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을 '독야청청'으로 착각한 민주당 지도부, 결국 총사퇴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완패했다. 아니 참패다. 민심은 1년 만에 180도 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를 선언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민심은 왜 불과 1년 새 민주당에 등 돌렸을까.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많은 과제를 줬다.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당의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오후 지도부 총사퇴를 알리며 이같이 밝혔다. '공정과 정의'가 눈에 띈다. 1년 동안 곳곳에서 그렇게 지적했던 공정과 정의를 패배 후 꺼냈다는 게 아쉽다. 김 대행이나 민주당이 바로 세우겠다는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정과 정의는 지난해 총선 직후 거대여당 탄생 이전부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지적된 내용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기점으로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개혁을 거부하는 이들의 아우성 정도로 판단했다. 그때 이런 지적들을 받아들이고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이번 선거 패배는 누구의 탓이 아닌 민주당의 자멸(自滅)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은 '독야청청'(獨也靑靑 홀로 푸르고 푸르다)으로 생각했겠지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내로남불 지적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내로남불·위선·무능' 등의 표현을 사용해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을 불허했다. 선관위는 "그것은 저희뿐만이 아니고 국민이면 누구나 대다수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도 민주당이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냐." -국민의당 전주혜 의원
"네. 그렇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세환 사무총장
선관위도 '내로남불'이 민주당을 특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의 의문의 1패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웃픈' 상황이었다.
민주당이 내로남불 지적을 무시한 배경은 지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의 압승 때문이었으리라고 본다. 사람이 술에 만취해 인사불성이 되듯, 약 180석 가까운 승리에 취했던 탓이다. 지난 총선 서울 지역구 결과를 보자. 서울지역 총 선거구 49개 중 민주당은 41곳에서 승리했다. 압승이다. 그보다 앞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 중에서 24곳을 휩쓸었다. 따라서 민주당의 이번 선거 패배는 더 뼈아프다.
이번 선거로 민주당의 지난 총선 승리는 국민의 1차 시험대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다시 시험을 치른 이번 선거에서 서울 지역구 41곳 중 단 한 곳도 승리하지 못했다. 막판까지 조직력에 기대를 걸었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지는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출범 후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을 반개혁 세력으로 치부했다. 이제는 민주당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 됐다.
필자는 지난 6월 21대 국회 출범 후 민주당이 막 독주를 시작했을 때 우려([이철영의 정사신] '살찐 초'와 닮아가는 거대 여당)를 표한 바 있다. 당시 '살찐 초는, 제 욕심의 늪에 불꽃을 빠뜨려 스스로 자진한다. 욕심의 운명은 그렇게.... 어둡다'는 판화가 이철수 씨의 책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의 내용을 인용했었다. 결과는 보이는 그대로다.
'국민의 회초리'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등의 반성문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민주당 일부에서는 패배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모습도 보여진다.
선관위로부터 내로남불 정당을 인정(?) 받은 민주당에게 필요한 자세는 '내 잘못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이제부터는 잘못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려 한다'(존 크라카우어, 作 '자연 속으로')가 아닐까. 민주당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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