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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코치의 ‘역할’과 ‘무용론’ [김대호의 야구생각]
11일 LG 염경엽 감독 퇴장...'수석코치' 역할 감독 보좌 제한적
'악역' 맡거나 '예스맨' 둘 중 하나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가운데)이 흥분한 채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려 하자 김정준 수석코치(오른쪽)가 오른팔로 가볍게 제지하고 있다. /LG 트윈스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가운데)이 흥분한 채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려 하자 김정준 수석코치(오른쪽)가 오른팔로 가볍게 제지하고 있다.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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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국내 프로야구는 팀마다 1,2군 합쳐 감독 포함 30명에서 40명의 코칭스태프를 두고 있다. 투수, 타격, 수비, 주루, 작전, 배터리, 컨디셔닝 등 각 분야에서 분명한 역할 분담이 이뤄져 있다. 갈수록 코칭 스킬도 전문화돼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근거로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단 하나 수석코치는 다른 코치들과 다르다. 각 팀엔 감독과 코치 사이에 수석코치가 있다. 수석코치는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이 주 임무다. 감독이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그라운드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수석코치가 빨리 상황 판단을 하고 감독에게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돌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석코치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이 경기에서 염경엽 LG 감독은 심판 조장인 이영재 1루심에게 배치기를 하고 욕설을 내뱉어 퇴장됐다. 내용은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염경엽 감독이 지나치게 흥분한 결과였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이영재 1루심에게 욕설을 해 퇴장당한 뒤 이튿날 공식 사과했다. /뉴시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이영재 1루심에게 욕설을 해 퇴장당한 뒤 이튿날 공식 사과했다.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수석코치가 필요한 것이다. 염경엽 감독이 항의할 때 옆에는 김정준 수석코치가 있었다. 김정준 코치는 상기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염경엽 감독을 강하게 뜯어말리지 못했다. 염경엽 감독이 욕설을 하고 퇴장당한 데는 김정준 수석코치의 책임도 가볍지 않은 것이다. 김정준 수석코치로선 더그아웃에서 이 상황을 냉정하게 감독에게 설명해 염 감독의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염 감독은 12일 두산전에 앞서 사과했지만 만원 관중 앞에서 체면을 구겼다.

수석코치는 감독에게 때론 직언을 해야 하지만 상명하복의 우리나라 현실엔 어려움이 있다. 감독과 사이가 틀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팀에서 쫓겨날 각오도 해야 한다. 참 애매모호한 자리다. 선수들 지도에 직접 관여하지도 않는다. 악역을 도맡아 밉보이거나 반대로 감독의 예스맨 둘 중 하나다.

수석코치와 일반 코치 사이에 말다툼이 심심찮게 일어나며, 심한 경우엔 선수와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한 선수가 수석코치를 보며 "저 코치님은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선수와 괴리돼 있다.

최근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는 감독과 수석코치 간에 몸싸움 여부를 놓고 송사가 벌어졌다. 감독은 가장 믿는 사람을 수석코치로 앉힌다. 그런데 원수 간에나 있을 법한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인간관계는 아무도 모른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왼쪽에서 두번째)과 김정준 수석코치(왼쪽에서 세번째)가 11일 잠실 두산전 심판 판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LG 트윈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왼쪽에서 두번째)과 김정준 수석코치(왼쪽에서 세번째)가 11일 잠실 두산전 심판 판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LG 트윈스

구단은 감독을 경질하기 전 수석코치를 부른다. 감독에 대한 평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수석코치들은 감독의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킨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구단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모 구단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수석코치가 그 팀 감독으로 올라가는 거 본 적 있습니까?" 국무총리 출신 대통령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수석코치 무용론이다. 지금과 같은 기능을 한다면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수석코치 대신 ‘벤치코치’란 용어를 쓴다. 메이저리그 역시 벤치코치는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한다. 훈련 일정 등을 총괄해서 짜고, 경기 때는 작전 수립 그리고 감독의 경기 운영에 조언을 한다. 감독과 선수의 가교 구실도 한다.

우리 수석코치와 다른 점은 권한이다. 메이저리그 벤치코치는 감독과 수직 관계가 아니다. ‘넘버 2’ 개념이 강한 우리와는 다르다. 메이저리그 벤치코치가 ‘작전코치’에 가깝다면 우리 수석코치는 ‘보좌코치’ 정도다. 메이저리그 감독 중 벤치코치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왼쪽에서 두번째)과 김정준 수석코치(왼쪽에서 세번째)가 11일 잠실 두산전 심판 판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LG 트윈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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