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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차 유망주의 ‘위대한 반란’…‘인내’의 참뜻 실현한 송찬의 [김대호의 야구人]
2018년 입단 이후 긴 암흑기 이겨낸 '인간 승리'
성실함과 밝은 인성으로 만년 '유망주' 꼬리표 떼내
시즌 .310, 8홈런 '만개'


송찬의는 이제 LG 트윈스를 대표하는 당당한 이름이 됐다. 잠실구장에서 포효하는 송찬의를 자주 본다. /뉴시스
송찬의는 이제 LG 트윈스를 대표하는 당당한 이름이 됐다. 잠실구장에서 포효하는 송찬의를 자주 본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어깨 좋고, 발 빠르고, 장타력 있는 한 유망주가 제 자리를 잡는 데 무려 9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를 짓눌렀던 좌절의 그림자와 차가운 시선을 이제야 웃음으로 맞는다. 그의 헬멧 창에 빼곡히 적혀 있는 두 글자 ‘인내’가 기쁨으로 다가온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김현수 대체자를 찾았다. 오늘부터 우리 팀 외야 한 자리 주인은 송찬의다"라고 선언했다. LG 팬들의 '아픈 이름' 송찬의가 지긋지긋한 ‘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내는 순간이었다.

송찬의(27)는 2017년 가을,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전체 67번)로 LG에 지명됐다. 서울 화곡초-선린중고를 졸업했다. 에버리지는 낮았지만 타고난 운동 능력을 평가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송찬의의 프로 생활은 암담했다. 첫해인 2018년은 2군에서 15경기에 출전했다. 2019년도 2군 10경기에 나간 게 전부였다. 그의 선택은 입대 밖에 없었다. 육군 보병 ‘송 병장’으로 2021년 5월 만기 전역하고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마지막 기회였다. 절실했다. 송찬의는 이해 퓨처스리그(2군)에서 55경기에 나가 타율 .301를 기록했다. 홈런 7개를 날렸다.

송찬의의 타격이 입단 9년 째를 맞아 만개했다. 장타력에 에버리지까지 올라가면서 무서운 타자로 변신했다. /뉴시스
송찬의의 타격이 입단 9년 째를 맞아 만개했다. 장타력에 에버리지까지 올라가면서 무서운 타자로 변신했다. /뉴시스

2022시즌을 앞두고 정식 계약을 했다. 두 자리 숫자가 새겨진 등번호도 받았다. 진짜 프로선수가 됐다. 처음으로 해외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다. 시범경기에서 홈런 6개를 때렸다. 역대 시범경기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이다. 신문에 ‘송찬의’란 이름이 실리기 시작했다. 개막전에 2번 지명타자로 당당히 나갔다. 안타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타점을 올렸다.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꽃길은 그를 거부했다. 5월3일 훈련 도중 파울 타구에 얼굴을 맞았다. 봉합 수술을 받았다. 공이 날아오는 게 무서웠다. 수비가 흔들리면서 타격도 무너졌다.

다시 기약 없는 2군 생활이 그를 기다렸다. 2023년 2군 19경기에서 타율 .056, 2024년 2군 10경기에서 타율 .067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2년 동안 홈런은 한 개도 없었다. 이쯤 되면 짐을 싸는 게 맞다. ‘유망주’란 수식어 대신 요행을 뜻하는 ‘플루크’라고 조롱받았다. 잊혀진 이름 송찬의를 눈여겨 본 한 사람이 있었다. 염경엽 감독이었다. 염 감독은 송찬의의 성실함과 밝은 인성을 잘 알고 있었다. 팀에 오른손 거포가 필요했다. 염 감독은 송찬의에게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뭐라도 해보라"고 독려했다. 지난해 송찬의는 66경기에서 타율 .211, 3홈런을 기록했다. 크진 않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송찬의는 오랫동안의 2군 생활을 이겨내고 1군 주전 자리를 잡았다. 많은 2군 선수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뉴시스
송찬의는 오랫동안의 2군 생활을 이겨내고 1군 주전 자리를 잡았다. 많은 2군 선수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염 감독은 팀 기둥 같았던 김현수 빈 자리에 문성주를 비롯해 이재원 문정빈 천성호 송찬의를 후보로 내세웠다. 문성주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송찬의에게 기회가 왔지만 살리지 못했다. 5월 타율이 .141였다. 실의에 빠질 만 했지만 몸속에 ‘긍정 회로’가 반짝이고 있는 송찬의는 포기하지 않았다. 6월 들어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6월11일 SSG 랜더스전이 신호탄이었다. 이 경기에서 송찬의는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4안타가 모두 2루타였다. 자신감을 얻었다. 6월19일 두산전에선 4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2루타 2개에 홈런 한 방이 터졌다. 22일 현재 6월 성적이 48타수 22안타 타율 .458에 홈런 2개다. 시즌 전체는 49경기에서 타율 .310, 8홈런, 30타점, OPS는 1.002다.

염경엽 감독이 ‘포스트 김현수’로 송찬의를 지명한 건 일시적인 판단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송찬의는 매일 일지를 쓴다. 그날 경기의 영상을 되돌려 보고, 구종에 따른 반응과 결과를 기록한다. 요즘엔 상체가 덤비는 약점을 많이 보완했다. 바깥쪽 공도 잘 때려낸다. 단단한 하체를 받쳐 놓고 팽이처럼 상체가 회전한다. 타구가 살아 나간다. 처음 느끼는 진짜 ‘야구의 맛’이다. ‘내가 쓴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송찬의 앞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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