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2연패 자신하다 PS 탈락 걱정
'위기관리능력' 보여줘야 할 시점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염경엽 감독은 2013년 다 쓰러져 가던 넥센 히어로즈 사령탑을 맡아 이듬해인 2014년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다. 비록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4연패 희생양이 됐지만 프로야구 판도에 일대 반전을 일으켰다. 이름 앞에 ‘염갈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 즈음이다.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로 옮긴 뒤엔 쓰라린 시련을 맛봤다. 그리고 지도자로서 세 번째 팀 LG 트윈스에서 꽃망울을 터트렸다. 2023년과 2025년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명장’ 반열에 올랐다. 아무도 그의 지도력에 의문 부호를 달지 못했다.
2026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은 큰소리쳤다. "투-타 완벽한 구성이다. 이번 시즌은 3년간 준비해 온 결과물이 될 것이다"라면서 우승을 자신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LG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점쳤다.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대세에 묻혔다. 첫째, 전력 보강을 전혀 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포함 2025시즌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수많은 변수를 무시했다. 2025시즌과 같이 주전 선수 대부분이 100%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모험이다. 둘째, 김현수의 이탈이다. 염경엽 감독은 김현수 역할을 이재원이 해줄 것으로 믿었다. 김현수의 존재가 그라운드 뿐 아니라 더그아웃에서도 절대적이란 사실을 간과한 듯하다.

LG는 시즌 초반 위태위태하면서도 리그를 지배했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고 투-타 엇박자의 불안감을 노출했지만 특유의 조직력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염경엽 감독의 철저한 분석과 이를 통해 내부적인 돌파구를 찾아내는 통솔력이 다시 한 번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경기가 거듭될수록 상황이 악화됐다는데 있다. 선발 투수들은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타선은 무게 중심을 잃었다.
후반기 들어 봇물이 터졌다. 바닥을 드러냈다. LG는 6일 현재 후반기 16경기에서 3승1무12패를 기록했다. 단연 꼴찌다. 1위 kt wiz에 6.5경기 차까지 밀려났다. 근근이 3위에 올라 있지만 4위 두산 베어스와는 1.5경기 차,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KIA 타이거즈와 2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다.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탈락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불과 20일 사이에 벌어진 충격적인 일이다.

염경엽 감독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팀이 이렇게 무너진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다. 부상 선수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이미 전반기부터 투수진은 선발, 불펜할 것 없이 흔들렸다. 주축 타자들은 긴 슬럼프에서 허덕였다. LG는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7.09로 10위, 팀 타율 .258로 9위다. 어떤 식이든 변화를 줘야 한다. 흐름이 막혔을 땐 누군가 앞장서 막힌 혈을 뚫어야 한다. 전쟁에서 전세를 뒤집으려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디테일에 강하다. 치밀한 데이터 분석이 장점이다. 공격적인 야구로 유기적인 팀 플레이를 이끌어 낸다. 팀 운영 능력도 뛰어나다. 선수를 키워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지금이 염경엽 감독에겐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일 수 있다. 반대로 진정한 실력을 발휘할 시점이다. LG 팬들은 염경엽 감독의 '위기관리능력'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시즌 결과에 따라 ‘성공한 지도자’에서 ‘실패한 지도자’로 바뀔 수도 있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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