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힘 느끼게 한 2030세대 관심 …5‧18 폄훼‧왜곡 씻는 기회 될 수 있기를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영화 ‘서울의 봄’이 지난 24일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역대 개봉작으로는 31번째, 한국 영화 중에선 22번째로 천만 고지에 오른 작품이 됐다. 12‧12 군사반란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가 천만 관객을 끌어냈다는 점은 좀 뜻밖이긴 하다.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의 열연, 2030 세대의 쏠림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에서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세대로 알려진 MZ 세대가 역사적 진실이 담긴 영화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하니 새삼 영화라는 장르의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12‧12 쿠데타 5개월 후 5‧18이라는 학살 참극을 현장에서 겪은 광주 시민들은 '서울의 봄' 개봉 소식을 접하며 두 가지 성향으로 갈라섰었다. 영화를 ‘꼭 봐야 겠다’와 ‘불편할 것 같아 보고 싶지 않다’ 였다.
기자를 비롯해 당시에 대학을 함께 다녔던 지인들은 대부분 후자를 택했다. 그날 전두환 신군부의 정권찬탈 단초가 된 광주의 5‧18, 그리고 이후 수십여 년 질곡의 역사를 목격한 세대로서 영화를 보는 시간이 고문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전두광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이 광주에 와 무대 인사를 하다가 눈물을 흘린 일화가 시민사회의 화제가 됐다. 황정민이 울컥한 이유는 영화관 광주 관객들이 들고 있던 손 팻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팻말에는 "서울의 봄이 광주에 오길 43년 동안 기다렸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팻말을 든 시민의 심정을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많은 국민들이 80년 광주의 진실을 알아주기를 긴 세월 동안 오매불망 기다려 왔다는 간절한 마음의 표현이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이 그 후로도 오래도록 극우 세력들이 씌운 정치적 프레임으로 작동돼 왔기 때문이다. 국가폭력의 희생자였지만 오히려 불온한 시민으로 혐오의 대상이 돼야 했던 광주의 아픔은 오랜 세월 동안 역사 속에서 외면 받아 왔던 게 사실이기도 하다.
왜 하필 광주였을까? 광주가 신군부 세력의 타깃이 됐던 점은 오래도록 논란거리가 돼왔다. 그 중 한 가지는 일찌감치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를 먹잇감으로 주목했다는 주장이다. 김대중과 그를 따르던 지지 세력을 내란음모 일당으로 몰아세우기 위해서는 광주라는 김대중의 정치적 근거지를 폭도들의 도시로 점찍어야 했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12‧12 쿠데타에 반발하는 광주의 저항이 유별나게 격렬해 광주를 철저하게 짓밟지 않고는 신군부 정권의 안위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는 해석이 존재한다. 가혹한 폭력으로 광주를 진압해 그 어떤 세력도 저항의 엄두를 낼 수 없도록 철권통치의 본보기로 삼았다는 얘기다.
신군부 쿠데타 세력의 전략은 유효했다. 그 후 정국은 쥐죽은 듯 침묵했고, 12‧12 군사반란을 이끌었던 전두환이 내란죄 수괴로 법정에 서기까지 15년의 세월이 흘러야 했다.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이창동 감독은 영화의 힘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
"영화는 다른 매체보다도 다른 인간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 인류가 영화매체의 이 상징적인 힘을 사라지게 할 이유는 없다. 제 영화가 불편하다는 관객도 많다. 메시지가 어렵더라도 관객에게 좀 더 많은 질문을 남기고 각각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영화 '서울의 봄'은 천만 관객들에게 12‧12 쿠데타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이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되는 공유의 과정을 통해 80년 광주를 바라보는 폄훼와 왜곡이 씻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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