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네 탓' 공세만 집중하면서 책임 회피
'진흙탕 잼버리' 이어 정치권 정쟁 '한심'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끝난 이후 정치권이 시끄럽다. 여야가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에 따른 파행 사태를 두고 '네 탓'만 하고 있어서다. 책임 있는 자세는 볼 수 없다. 마치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으로 상대 진영의 책임만 강조한다. 이런 양상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여야가 나라 망신이라며 들끓는 여론을 떠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이 있지 않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준비 부족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부실 운영에 대해선 전라북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도의 미심쩍은 수의계약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와 지역 이권 카르텔이 새만금 파행의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이권 카르텔 형성의 주범은 민주당이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 정권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행사 운영 등 대회 전반을 이끌어갈 책임은 당연히 현 정부에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전 정부와 전북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정부지원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직위 공동위원장이자 주무 부처 수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민주당의 잼버리 준비 부실에 대한 경고와 우려에도 성공적 개최를 자신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윤석열 정부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은 '정부 책임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7일부터 나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새만금 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의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는 응답은 60.2%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31.2%, '잘 모르겠다'는 8.6%로 조사됐다.(자세한 여론조사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 청소년들의 야영 축제가 사실상 '관광'으로 끝났다면, 이건 정부와 정치권, 개최지 지자체의 잘못이다. 잼버리 유치가 확정된 시기는 2017년 8월로, 문재인 정부 시절이다. 집권 시절 5년 동안 뭘 했냐는 여당의 일침은 무리는 아니다.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시설·안전 점검과 행사 운영에 대한 완벽한 계획을 마련할 책임이 있었다. 현 정부가 대책을 잘 세웠다면, 대처 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전 정부의 민낯은 더 드러났을 것이다.
이처럼 책임 소재가 명백한데도 여야는 자기 책임은 감추고, 상대 책임만 부각시키기에 혈안이다. 책임이 있다면 사과하는 상식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국민을 더 실망스럽게 한다. '무책임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책 탓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려는 잼버리를 윤석열 정부가 정상화했다, 겨우 수습했다' 등의 정부·여당의 인식에 대해 '정신 승리'라는 비판이 많다는 걸 당정은 모르는 걸까. 문득 잼버리 대회가 전북 새만금이 아니라 대구·경북권에서 열렸다면 여당의 태도는 지금과 같을지 궁금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어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등판한 점도 정쟁을 키운 측면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면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썼다. 이번 잼버리의 준비 부족 책임이 전 정권까지 확대되는 것을 반박하는 것으로 읽히면서 국민의힘의 공세가 격렬하다. 대통령실도 '후안무치'의 평가가 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이번 잼버리 파행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함에 따라 앞으로 정쟁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171억 원의 국민 혈세가 예산 취지에 맞게 쓰였는지, 정부와 지자체 간 의사결정과 운영에 문제는 없었는지, 이번 잼버리 사태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모두 책임이 있는데도 여야는 '네 탓'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겐 얼마나 한심해 보일까. '뻘밭 야영' 등 미비했던 잼버리에 국가 망신이라며 실망했던 국민은 소모적인 정쟁이라는 진흙탕 싸움을 또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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