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현 기자] 기대는 컸지만 왠지 걱정만 앞선다. 오는 12월 완공을 앞둔 서울 서남권 야구장, 일명 '고척돔' 얘기다. 고척돔의 완공은 채 1년이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구장의 활용성은 지금까지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야구팬들의 접근성이 첫 손에 꼽히곤 했다. 구장 주변이 심각한 교통 혼잡 지역인데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으로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500대에 불과한 주차 시설도 충분치 못해 이래저래 구장 이용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돔구장이 완공될 경우 주변 교통 혼잡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거론된 단점들만 나열하면 구장의 입지 선정 자체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야구팬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국내 첫 돔구장이 이대로 애물단지가 될까.
지난 6일 <더팩트>이 찾은 고척돔은 공정률이 70%에 달한 가운데, 완공을 약 10개월 앞두고 막바지 공사로 시끌벅적했다. 경기장 골조는 모두 세워져 웅장한 외형이 드러났고, 꼭대기에는 하얀 막으로 된 지붕을 씌우는 공사가 한창 진행됐다. 늘 상상에 그쳤던 돔구장의 밑그림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주변 교통 환경은 실제로 좋지 못했다. 상습 정체구역으로 악명 높은 고척교 주변은 평소에도 서행을 거듭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더욱 정체가 극심해졌다. 하지만 고척돔의 접근성 자체를 두고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핵심은 단연 대중교통 활성화다.
500대에 불과한 주차시설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측면으로 접근할 경우 이해가 쉽다. 야구 관람을 위해 자가용으로 고척돔을 찾을 경우, 주변 교통 환경은 볼 것도 없이 더욱 심해진다. 경기를 본 뒤에도 집에 돌아갈 때 1시간 동안 자신의 차 안에서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면 그보다 아찔한 건 없다.
6개의 돔구장을 보유한 일본과 비교해도 고척돔의 주차시설은 최악이라 보기 힘들다.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은 고척돔의 두 배에 달하는 4만56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주차시설은 단 700대에 달한다. 1인당 주차시설이 0.015대에 불과하다. 오사카돔(1인당 0.034대), 나고야돔(1인당 0.034대), 삿포로돔(1인당 0.032대) 모두 고척돔(1인당 0.22대)에 비해 상황이 낫지 않다. 야구장을 찾을 때 으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습관화된 결과다.
그렇다면 고척돔 주변 대중교통은 어떨까.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구일역부터 구장까지는 도보로 7~10분 가량 소요된다. 목동구장이 오목교역에서 약 10~15분이 소요되는 걸 감안하면 그리 최악은 아니다. 게다가 출구가 하나 뿐인 구일역에 예정대로 경기장 쪽 출구가 개설된다면 도보로 5분 이내로 고척돔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로 구장을 찾는다면 더욱 간편하다. 구장에서 도보 1분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크게 나쁘지 않다.
새 야구장 부지를 둘러싸고 통합창원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NC가 '연고지 이전' 카드를 꺼내들 경우, 고척돔은 잠재적인 대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아무리 교통이 안좋다 해도 진해구장과 비교하면 접근성과 주변 입지가 상대적으로 훨씬 낫기 때문이다. 최근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수도권 서남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잠재력도 충분하다.
돌이켜 보면 고척돔은 태생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아마야구의 메카였던 동대문구장을 허물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것이 프로야구에도 없었던 돔구장이었기에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이제 환영은 커녕 걱정거리가 된 분위기에서 '국내 첫 돔구장'의 역사적인 완공을 맞이해야 하나. 그간 좋지 않은 면만 지나치게 부각돼 온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인프라 개선을 바라는 수많은 비인기 종목들을 감안하면 행복한 고민일 수 있다. 한국 야구 발전의 상징이자 저변 확대의 신호탄이 될 국내 첫 돔구장, 이제는 탄생 자체를 반갑게 맞이할 준비도 필요하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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