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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규의 창] 올림픽 10연패 과녁을 명중한 '믿음의 화살'

  • 칼럼 | 2024-07-29 08:38

29일 한국여자양궁,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서 믿음으로 10회 연속 금메달 '쾌거'
불신의 한국 사회에 '믿음의 가치' 일깨워


한국의 임시현~전훈영~남수현(왼쪽부터)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중국과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슛오프 끝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파리=뉴시스
한국의 임시현~전훈영~남수현(왼쪽부터)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중국과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슛오프 끝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파리=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창 밖은 흐리지만 마음만은 벅찬 감동으로 가득 차 있다. '믿음의 화살'이 올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의 과녁을 명중했다. 직장인들이라면 괴롭기만 한 월요일 아침 출근길의 발걸음도 가볍다. 우리 선수들의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만들면서 '월요병'까지 안드로메다로 날려보냈다.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10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전훈영(인천시청)~남수현(순천시청)~임시현(한국체대)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슛오프 끝에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물리치며 파리 하늘 아래 애국가를 울려퍼지게 했다.

한국 여자 양궁의 이번 대회 금메달은 단순한 우승을 넘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단 한 번도 예외없이 10회 연속 정상에 오른 신기원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믿음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10연패라는 기록은 단순한 우연이나 행운의 결과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노력과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선수들은 매일같이 혹독한 훈련을 거듭하며 정확성과 집중력을 길렀다. 코치진은 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수들과 코치진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경기를 중계하던 2016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기보배는 전훈영~남수현~임시현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선배들이 쌓아온 기록을 더 빛나게 해줘서 고맙다"며 감격을 나타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이 그동안 선배들이 이어온 9회 연속 금메달이란 위업에 눌리지 않고 기대에 보답하며 한국양궁의 높은 위상을 계속 이어가게 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기보배 해설위원은 7회 연속, 8회 연속 정상에 오르면 그 다음 선수들의 부담은 7배, 8배로 늘어난다고 선수들의 정신적 중압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자신의 사례를 들어 표현했다. 스포츠에서 절대적이란 건 없다. 아무리 전력이 우위에 있어도 금메달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항상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이변은 늘 존재한다.

경기장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양궁은 더 그렇다. 바람의 방향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경기장 환경과 상대 선수의 선전, 역전당했을 때의 실망감, 실수에 대한 두려움, 꼭 엑스텐을 명중시켜야한다는 자신과의 싸움을 모두 이겨내지 않으면 아무리 경기력이 좋더라도 정상에 오를 수 없다. 특히 단체전은 선수 간의 호흡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한국여자양궁의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도 상호 신뢰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대만과의 8강전에서는 30살의 '맏언니' 전훈영이 7,8점을 잇달아 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동생들인 남수현(19) 임시현(21)이 뒤를 받치며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부터는 전훈영이 동생들의 믿음에 보답하듯 잇달아 10점을 명중시키며 한국의 10연패를 이끌었다.

나이 서른에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줬어야할 전훈영이 1번 사수로 나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을 때, 마음 속으로 느꼈을 부담감은 얼마나 전신을 얼어붙게 만들었을까. 그런데도 전훈영은 네덜란드와 슛오프까지 가는 준결승전의 접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도 이어진 슛오프에서 중심을 잡고 결정적 역할을 하며 동생들의 믿음과 국민들의 신뢰에 보답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불신은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며, 이는 곧 사회적 병폐로 이어질 수 있다. 타인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려워지고, 사회적 고립이 나타나며 고독사 또한 증가하게 된다.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가 낮아지면서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사회 참여도 또한 저하된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우울증, 불안 장애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은 편견을 갖게 되면서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 어려워지면서 사회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상호 신뢰가 부족하면 효과적인 소통이 어려워지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 도출 또한 어렵게 된다. 제도와 정부에 대한 불신은 사회시스템을 흔들며 범죄를 증가시키고 음주 운전을 하고도 일단 현장을 벗어나고 보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게 된다. 불신은 이처럼 사회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독소나 다름없다.

하지만 승리의 순간, 한국 양궁은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빈부에 상관없이 감동을 함께했다. 현지의 중계진과 응원단, 관계자 모두 하나 되어 기쁨을 나누며 자긍심을 느꼈다. 한국 여자 양궁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어려울 때도 서로를 끝까지 믿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청소년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여자 양궁의 단체전 10연패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선수들의 끊임 없는 열정, 헌신, 그리고 꾸준한 노력을 상징한다. 또한 우리 사회에 불신 대신 믿음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우며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 양궁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고, 세계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영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한국 여자양궁의 단체전 10연패는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의 임시현~전훈영~남수현(왼쪽부터)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중국과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슛오프 끝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파리=뉴시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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