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병립형 회귀 시사…비명계 "李, 국민과 약속 지켜야"
'사법리스크' '팬덤 정치' 부정 어려워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리얼미터가 지난 4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너지경제 의뢰·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 상대)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보다 3.3%포인트 떨어진 43.8%로 나타났다. 전 주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국민의힘(33.9%)보다 9.9%포인트 앞서는 수치다. 거대 양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따로 있다. 무당층이 3.5%포인트 증가한 13.9%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다른 여론조사는 어떨까.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결과를 보자. 민주당은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떨어진 34%, 국민의힘은 변동 없이 33%로 집계됐는데, 무당층은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늘어난 29%였다. 거대 정당의 지지율과 맞먹는 수치다. 20·30대에서 무당층이 가장 많다(각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이 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초당적으로 민생 안정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여야가 정쟁에 치우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까닭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여야가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것도 모자라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어려운 민생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함께 여야가 힘을 모으더라도 모자를 판국에 다투고만 있으니,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정부·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민주당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를 재발의하며 국민의힘과 강하게 부딪쳤다. 워낙 여야 간 대치가 격렬해진 탓에 정국은 얼어붙었고 본회의 직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각종 민생 법안이 쌓이고 있다. 국회의 무력화가 꼭 여당의 책임만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민주당의 분란도 지지율 답보에 한몫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말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사실상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했다. 준연동형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만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민주당 비례 의석이 20석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현실적 부분을 고려한 것이다. 승자 독식이라는 선거 특성과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고민 지점은 따로 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금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공약으로 냈다는 점이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국민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선거제 퇴행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12일 예비후보 등록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당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여야 간 선거제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원칙과 현실이 충돌하는 상황은 결국 당권을 쥔 지도부와 주류가 원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의 분란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개혁의딸)당으로 변질됐다"고 비난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최근 광폭 행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하는 등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가에선 비명계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당은 이 의원과 이 전 대표에 대해 적대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민주당의 지지율을 보면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최근 여론조사 상 '정권 견제론'이 '정권 안정론'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민주당이 4년 전 총선 때처럼 압승할지는 미지수다. 약 4개월 남은 총선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가 표심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팬덤 정치'는 부정하기 어렵다. 당이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비명계의 주장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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