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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홍준표 소신? '청년의 꿈'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

  • 칼럼 | 2021-11-10 00:00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참여도 일축...이것도 소신?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공자(孔子)는 인과 예와 도덕의 정치를 표방하며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고향 노(魯)나라를 떠나 세상을 주유한다. 위(衛)나라에서 실력자 공문자(孔文子)를 만난다. 공문자는 기뻐하며 반겨 맞았으나 공자는 오히려 서둘러 위나라를 떠난다. 의아했던 제자들이 이유를 묻자 공자는 "현명한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양금택목/良禽擇木)"는 말을 남긴다.

위나라에는 ‘도덕적 이상의 정치 실현’에 기대를 걸 만한 동지가 될 임금도 벼슬아치도 없다는 의미였다. 사실 미물도 앉을 곳을 가려 앉는다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에게 합당한 자리인지 또는 자신이 모실 사람(들)이 합당한 인물인지 등을 생각해 보고 진퇴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충공십팔년조(衷公十八年條)에 등장하는데 지극히 당연한 애기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의원도 같은 이유일까? 홍 의원은 지난 5일 경선에서 선전했지만 아깝게 2위에 그쳤다. 이틀 뒤인 7일 홍 의원은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다. 1위를 한 윤석열 대선 후보를 위한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이날 페이스북에도 "이번 대선에서 저는 우리 당 경선을 다이내믹하게 만들고 안갯속 경선으로 흥행 성공을 하게 함으로써 그 역할은 종료되었다고 본다"고 올리며 대선에 참여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특히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경선 패배 직후엔 "이번 대선에서는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면서 경선 패배를 깨끗이 승복하고 "모든 당원이 한마음으로 정권 교체에 나서 주시기 바란다"며 정권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대위에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됐던 만큼 일각에서는 ‘뒤끝’ 애기도 들린다.

지난 5일 홍준표 의원(왼쪽)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나란히 경선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더팩트 DB
지난 5일 홍준표 의원(왼쪽)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나란히 경선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더팩트 DB

8일 해단식에서도 그는 윤석열 후보를 전면에 나서 돕거나 국민의힘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1997년 대선과 2002년의 이회창 전 총재 대선에서 마이크를 잡은 일이 없다"며 "아들의 (병역) 논란이 불법은 아니지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제 소신하곤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번도 ‘소신’이라는 설명 같아 보인다.

그는 ‘윤 후보가 빠른 시일 내에 만나고 싶어한다’는 질문에 "나 만날 시간에 다른 사람 열심히 만나라. 제가 고집이 보통 센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 대한 우려’를 표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아마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선거에서 지면 감옥에 가야 할 것"이라며 "제가 26년 동안 정치를 해왔지만 이렇게 참혹한 대선이 된 게 참 유감"이라까지 지적했다. ‘소신’과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유추가 가능하지만 자신의 선대위 참여 여부와 ‘원팀’이 왜 무관하다고 한데 대한 설명이 부족한 지점은 매우 아쉽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께 여의도 대선 캠프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캠프에 모여있던 지지자 100여명은 '어게인 JP 사랑합니다'가 적혀 있는 플래카드를 들며 그를 반겼다. ‘패자(敗者)’의 해단식이 보통 침울하고 썰렁한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것과 달리 이날 홍 의원의 캠프 사무실은 수많은 젊은 청년들이 찾아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홍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청년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홍 의원에게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고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편지를 전달하다 눈물을 흘리는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홍 의원 측에 따르면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구독) 수는 지난 5일 경선 직후 이틀 사이에 3만 명에서 4만9620명으로 급증했고,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엔 3000여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한다. 그가 지향하는 ‘청년의 꿈’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4일 오후 홍준표 의원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함께 홍대거리를 방문, 젊은세대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사진찍고, 악수하며 거리를 누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4일 오후 홍준표 의원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함께 홍대거리를 방문, 젊은세대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사진찍고, 악수하며 거리를 누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홍 의원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그의 강점인 선명한 메시지, 뚝심과 추진력, 순발력 등 개인기로 상황을 돌파했다. 이번 경선과정을 돌아보면 비록 ‘패했지만 절반의 성공’ 이상은 거둔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지난 대선 이후 대한민국 '꼰대'의 전형으로 비쳐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고다이, 독불장군, 좌충우돌, 싸움꾼, 돈키호테 등 그의 리더십에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렸다. 함께 일했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홍 후보에 대한 평가도 인색했다.

이랬던 그가 경선 2~3개월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MZ세대로부터 매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설명이 있을 수 있겠으나 동전의 양면처럼 홍준표의 캐릭터, 즉 앞만 보고 돌진하는 저돌성과 에둘러 말하지 않는 솔직함이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동산 폭등과 최악의 청년실업에 분노했던 MZ세대는 어쨌든 그를 유력 대권후보 반열에 올려 놓았고 이제 또다른 정치 일정을 나서려 하고 있다.

홍 의원은 이제 " 저를 열광적으로 지지해 준 2040들의 놀이터 ‘청년의꿈’ 플랫폼을 만들어 그분들과 세상 이야기를 하면서 향후 정치 일정을 가져가고자 한다"며 "나머지 정치 인생은 이 땅의 청장년들과 꿈과 희망을 같이 하는 여유와 낭만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의 꿈’ 플랫폼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청년의 꿈’ 플랫폼과 그가 말하는 ‘여유와 낭만’이 그래서 궁금해진다. 이 역시 저돌적이고 직설적일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지난 4일 오후 홍준표 의원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함께 홍대거리를 방문, 젊은세대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사진찍고, 악수하며 거리를 누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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