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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이승엽, 일본 가서는 울지 말아라
진로를 놓고 갈피를 못 잡던 이승엽이 11일 눈물 속에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입단을 최종 발표했다.

기자회견 초반부터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던 이승엽은 연로한 부친과 병상에 있는 모친, 지난 9년간 혈관 깊숙이 흘렀던 '파란 피'가 뒤섞여 망막에서 하나의 초점을 이루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지 않아도 숙연하던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당당하게 보이기만 하던 한 사나이의 눈물로 인해 더욱 엄숙해졌다.

지난 한달간 이승엽과 그 가족이 겪은 심적 고통은 사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 당차게 메이저리그를 소원했고, 일본보다는 가족이 함께 있는 이 땅의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였기에 일본행은 무척이나 고민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또 부모형제의 말에 순종하고 가까운 이웃에게도 자랑거리였던 순진한 막내아들이자 동생을 타향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가족에게도 가슴 에는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이승엽이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눈물을 보이던 무렵 대구에 있던 부친 이춘광씨도 스포츠서울과 전화 인터뷰를 하던 도중 끝내 말끝을 잇지 못했다. 부친은 "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코울음을 참지 못했다.

아버지도, 아들도 함께 우는 선택이 과연 옳았을까. 명확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질문은 아니다. 해답은 이제부터 이승엽과 그 가족이 다시 한번 고민하고 실천에 옮길 행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에게 당부하고 싶다. 지바 롯데 입단을 발표한 오늘의 기자회견은 그동안 가슴 졸여온 선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와 꿈을 향해 출발하는 다짐의 자리였다고. 오늘 흘린 눈물은 일본에서는 결코 보이지 말라고. 그만한 능력과 의지가 이승엽에게는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 9년간 이승엽은 한국프로야구사에 남을 무수한 업적을 이뤘다. 일일이 나열할 필요조차 없다. 일본에서도 능히 이에 필적하는 발자취를 남길 것으로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강해지기를 주문한다. 아시아 홈런왕에 대한 시기와 외국인선수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 2년 뒤 더 큰 무대로 도약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부담감 등 그에게 닥쳐올 모든 역경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날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웃는 흐뭇한 광경을 기대한다.

정재우기자 j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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