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강행의 후폭풍...편한 길 택한 행안부의 '꼼수'도 비난 마땅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이던 민주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강행 처리된 데 따른 후폭풍이 윤석열 정부 들어 경찰의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번졌다. 검찰의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면서 공권력이 경찰로 집중되자 윤석열 정부는 ‘경찰공화국’이 초래할 인권 등 국민 기본권 침해와 경찰 권한 남용 등 부작용을 예방할 장치 모색에 나선 탓이다.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는 경찰 권력 감시를 위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권을 시행령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종의 꼼수이기는 하다. 국회 입법 대신 시행령으로 경찰을 관리·감독하겠다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강행했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가 뻔해보인 탓도 있다. 편한 길일지는 몰라도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고 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한 모법(母法) 취지에도 반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최근 자문위는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권 등을 담은 ‘경찰지휘규칙(가칭)’을 행안부령으로 신설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부처 장관은 소속 외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7조가 근거다. 시행령을 토대로 행안부 안에 ‘치안정책국’을 신설해 경찰 인사 등 주요 사안을 관리·감독하는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경찰이 1991년 행안부 전신인 내무부 소속에서 외청으로 독립·분리된 후 31년 만에 다시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게 될 상황인 셈이다.
자문위 내의 기류도 강경하다. "사법부 소속 판사도 아닌 경찰의 독립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경찰이 독립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뭔가"라면서 "정치적 중립은 모든 공무원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일축하며 확고한 입장이다.
헌법 정신에 따라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을 지켜야 하듯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경찰을 포함해 모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보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경찰에 권한이 집중되고 강화되면서 경찰의 중립성보다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이 더 시급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사실이다. 행안부 쪽의 강경해보이는 기류가 다소 우려스럽긴하다.
학계와 시민시회 단체들은 경찰의 민주적 통제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자문위의 방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에 인사 및 감찰권을 부여해 경찰청 감독 기능을 실질화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다만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적다.
경찰청은 경찰위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대안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민주당이 가장 발끈하고 있는 모양세다. '윤석열 정부의 경찰 직접 통제' '국민을 탄압한 과거로의 회귀’등 비판 강도는 엄청나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3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경찰권의 독립적·중립적 행사라는 지난 30년 간의 원칙을 허물며 경찰법 개정 정신을 역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전례 없는 경찰청장 후보군 면접과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의 인사검증까지 엮어 "윤 정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한 것과 다름없다"는 논리도 폈다.
민주당 행안위원들도 같은 날 성명을 냈다. 당 차원의 대응으로 비친다. 위원들은 "윤석열 정부가 ‘검사완판’ ‘검찰공화국’이라는 국민의 비판이 있는 이 시점에 경찰까지 좌지우지 하려는 행태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경찰 길들이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수위를 높혔다. 경찰 내 반발 기류도 계속 커지고 있다. 14일에는 경남경찰 24개 관서 직장협의회 회장 일동이 "경찰청을 치안본부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행안부에 종속시켜 권력의 하수인이 되도록 한다면 정치적 중립은 요원하다"는 입장문을 올렸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같은 논란의 원죄를 문제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지나친 검찰개혁의 결과 , 즉 검수완박에서 찾는다. 14일 KBS에 출연한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설명에서 명쾌하게 드러난다. 정 최고위원은 "경찰이 과도하게 많이 갖게 된 '검수완박' 문제점이 터진 것" "(경찰)통제가 아닌 관리를 투명하게 물위로 올리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경찰이 크게 비대해지고 엄청 강력해진 사실에 대해 부인할 이는 없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 권력을 단기간에 무서운 속도로 강화시켜준 사실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 주도로 검찰개혁 차원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밀어붙였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로 검찰의 수사권은 크게 위축됐고 많은 권한이 경찰로 넘어갔다. 지난해 1월부터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고, 검찰 수사권 대부분이 경찰에 이양됐다. 경찰은 1차 사건에 대해 불송치 종결권도 챙겼다. 여기에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활동이 금지되면서 경찰의 정보 영향력도 엄청 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폐지되면서 경찰이 정보를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최근 대통령실이 경찰의 정보 수집 업무와 관련해 "인권 침해 소지가 없도록 하라"고 경찰 고위층에 지시한 사실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잎으로 군인 사망 사건 등도 경찰로 수사권이 이관된다. 2024년에 가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마저 경찰로 넘어간다.
현재 경찰청이 관할하는 법령은 집시법·도로교통법 등 모두 88개나 된다. 법무부 장관이 인사·조직·예산 권한으로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체제보다 행안부에서 분리된 경찰청의 자율성이 훨씬 높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의 힘을 뺀다는 이유로 권한을 경찰로 대거 넘기는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게 사실이다.
자문위는 일선 경찰관들의 저항이 예상외로 강한 점을 감안해 21일 발표할 최종 제도 개선 권고안에 가급적 순화된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진다. 조직 신설은 기정사실인 만큼 경찰관 처우개선, 수사인력 증원 등 경찰을 달랠 ‘당근’을 포함시키는 여러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경찰 통제 관련 부분은 정말 추상적 개선 방향 정도만 최종안에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행안부의 경찰관리 방안의 행태가 '꼼수'에 가까워보이기는 한다. 때문에 민주당으로부터 '경찰 통제 의도'라는 의심을 받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악명 높은 경찰공화국 시대로 되돌아간다’는 민주당의 비난은 억지다. 어불성설(語不成說)로 보인다. 먼저 '검수완박' 강행처리가 빚은 결과라는 생각은 들지않는가. '내탓이오'는 아니더라도 민주당이 쌍수를 들고 비판에 나설 게재는 아니라고 본다. 먼저 자신부터 탓해야 한다.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따로 없다. 모든 일은 뿌린대로 거둔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표현이 과해보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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