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메시지 '한동훈 읽씹' 놓고 與 전대 '자중지란'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때부터 현재까지 정치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다. 정치권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다는 점에서 대단한 파급력이 아닐 수 없다. 긍정보다는 부정적 여론을 만든다는 게 문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또다시 김건희 여사 리스크 수렁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당대회가 한창인 지난 4일 불거진, 이른바 '한동훈 읽씹' 논란이다. 지난 1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한창일 때 '사과' 의사를 담은 메시지를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총선 패배 후 새로운 당 지도부를 뽑는 이 시점에 김 여사 메시지가 공개됐다는 점이 여러 해석을 낳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메시지 내용은 해석이 엇갈린다. 지난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재구성해 공개한 메시지 내용은 김 여사가 한 위원장에게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라며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사과를 하라면 하고 더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 한 위원장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했다.
당시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놓고 여당 내에서 '사과해야 한다'와 '절대 사과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알다시피 김 여사는 사과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나경원·원희룡 후보자가 한 후보를 공격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원 후보는 "충격적 발언"이라며 "당과 한 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습니까.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며 '절윤'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나 후보도 같은 날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었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7일엔 한 후보의 당대표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도 거론됐다. 물론 무산으로 끝났지만,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의원 수십 명이 나경원 후보 사퇴를 종용했던 때와 유사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한 후보 측은 김 여사 메시지 내용에 대해 "사과의 취지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과하면 책임론에 불붙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10%포인트 빠졌다. 역풍이 우려된다" 등 사과하기 어려운 취지를 설명한 뒤 "한 위원장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하라고 하면 결심하겠다"는 내용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총선 당시 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계속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번 김 여사 메시지 논란을 보며 드는 생각은 '누가 공개했을까?' '왜 공개했을까?' 등이 궁금했다. 분명 김 여사 메시지를 공개했을 때는 의도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한 후부와 윤석열 대통령 관계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의심된다. 이른바 반윤 또는 절윤을 강조해 한 후보의 지지세를 꺾어보겠다는 것 아닌가 싶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친윤이 득세하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가.
'한동훈 읽씹' 프레임을 만들려 했던 이들에게 현재 상황은 의도했던 바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 당황하지 않을까 싶다. 한 후보의 '반윤'이나 '절윤'보다도 김 여사의 당무개입 등 부적절성 부각과 당의 자중지란만 불렀으니 말이다. 여기에 더해 야권에 김 여사를 향한 공격력만 더 높여준 꼴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이번 김 여사 메시지 공개는 지난 총선 당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왜 요구했는지를 만천하에 알리게 됐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한 당 지도부 대응에 '격노'했고, 사퇴 요구로 이어졌다는 게 정설이었는데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한 후보는 "저는 집권당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사(公私)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다. 김 여사도 사과 의사가 있었다면 대통령실과 논의하면 그만이다. 선거를 우려해 여당과 조율하고자 했더라도 공식적인 채널을 통했어야 하는 게 옳다. 누구를 탓해야 할까.
하다 하다 이제 전당대회까지 김 여사의 이름이 등장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보다 왜 지금 또 영부인 '김건희' 이름이 거론되는지 대통령실과 여당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처음이라면 모를까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김건희 리스크'가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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