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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쌓은 김진성의 178홀드…모든 실패자에게 ‘희망’을 쏜다 [김대호의 야구人]
세 번의 방출 끝에 178홀드 신기록 세워
간절함과 성실함이 만든 '인간 드라마'의 주인공


만 41세의 김진성은 이번 시즌에도 LG 트윈스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다. /LG 트윈스
만 41세의 김진성은 이번 시즌에도 LG 트윈스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다. /LG 트윈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 김진성(41)은 지금도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입단할 때도 낭떠러지 위였다.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았다. 유독 잔인했던 정글에서 그는 22년 동안 생존했다. 바위틈 사이로 들꽃이 자라듯 홀드를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김진성은 11일 고척돔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통산 178홀드 신기록을 세웠다. 안지만(전 삼성)이 2016년 세운 177홀드를 10년 만에 경신했다. 이번 시즌 6승 18홀드. 홀드 부문 단독 1위다.

김진성은 홀드 신기록을 세운 뒤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이제 ‘편안하게 하라’고 한다. 이 말이 싫다. 난 항상 간절하다." 김진성이 걸어온 길은 실패와 좌절로 점철됐다. 성남서고(서울고에서 전학)를 졸업한 김진성은 2004년 2차 6라운드 전체 42번으로 SK 와이번스에 지명됐다. 고등학교 때 당한 팔꿈치 부상으로 계약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단 2년 만에 방출됐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0년 넥센 히어로즈에 신고 선수로 입단했다. 또다시 부상이 도졌다. 1군에 얼굴도 내밀지 못한 채 2011년 쫓겨났다. 2012년 트라이아웃을 거쳐 신생팀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3년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았다. 만 28세, 프로 입단 9년 만이었다.

김진성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방출 아픔을 겪었지만 특유의 간절함과 성실함으로 스스로 위기를 이겨냈다. /LG 트윈스
김진성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방출 아픔을 겪었지만 특유의 간절함과 성실함으로 스스로 위기를 이겨냈다. /LG 트윈스

김진성은 NC에서 꽃을 피웠다. 불펜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더 이상 방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프로는 냉정했다. 2021시즌 37⅔이닝밖에 던지지 못하자 방출 통보를 받았다. 10년 동안 뛴 팀에서 단칼에 잘렸다. 이때 나이가 만 36세였다. 김진성은 9개 구단에 전화를 돌렸다. 입단 테스트라도 받게 해달라고 통사정했다. LG에서 손을 뻗었다. 입단 테스트 따윈 필요 없다고 했다.

김진성에게 야구장은 삶의 터전인 동시에 생명의 원천이다. /LG 트윈스
김진성에게 야구장은 삶의 터전인 동시에 생명의 원천이다. /LG 트윈스

돌고 돌아 고향 서울에 다시 온 김진성은 LG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2023시즌 80경기에 나가 21홀드를 기록했다. 2025시즌엔 78경기에서 개인 최다인 33홀드를 챙겼다. 덕분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2+1년 16억 원에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2028년까진 방출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그래도 그에게 간절함은 생명의 원천이다. 야간 경기가 끝난 뒤에도 아침 8시만 되면 야구장에 출근한다. 김진성은 후배들에게 말한다. "죽기 일보 직전까지 훈련해 봤냐? 그렇지 않다면 실패 운운하지 말라"고. 김진성은 시즌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178홀드 기록보다 지금 이 순간도 야구장에 있다는 사실이 더 자랑스럽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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