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이재명-친명계 향한 쓴소리 지속 전망
공천권 두고 계파 갈등 불가피…사당화 부추기는 팬덤 정치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당무에 복귀한다. 지난달 18일 단식 중 건강이 악화해 입원한 이후 약 한 달여 만이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이들에 대한 숙청 작업에 나설지가 정치권의 관심사다. 민주당 안에서도 '태풍 전야'라는 말이 무성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로 소강상태인 내홍이 언제 격화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친명계가 장악한 지도부에선 연일 '가결파' 의원 5인(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을 징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서은숙 최고위원은 20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해당행위에 대해서는 매듭이 필요하다"며 징계 필요성을 제기했고, 정청래 최고위원도 지난 18일 "해당행위에 대한 조치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 9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손잡고 넘어가자"며 통합의 뉘앙스를 풍긴 데 이어 지난 11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를 올렸다. 이를 근거로 당과 정치권 복수의 인사들은 이 대표가 일단 비명계인 가결파 5인을 포용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일부는 여의도에 복귀한 이 대표가 바로 민감한 징계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추이를 보며 저울질할 것이라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체포동의안 이후 친명계와 당원, 강성 지지자인 소위 '개딸'이 가결파 색출과 징계를 요구해 온 점은 이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이라는 이유에서다. 의견이 분분해 섣불리 이 대표의 결단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당 화합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개딸로 통칭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비명계 의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의원 168명에 대해 '수박(비명계 의원들을 지칭하는 은어) 당도'를 수치화해 낙인을 찍어 논란이 됐고, 직접 비명계 의원들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협박과 조롱하는 일도 비일비재라고 한다. 강성 지지자들의 비명계 공격 행위는 이미 통제 수준을 넘은 지 오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향한 강성 지지자들의 공세만 봐도 그렇다. 김 지사는 17일 경기도를 대상으로 한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의 부인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이 의심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언급한 이후 개딸의 표적이 됐다. 김 지사도 한순간에 '수박'으로 찍혔다. 이 대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지사에 대한 욕설 글이 수두룩하다.
당내에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각과 시각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체포동의안에 소신껏 투표한 것이 잘못일까. 정치적 동지라는 이유로 '법카' 사적 사용 의혹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이 대표와 주류를 향해 쓴소리를 삼가고 설탕 발린 말만 해야 하는 것일까. 상식적인 일이 지탄받는다.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실천하겠다"고 공언했다. 계파를 초월한 포용의 지도력을 발휘할 명분이다. 하지만 비명계의 자기주장은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 공천 과정에서 극심한 계파 갈등이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강성 팬덤은 이 대표의 사당화를 부추기고 있다. 민주당의 진짜 화합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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