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 남지 않도록 행보 신중할 필요 있어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를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며 지난 1월 4일부터 정부 업무보고를 겸해 실시한 민생토론회는 현재까지 총 18차례 열렸다. 당정 갈등이 불거지자 '감기에 걸렸다'는 이유로 당일 행사를 취소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개최했지만 최근 들어 많으면 3차례나 할 정도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이 총선 접전지역을 골라 다니며 지역개발이나 교통 인프라 확충, 감면 혜택 등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여당 선대위원장이라도 됐느냐"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경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도 했다.
현재까지 대통령이 참석한 17차례 민생토론회가 열린 지역은 '공교롭게도' 총선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 경기 8회(용인, 고양, 의정부, 수원, 성남 2번, 하남, 광명), 서울 2회(영등포구, 성동구), 영남 4회(부산 연제, 울산 울주군, 경남 창원, 대구 북구) 충청 2회(충남 서산, 대전 유성) 인천 1회다. 호남과 강원 지역은 아직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공교로운 점은 또 있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 직후 개최한 지방 민생토론회에서 세 차례(부산, 대전, 울산) 연속 '붉은 색 넥타이'를 맸다. 빨강은 국민의힘 당색이다. 다른 토론회에선 본인이 애착하는 회색 목폴라에 노타이, 녹색, 파란색, 갈색, 노란색 등 다양한 넥타이를 착용했다. 하지만 수백 명 지역민을 불러모아 정부가 지역 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외치는 윤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이 착용하고 있는 붉은색 넥타이를 보고 누군가가 "빨간색은 국민의힘을 연상시킨다"라고 하면 뭐라고 하겠나. '그건 당신 생각이겠지'. 당연히 그렇다.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 날씨보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알리면서 기상캐스터보다 큰 파란색 1 그래픽이 10초 정도 띄워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민주당의 정당기호 '1'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부각했다"며 해당 방송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번 '관권 선거' 논란의 핵심도 여당이 MBC 뉴스데스크 날씨보도에 제기했던 지적과 같다. 총선을 앞두고 민감해진 시점에 오해를 살 만한 행보를 되도록 하지 말자는 것이다. 공정 선거 관리를 해야 할 대통령에게는 더욱 요구되는 일이다. 대통령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선거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방 행보를 자제하는 것은 암묵적인 관행이었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지금의 여당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민생토론회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오가는 동안 오해도 켜켜이 쌓이고 있다. 야당은 최근 윤 대통령이 참석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착공식에 야당 자치단체장은 초대하지 않았다면서 "그렇다면 여당 자치단체장도 초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럴 땐 이러고 저럴 땐 저러면 총선에 영향을 주는 관권 선거"라고 비판했다. 다만 확인해보니 민주당 소속 차준택 인천 부평구청장은 대통령실로부터 착공식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구청장 측은 GTX-B노선 관련 변전소 설치 문제로 주민 반대 목소리가 있어 부득이하게 불참하게 됐고, 불참 사유는 '관권 선거 논란'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전했다.
민생토론회의 가장 큰 역할은 '이슈를 덮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온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과 제2부속실 설치 등 여권에 부담스러운 현안부터 3%대로 오른 물가상승률 등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자연스럽게 가려진다는 것이다. 또 민생토론회 준비로 정부의 새해 업무보고가 밀리고, 개최지역도 갑작스럽게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 세종 관가와 대통령실 실무진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105주년 3·1절 기념식 때 행사 배경 문구가 세로로 읽으면 '자위대'가 되는 해프닝이 생긴 것도 세심하게 돌아볼 여유를 놓친 탓이 아닐까 싶다. 총선이 한 달 남은 만큼 민생토론회는 '쉼표'를 찍고 후속조치와 민생 챙기기에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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