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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민주당 대선 경선 흥행, '군소후보'에 달렸다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여당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더팩트DB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여당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더팩트DB

'어게인 2002년' 재현되나...'꼴찌의 반란' '경선 단일화' 관전 포인트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후보자 등록을 30일 마무리 짓고 후보 선출을 위한 대장정에 들어갔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이광재 의원, 김두관 의원, 양승조 충남도 지사, 최문순 강원도 지사 등 9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정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28일 단일화를 선언하고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이들의 단일화 선언은 단선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뒤 다른 후보들을 모아 세(勢)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단일화 시점을 컷오프가 실시되는 7월 9∼11일보다 4일 앞선 7월 5일로 잡았고 다른 후보들의 추가 참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 전 총리는 "민주당의 적통 만들기를 이어가 국민과 당원의 부흥을 이어가겠다"며 "민주당 경선을 역동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해 여권 내 대선 지형의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아직 확실해 보이잔 않는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은 결선투표제 방식이다. 결선 투표제가 후보의 대표성을 담보한다 해도 ‘후보 단일화’ 카드 제시는 후보의 지지를 위한 정치적 행위 이상이다.

200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 결선 투표에서 좌파인 리오넬 조스팽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유권자가 우파 쟈크 시라크를 지지하겠다는 유권자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자 좌파 진영은 "결선 투표만 오르면 좌파라면 누구라도 당선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좌파 후보들의 난립을 초래한다. 결과는 좌파 지지 표의 분산이었다.

그 바람에 결선투표에 오른 후보는 시라크 후보와 극우파 장 마리 르 펜이었다. 당시 좌파 후보들의 득표율 총합은 60%를 넘겼지만 결선에도 나가지 못했다. 결선 투표도 이처럼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후보가 여러 명인 구도에서 과반은 못 넘지만 부동의 1위 후보가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후보들의 단일화 필요성은 당연히 제기된다. 이번에도 시기 문제로 '찻잔 속의 태풍'처럼 보이지만 설득력 있는 정치행위로 여겨진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양승조 충남지사(왼쪽 두 번째) 출판 기념회에서 역시 대선 경선 후보인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양 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박용진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양승조 충남지사(왼쪽 두 번째) 출판 기념회에서 역시 대선 경선 후보인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양 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박용진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TBS와 한국사회연구소(KSOI)가 지난 25∼26일 실시해 28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범진보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정세균 전 총리는 5위(4.3%), 이광재 의원은 7위(1.9%)를 기록했다. 6위 정의당 심상정 의원(4.3%)을 제외하면 민주당 주자 기준 5∼6위로, 컷오프의 마지막 두 자리가 된다. 컷 오프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이재명 후보를 제외하면 2위인 이낙연 전 대표와 3위 자리를 다투는 추미애 전 장관,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힘을 보태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수학적 논리다. 컷오프 이후에도 당장 합류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지율 상위권 후보들도 정책 연대 정도는 고려할 수 있으나, 당장 단일화 논의를 할 이유가 없다"며 "본 경선이 임박하거나 또는 결선투표 때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완료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9월 10일 결선투표까지 독자 행보를 이어가며 단일화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여당의 재집권은 무척 어렵다. 야당은 정권교체와 심판론을 외치며 싸우면 그만이다. 여당은 레임덕 대통령의 허물까지 끌어안고 야당과 맞서야 한다. 지금은 야당의 1위 후보를 지지율에서 앞서는 후보조차 없다.

정당은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다. 동시에 집권을 위한 조직이다. 집권하지 못하면 가치와 정책을 실현할 수 없다. 우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표부터 얻어야 한다. 그게 현실이다. 단일화를 하든 독자 출마를 하든, 그건 정치인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지만 간단치가 않다.

흔히 ‘가치의 단일화’를 말하지만, 현실 정치에선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는 게 단일화의 핵심 요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경선 후보 단일화도 경선이 진행되면 달라질 전망이다. 이재명 지사의 굳건한 ‘1강’ 구도도 깨질 수 있다. 현재 여당 1강이지만 여 야 유력후보 1대1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 대결에서는 2위 이낙연 후보와 비슷하게 뒤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당 내 군소후보에서 대통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을 시청하는 참석자들./더팩트 DB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당 내 군소후보에서 대통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을 시청하는 참석자들./더팩트 DB

대부분의 국민들도 이 상태라면 경선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 투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내에서도 결선투표 때 1∼2위 후보를 중심으로 전선이 개편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모두가 '현재'라는 시간적 단서가 붙어있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잇는 4기 민주정부 출범을 염원하는 후보들이 연대의 원칙을 천명한 것은 바람직하다"며 환영 입장을 표했다. 경선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같은 맥락이다.

정 전 총리가 ‘민주당 적통’을 고리로 내세운 대목도 당장 의미 부여는 할 필요가 없다. 결선투표가 치러질 때면 상황은 달라질 게 확실해 보인다. 당내 주류인 친문의 지지를 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선 단일화의 물결이 이 전 대표로까지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 측은 자신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반이재명 전선이 형성되길 바라는 눈치다. 자칫 편가르기로 비칠 가능성이 큰 것은 부담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후보들이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는 태도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며 "결선투표 성사 가능성이 큰 만큼 경선 기간 내내 단일화 문제가 계속 수면 위에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사 측 역시 겉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단일화 움직임의 폭이 어디까지 번질지 주시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선거운동이 어렵다.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다. 강훈식 대선기획단장은 "유권자가 재밌고 후보자는 괴로운, 야권이 무서워할 만한 경선을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딱히 눈에 잡히는 것은 없다.

흥행은 '무(無)'에서 '유(有)'가 아니고 '작은 유(有)'에서 '거대한 유(有)'로 발전해야 정답이다. 민주당 2002년 12월 대통령 후보 경선 시작 전에 부동의 1위는 이인제 후보였다. 노무현 후보는 지지율이 한 자릿수인 군소 후보였다. 경선이 시작되면서 20%대 지지율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역동적 경선 흥행의 시작점이었다. 민주당의 이번 경선 결선투표까지는 2달 넘게 남았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컷오프부터 이변은 속출할 수 있다. 경선 후보 9명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여론조사 부동의 1~2위를 뺀 이른바 현재 군소후보들이다.

이들 ‘꼴찌의 반란’과 ‘경선 단일화’가 이번 경선의 화두라고 본다. 다이내믹한 경선은 여기서 비롯된다. 국민적 관심은 물론이다. 먼저 출발선에 서있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당 내 군소후보에서 대통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을 시청하는 참석자들./더팩트 DB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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