 한국에서 그대로 폭발했다.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의심했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스티븐 레비츠키교수(하버드대)는 민주주의는 3가지 원칙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것’, ‘권력 쟁취를 위해 폭력을 쓰지 않는 것’, ‘극단주의 세력과 연대하지 않는 것’. 이 3가지 원칙을 모두 저버렸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크게 흔들렸다.
미국과 한국에서 선거 부정을 믿는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내가 진 선거는 의심하고 내가 이긴 선거는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가져온 이 혼란과 분열은 결국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매케인의 장례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렇게 말했다.
"조국을 위해 나가 싸우려는 의지는 소수가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며, 위대한 공화국 시민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케인을 기리는 최선의 방법은 ‘모든 것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정당이나 야망, 돈, 그리고 명예나 권력보다 지켜야 할 영원한 진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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