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현 기자] 6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조성민 전 두산 코치의 비보에 일본 야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일본 프로야구 20세기 마지막 퍼펙트게임 투수인 마키하라 히로미(50)도 과거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후배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마키하라는 7일 일본의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닛폰'과 인터뷰에서 "조성민은 굉장히 밝은 선수로, 일본어를 잘 하고 모두와 허물 없이 잘 지냈다"며 함께 보낸 요미우리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정말로 충격이고 유감스럽다"며 "코치로 야구계에 복귀해 좋다고 생각했는데…"라고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마키하라는 조성민이 활약한 1998년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회상했다. "올스타전에서 팔꿈치를 다쳤고, 그 영향이 미쳤을 수도…"라고 아쉬워하며 조성민의 굴곡진 야구 인생을 언급했다. 조성민은 1995년 10월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와 신인으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8년 계약을 맺고 화려하게 일본 무대에 입성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무려 2년 가까이 2군에서 머무르며 기량을 갈고 닦았다.
마키하라와 조성민의 묘한 인연은 그 때 시작됐다. 조성민의 1군 데뷔전이 이뤄진 건 1997년 7월5일. 당시 마키하라는 당시 35세의 나이에 1군 마무리로 활약했던 노장 투수였다. 어깨 부상에 시달리던 마키하라가 전력에서 이탈하자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은 조성민을 1군에 불러들였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빠른 공을 던지는 조성민의 잠재력을 보고 뒷문을 맡겼다. 데뷔전을 2이닝 1실점으로 마친 조성민은 4일 뒤 첫 세이브를 올렸다. 2-1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상황에서 세 타자 모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부상에서 회복한 마키하라는 마무리 자리를 조성민에게 내주고 셋업맨으로 나섰다.
마키하라의 부상을 틈타 1군 마운드에 입성한 조성민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1997년 1승2패11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라는 수준급 성적을 거뒀고, 이듬해에는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6월 중순까지 7승2패 평균자책점 2.00으로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 완봉승이 3번이나 될 정도로 듬직했다. 언론들은 신인왕 후보로 앞다퉈 조성민을 꼽았다.

이후 조성민은 4연패로 흔들리며 전반기 성적을 7승6패 평균자책점 2.75로 마감했지만 무난하게 그 해 올스타전 초청장을 받았다. 하지만 영광스러운 '별들의 축제'가 그의 야구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경기가 될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조성민은 8회까지 2-3으로 뒤진 센트럴리그 불펜에서 요코하마의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와 함께 출격을 기다렸다. 센트럴리그 올스타 지휘봉을 잡은 요코하마의 곤도 감독은 같은 팀 소속의 사사키를 쉬게 하려고 팔 상태가 좋지 않은 조성민을 무리하게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는 2이닝 무실점 호투였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조성민의 팔꿈치 인대는 완전히 끊어졌다. 결국 올스타전 이후 그는 부상으로 단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이듬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지만 제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마키하라가 언급한 1998년 올스타전은 조성민에게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은 날이었다.
마키하라의 '올스타전' 발언이 기사화 되자, 일본 야구팬들도 당시 조성민의 부상을 크게 아쉬워했다. 네티즌은 "그때 사사키가 대신 투입됐다면 인생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osg****)", "당시 조성민이 일본어로 팔꿈치가 아프다고 호소했지만 곤도 감독은 계속 던지게 한 것 같았다. 그 부상이 없었다면 더 활약했을 것(ack****)", "곤도 감독은 조성민의 무덤에 머리를 낮출 의무가 있다(ont****)"고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최근 들어 반한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일본 야구팬들은 선수로서 미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조성민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했다.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투구는 마키하라와 팬들의 뇌리에 여전히 진하게 남아 있었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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