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7 재보궐 선거 반사적 네거티브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시골집에 발발이 한 마리가 있다. 비록 족보 있는 견(犬)은 아니지만, 참 예쁘게 생겼다. 그래서 이름도 '예쁜이'다. 거리가 있어 자주 볼 수는 없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 만났던 터라 오랜만에 찾아가도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특히 초등학생인 아들이 강아지를 참 좋아하는데, 시골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예쁜아~"라고 부르며 달려간다. 강아지도 아들의 부름에 기쁨의 몸짓을 한다. 마당에서 키워 목줄에 묶여있는 예쁜이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아들은 풀어주길 원했다. 그래서 그 뒤부터는 시골에 가면 개의 목줄을 풀어줬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들의 "예쁜아~" 부름에 강아지는 당연히 목줄을 풀어줄 것을 안다는 듯한 행동을 한다. 평소 밥도 주고 돌봐주는 어머니의 부름에는 보이지 않던 행동을 아들에게만 하는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예쁜이는 아들의 부름은 곧 '목줄이 풀린다'라고 학습한 게 아닐까. 여러 차례 반복으로 인한 조건 반사적 행동이다.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1849~1936)는 1904년 개를 주 실험 대상으로 했던 논문을 발표했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치는 실험을 반복하자 종소리만 들어도 개가 침을 흘리게 됐다는 유명한 조건 반사 이론이다. 파블로프가 발견한 이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는 뇌신경학과 행동과학 영역으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서유럽의 생리학자들은 생명체의 '정신'은 심리학의 영역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파블로프의 연구 결과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로렌 슬레이터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에서 '파블로프의 개는 침을 흘렸고, 세계는 뒤집어졌다'고 평가했다.
파블로프의 연구 결과인 조건 반사와 무조건 반사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곳이 정치권이다.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둔 여야는 상대 후보를 향해 조건 반사적, 또는 무조건 반사적 비판을 가하는데, 참과 거짓보다는 '의혹'에 집중한다.
심지어 최근엔 파블로프의 개를 놓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고 의원을 향해 "대변인이면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반사적'으로 오세훈 후보 때리러 나오지 말고 님 후보(박영선) 공약부터 살피세요"라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1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저를 두고 파블로프 강아지라는 표현을 썼다. 이런 인격 모독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 전체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전 최고위원은 "파블로프의 실험이 뭔지 모르면 '파블로프의 강아지'가 막말이고 인격모독이라고 생각할 텐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면서 "고 의원 같은 문해(文解) 수준에서는 누군가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이래도 인격모독이라고 할 겁니다. 사람을 어떻게 개나 닭에 비유하냐고 하면서"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의 '파블로프의 개' 설전은 문해 수준의 문제가 아닌 해프닝(?)으로 이해해보려 한다.
선거 국면에서 여야 모두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수많은 파블로프의 개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벌써 피곤해진다. LH 투기 사건, 코로나19 장기화 등 그렇지 않아도 힘든 국민이다. 여야가 진정 서울·부산 시민을 위한다면 정책으로 경쟁과 함께 반사적 네거티브는 자제해주길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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