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북 새만금 SOC 예산 75% 삭감
野 전북 의원들 "보복성 예산, 전라북도에 책임 전가"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새만금은 세계 어디보다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어, 새만금 개발과 함께 전라북도를 기업들이 바글바글거리는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 벌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보자."
2022년 4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전북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전북의 발전과 새만금 투자를 종종 언급했고, 실제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당선된 이후에도 그랬다. 적어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이던 지난 8월 2일 잼버리 대회 개영식에 참석했다. 직전에는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GSCO)에서 열린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첨단기업이 이곳 새만금 플랫폼에 모여들고, 외국 기업의 투자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노력으로 현 정부 출범 이후 30개 기업에서 총 6조6000억 원의 투자가 결정됐고, 이는 2013년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후 지난 9년 동안의 성과인 1조5000억 원의 4배가 넘은 규모라는 점을 부각했다.
국민의힘도 전북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구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7일 전북 새만금개발청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호남지역 국민에게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 사람)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새만금 지역의 발전, 특히 내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전북이 대표적인 산업 지역으로 완성되도록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새만금을 향한 윤 대통령과 여당의 뜨거웠던 관심은 운영 미숙 논란을 빚은 새만금 잼버리 대회 이후 급격하게 식어버렸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을 보면 그렇다. 29일 전라북도에 따르면 새만금 기본계획(MP)에 반영된 주요 SOC 10개 사업 관련 중앙 부처 반영액은 6626억 원이었다. 하지만 기재부 심사 과정에서 5147억 원(75%)이 삭감된 1479억 원만 정부 안에 반영됐다.
전라북도는 정부의 예산 삭감의 배경으로 잼버리 대회에 따른 후폭풍으로 보았다. 임상규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이날 전북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잼버리 파행이라는 돌발 변수가 새만금 예산에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예산 편성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결정이 이루어졌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전라북도는 특히 새만금 사업이 잼버리와 무관하게 지난 1989년 노태우 정부가 확정한 새만금간척사업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34년 동안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 지역 의원들도 윤석열 정부의 보복성 예산 삭감이며, 잼버리 대회 파행 책임을 전라북도에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 탓, 새만금 탓으로 돌리는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행태를 지금 당장 중단하고 새만금 사업 예산 또한 원상 복귀시키라"고 촉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9일 새만금 기반시설(SOC) 건설사업에 대한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픽처'를 짜달라"고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의 지시사항을 볼 때 새만금 SOC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꼼꼼하게 점검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해 보려 한다. 그렇지만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았다.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정부 등은 그동안 책임이 전라북도에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의 달콤했던 발언들은 잼버리 파행 이후 의미가 확연하게 퇴색했다. 솔직히 말하면 전북 도민들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잼버리 파행이 단순히 전북의 책임이라면 마무리 준비를 책임진 대통령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대원 출신임을 밝히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 공동위원장을 맡은 국무위원들은 책임이 없는 것일까.
잼버리 파행 책임은 정부와 전라북도에 공동으로 있다는 대체적 시각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예산 삭감은 전북지역의 여론이나 야당의 시각이 아니더라도 다분히 일방적이고 정치적이며 보복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속담처럼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나 조치는 극히 자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앞으로 어떤 지역이라고 말을 뒤집지 않을까 싶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전북이 아니라 국민에게 신뢰를 잃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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