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심사 통과 음주전과 후보 ‘수두룩’ 알려져 …시민들 공관위 심사 과정 ‘지켜볼 것’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말뚝만 꽂아도 당선 된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선거 때만 되면 횡행하는 세태어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 되는 선거풍속을 비꼬는 얘기지만 변명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 옷만 입고 나오면 인물의 됨됨이를 가리지 않는 무조건 투표 관행이 이어져왔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정치세태가 이렇게 된 데는 두 가지의 배경을 떠올려볼 수 있다. 하나는 민주화 운동 역사와 5‧18이다. TK를 기반 삼은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은 곧 시민학살 가해세력이라는 인식이 지역민의 의식 속에 깊게 각인되면서, 이에 저항하는 정치세력이 곧 선이라는 이분법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 사랑은 곧 민주당 사랑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또 하나는 오랜 집권세력이었던 보수 우파 정권이 호남의 패를 버리는 식의 선거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물론 공을 들여도 안 된다는 전략적 인식이 작동됐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의 큰 흐름이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후보를 세울 리가 만무하다. 전혀 지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듣보잡 후보’가 나서서 시늉뿐인 선거전을 치르고 적절한 감투 보상을 받는 수순이 반복됐다.
호남의 정치동력을 근거삼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을 거쳤음에도 이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여전히 두 진영이 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 꼭 넘어서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오매불망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후 호남의 정치심장인 광주의 민심은 개혁공천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말뚝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자만하는 안일한 정치가 대선 패배를 자초했기에,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 지역 예비후보자들의 전과 기록을 확인한 결과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은 후보자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음주전과 후보들 대다수가 적격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던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윤창호법' 시행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예비후보자는 등록 불가 결정을 내리겠다는 강력한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 광주시당 공직자후보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도 6.1지방선거에서 강력범죄, 음주운전, 뺑소니운전, 성폭력·성매매범죄, 아동학대범죄, 가정폭력, 투기성 다주택자에 대한 ‘예외 없는 부적격’ 원칙을 정하고, 이 같은 원칙하에 검증신청자의 자격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시당 검증위는 음주운전의 경우 2018년 12월 18일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자’로 규정하는 등 느슨한 뒷걸음질 기준안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은 음주전과 후보가 수두룩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그물코를 넓혔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텃밭민심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난 대선 패배 후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으로서 칼날 위를 걷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개혁공천을 바라는 민심이 전례 없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맑고 투명한 공천으로 제대로 된 후보를 세우는 일로 그 눈길에 답해야 한다.
대다수의 음주전과 부적격 후보들이 검증위의 느슨한 그물코를 통과해 민심이 들끓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다음 달 20일 최종결정이 예고된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 과정이 지금의 방만한 그물코를 그대로 적용할 지, 아니면 시민 눈높이에 맞출 것인지, 텃밭 민심이 뜨거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민주당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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