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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탐사보도-올어바웃 시구녀③] '여신님' 모시는 과정은 어떻게?

[이건희 인턴기자] 시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연예인이 시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구녀 선정과 섭외에도 기준이 있고 규칙이 있다. 과연 시구녀들은 어떤 기준에 의해 선정되고 연예인들의 시구가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의 시구자 섭외를 맡은 두산 구단 홍보팀 이왕돈 차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구자 섭외 기준? "제1순위는 야구를 사랑하는 것!"

두산 베어스는 여성 스타들이 시구를 가장 많이 하는 구단으로 알려졌다. 두산 베어스 홈 경기에서 시구한 연예인으로는 '개념 시구'의 창시자인 '홍드로' 홍수아와 소녀 시대 유리와 윤아, 카라의 구하라 등이 있고 최근에는 클라라가 몸매가 드러나도록 리폼한 유니폼을 입고 시구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과연 두산 베어스는 이 많은 여자 연예인들을 어떻게 섭외한 건지 그 비결이 궁금했다.

"섭외에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그러나 시구자를 섭외할 때 기준은 있죠. 1순위는 두산 베어스의 팬이면서 야구를 사랑하는 연예인이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다른 구단에서 시구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른 구단에서 한번 던졌던 분들을 섭외하는 것은 도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구단 홍보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른바 '잘 나가는' 연예인을 따로 섭외하지는 않아요"

미녀 연예인들을 시구자로 가장 잘 섭외하는 구단답게 답변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것은 섭외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이나 SNS에서 두산 팬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검토한 뒤에 섭외에 들어갑니다. 혹은 연예인 본인이 먼저 요청하는 때도 있는데 비율은 반반입니다. 두산 팬 중에서 섭외하니까 어려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네요."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며 시구를 여러 번 하는 연예인들도 많아졌다. 홍수아는 두산 베어스의 포스트 시즌 경기까지 포함해 세 번 이상 마운드에서 시구했다. "한번 던졌다고 또다시 안된다는 기준은 없습니다. 알다시피 홍수아 씨는 두산을 대표하는 시구자로 알려져 한국시리즈에서도 공을 던진 적이 있어요. 가수 아이유는 페넌트레이스 때 한번 던졌는데 그 경기에 비가 와서 노게임이 선언돼 이후 플레이오프 때 시구를 하기도 했고요. 다만 두산에서 시구하고 다른 구단 경기에 시구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반대의 경우, 타 구단 시구자를 두산 경기에서 시구할 수 없습니다."

◆ 시구녀 효과? "스타의 팬 10%만 잡아도 성공"

여자 연예인들의 시구가 구단 마케팅과 관중 동원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 경기 상대 팀이나 구단의 성적 등 관중 동원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연예인 시구가 구단 홍보와 관중 동원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음에도 시구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전까지 야구 인기가 지금과 같지 않았어요.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이 여가를 PC방이나 다른 곳에서 보내지 않았겠어요? 그러다가 야구가 인기가 높아지고 연예인들의 시구를 진행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스타의 팬 가운데 10%라도 시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왔다가 구단의 팬이 돼 돌아가면 성공이라는 것이었죠."

"여자 연예인들이 마운드에 많이 오르는 이유는 2007년도부터 이벤트로 여자 연예인들의 시구를 시도했을 때 구단의 승률이 높아서 계속 섭외를 진행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 이유가 많이 퇴색했죠. 다만 야구라는 종목이 남자들이 하는 운동이니 선수들이 원하고 남성 팬들도 생각해서 여자 연예인 섭외가 주로 이뤄지는 편이에요. 그러나 야구 인기가 늘어서 여성 팬들도 구장을 찾기 때문에 남자 연예인들도 시구를 많이 해요. 여성 팬들을 위한 행사 때는 남자 연예인들이 시구자로 나선 경우도 많고요. 배우 조정석, 가수 유승우 등이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답니다."

◆ 시구 논란? "가장 중요한 것은 마운드의 가치"

연예인들의 시구가 늘어나면서 의상, 패대기 시구 등 각종 논란거리도 많아졌다. 이 때문에 스타들의 시구가 이벤트로써 희소성도 많이 사라졌고, 오히려 경기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는 야구 팬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관해 시구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는 구단의 생각을 들어봤다.

"시구자가 확정되면 구단에서 유니폼을 제공해줍니다. 일부 여자 연예인은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해서 유니폼을 리폼하기도 하죠. 최근에 의상 논란이 있었던 클라라의 경우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하려고 줄무늬 하의를 입거나 자신이 자랑하는 몸매가 드러나게 리폼을 해왔습니다. 클라라니까 논란이 생긴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경기장을 찾는 가족 단위의 관중들도 많아서 너무 노출이 심하거나 보기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제지를 해요."

시구자에 대한 출연료를 별도로 지급하지는 않는다. 구단 모자와 유니폼 정도를 제공하며 시구자가 희망할 경우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시즌 후에는 시구 장면 사진을 액자에 담아 기념품으로 전달하고 있다.

"시구의 질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써요. 시구자가 보통 2주 전까지는 섭외가 끝나는데 경기 시작 한 시간 전까지는 무조건 경기장에 도착하라고 합니다. 유니폼 갈아입고 나면 투수 한 명을 붙여서 맨투맨으로 20분 이상 연습시켜요. 또 '개념 시구'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미리 매니저와 캐치볼을 하는 등 연습을 해오기도 하더라고요."

노출 의상이나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서 이슈가 되면 구단의 이름이 언론에 노출되는 횟수가 늘어나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의 답변이 날라왔다. 노이즈 마케팅보다 '개념 시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순순히 이해가 됐다.

"아무리 시구가 볼거리고 즐길 거리라고 해도 야구 경기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되죠. 잠실 야구장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피땀 흘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중 극소수만 프로 선수가 되어 마운드에 오르게 되죠. 마운드의 가치와 정신을 시구자들에게 누누이 강조합니다."

이 차장의 마지막 말에는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비단 두산 베어스 구단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연예인들의 시구가 관중들과 야구 팬들에게 하나의 볼거리이고 즐길 거리임은 틀림없지만, 경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하나의 수단일 뿐 주인공은 아니다. 팬들의 사랑을 받는 시구란 보는 재미를 더하면서도 '개념'이 제대로 담긴 그런 시구가 아닐까.

canusee@tf.co.kr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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