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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전설’ 탄생…곽빈-안우진, KBO리그 최초의 160㎞ 선발 맞대결
사상 유례 없는 160km 선발 맞대결
제2의 '최동원-선동열' 대결 손색 없어
훗날 ML 무대에서 재회 기대


두산 곽빈이 동갑내기 맞수 안우진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최고 160km의 강속구를 뿜어냈다. /뉴시스
두산 곽빈이 동갑내기 맞수 안우진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최고 160km의 강속구를 뿜어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45년 KBO 역사에서 이런 대결은 없었다. 현존 최고의 파이어 볼러가 맞붙었다. 29일 잠실구장은 경기 전부터 들썩였다. ‘명불허전’ 투수전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즈 선발 투수는 안우진, 두산 베어스의 선발 투수는 곽빈이었다. 둘은 2018년 입단 동기이면서 1999년생 동갑내기다. 둘 다 소속 팀의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8년이 지난 현재 둘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둘이 더욱 주목받는 건 희소성이다. 안우진과 곽빈은 160㎞에 육박하는 광속구를 던진다. 역대 국내 투수들 중 최고로 빠른 볼을 던진다. 이 둘은 그동안 한 번도 선발 대결을 벌인 적이 없었다. 둘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영화 ‘퍼펙트 게임’으로도 제작된 최동원(롯데)과 선동열(해태)의 선발 대결이다. 이해 5월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은 둘의 선발 대결을 보려고 장사진을 이뤘다. 이전 두 차례의 맞대결에선 1승1패를 기록 중이었다. 최동원은 선동열 보다 4년 위로 이때 만 29세였다. 고교 시절부터 이어진 혹사로 전성기를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는 ‘전설’을 만들었다.

최동원(오른쪽)과 선동열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불멸의 라이벌로 기억되고 있다. /KBS
최동원(오른쪽)과 선동열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불멸의 라이벌로 기억되고 있다. /KBS

두 팀은 15회 연장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최동원과 선동열은 15회를 완투했다. 최동원은 209개, 선동열은 232개의 공을 던졌다. 현대 야구에선 상상할 수 없는 투구 수다. 최동원은 11안타 6사사구 8탈삼진 2실점, 선동열은 7안타 5사사구 10탈삼진 2실점 했다.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보다 극적인 명승부는 펼쳐지지 않았다. 2025년 7월 26일 2000년대를 대표하는 두 좌완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SG)이 맞붙었다. 하지만 결과는 류현진이 1회에 5실점 하고 강판하면서 싱겁게 끝났다.

곽빈은 1회초부터 불같은 속구를 꽂아 넣었다. 키움 1번 서건창에게 초구 155㎞의 빠른 공을 윽박지른 곽빈은 4번 케스턴 히우라 타석에선 160.3㎞의 스피드를 찍었다. 곽빈의 역대 최고 구속이었다. 곽빈은 1회 19개의 공 가운데 14개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특히 3번 맷 데이비슨과 4번 히우라를 상대할 땐 의식적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해 힘으로 눌렀다.

안우진은 1회말 약간 흔들렸다. 두산 1번 박찬호와 2번 안재석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이후 두산 중심 타자 3명을 삼진 두 개와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안정감을 찾았다. 안우진은 3번 박준순 타석 때 159.9㎞를 기록했다. 두 팀 선발 투수가 나란히 160㎞를 찍은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키움 안우진은 두산 곽빈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치다 단 하나의 실투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뉴시스
키움 안우진은 두산 곽빈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치다 단 하나의 실투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뉴시스

곽빈은 3회초 키움 9번 권혁빈, 1번 서건창, 2번 추재현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2점을 허용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가 맞아 나갔다. 이후 곽빈은 투구 패턴을 바꿔 하이 패스트볼의 구사 비율을 높여 위기를 벗어났다. 반대로 안우진은 1회말 1실점 한 뒤 갈수록 위력을 더했다. 2회부터 4회까지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안우진은 단 하나의 실투로 평정심을 잃고 만다.

5회말 2사까지 잘 잡은 안우진은 두산 1번 박찬호에게 중전 안타을 맞았다. 이어 2번 안재석에게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146㎞ 슬라이더를 던진 것이 우중월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갑자기 흔들린 안우진은 6번 유니오 세베리노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까지 맞아 5점째를 내줬다. 결국 안우진은 5이닝 7안타 3볼넷 5탈삼진 5실점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 수는 78개였다. 곽빈은 6이닝 5안타 3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투구 수 98개.

이날 경기는 두 투수의 승패를 떠나 최동원-선동열과는 또 다른 ‘명품 투수전’이었다. 세계 무대에 내놔도 손색없는 강속구와 세련된 경기 운영 능력 그리고 안정된 제구력을 보여준 수준 높은 경기였다. 머지않은 미래에 메이저리그를 호령할 두 투수를 그려 본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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