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은영 칼럼니스트] 국민의힘 전당대회 토론회 도중 나경원 후보와 한동훈 후보의 설전 과정에 터져 나온 ‘공소권 취하 청탁’ 논란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자 한동훈 후보는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며 18일 사과했다.
윤한홍 의원은 ‘2021년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해 당 전체가 기소된 것인데 나 후보 개인 비리로 기소된 것처럼 폄훼했다’며 불만을 표출했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한 후보가 하루 만에 수습한 것이다.
이미 김건희 여사의 ‘문자읽씹’ 전대 개입으로 모든 후보들이 홍역을 치른 후지만 서로를 죽일 듯 달려드는 ‘살얼음판’ 분위기는 새 대표가 선출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노상방뇨하듯 오물 뿌리고 도망간다’, ‘무차별 총기 난사’, ‘지도자는 얌체되면 안돼’, ‘지금은 빠루의 정신이 필요’ 등 상대를 깔아뭉개는 전직 검사와 판사 출신 후보들의 현란한 ‘조어력(造語力)’은 이번 전대의 또 다른 볼거리다.
하지만 ‘왜 이재명 대표를 왜 구속기소하지 못했나’, ‘댓글팀이 사실이면 징역’, ‘출마 자체가 분열과 파탄의 원죄’ 등 법적 징계 표현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은 우리 정치가 빠진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법조 정치인들에 의해 조장되어 온 것은 아닌가란 생각도 하게 된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한동훈 후보의 ‘여론조성팀’ 존재, ‘공소권 취하 청탁’, ‘대통령 부부의 당무 개입’ 이슈들은 한 후보가 국민의힘의 새 대표가 된다 해도 야당이 발의하려는 ‘한동훈 특검’으로 묶여서 계속 정쟁의 소재가 될 전망이다.
이번 전대와 관련해 빅데이터 분석툴인 스피치로그를 이용해 언론 보도에 나타난 후보들의 ‘연관 키워드’를 분석해보자.
먼저 7월 2일부터 9일 사이 한동훈-원희룡 두 후보를 비교 분석했는데 ‘중복 키워드’는 ‘후보’, ‘당대표’, ‘전당대회’로 나타났다.
한동훈 후보의 ‘연관 키워드’는 ‘약자’, ‘쪽방촌’, ‘후원금’이었는데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이벤트에 집중된 단어들이 상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5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용산구에 있는 쪽방촌을 방문한 ‘약자동행’ 이벤트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수도권-비수도권 당심 대결이라는 일각의 분석을 뒷받침 하듯 ‘한-오 연대’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반면, 원희룡 후보는 ‘나경원’, ‘세종역’, ‘KTX’가 상위에 올랐는데 ‘나경원’ 키워드는 영남권 표심 공략을 두고 2위 다툼을 벌이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 후보가 세종시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KTX 세종역 설치’ 발언이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사전 협의를 이뤘다는 취지로 읽혀져 충북도의회의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이 된 사안도 연관어로 잡혔다. 특히 ‘KTX 세종역 설치’ 이슈는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토부에 질의하여 ‘KTX 세종역 신설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아내 전 국토부장관으로서의 신뢰도에 금이 갔으며, 원 후보 역시 ‘충북도와 빅딜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서면서 망신을 당했다.
7월 11일부터 19일 사이 나경원 후보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한 후보와 나 후보의 연관어를 분석했는데 한동훈 대세론이 승기를 잡아가는 분위기를 반영한 탓인지 쟁점이 되는 연관어는 보이지 않았다.
두 후보의 ‘중복 키워드’는 ‘후보’, ‘국민의힘’, ‘원희룡’이었고, 한 후보의 연관어는 ‘목표’, ‘입장’, ‘이견’으로 나타나 본인에 대한 이슈나 이벤트와 관련 되기 보다는 후보의 입장을 설명하는 단어들이 상위에 올랐다. 반면 나 후보는 ‘제헌절을 공휴일로 만드는’ 법안 발의를 공약으로 내세워 상위 연관어에 링크되었지만 한 후보와의 관련성은 약했다.
곧 선출될 국민의힘 새 당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의 수습이다. 후보자들 뿐 아니라 지지자들 사이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둘째, 원희룡 후보가 제기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역시 만만찮은 과제다. 당 지지율보다 10%p 가량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권력의 균형추를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으로 ‘한동훈 특검’을 포함해 특검 정국 돌파와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할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다. 어느 과제 하나 만만찮은데 오세훈 시장의 말처럼 국민의힘 새 당 대표는 ‘난파선의 선장’이란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
※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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